
[토요경제=정은하 기자] 펫팸족 1000만 시대를 맞아 동물의약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시행하자 약사와 수의사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3차 의약분업분쟁’이란 반응도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약사회는 개정안에 수의사 처방이 불필요한 의약품들이 대거 포함돼 수의사들이 진료권과 약품판매권을 독점하게 될 것이란 점을, 대한동물약국협회의 경우 동물의약품에 대한 전문성 문제는 교육이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수의사협회는 동물의약품 처방과 투약은 동물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를 통해서만 가능한 범위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교육이수를 한다고 해서 약사들이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가진료로 반려동물에 투약하는 것은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오진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국에는 동물에게 악영향을 미칠 소지는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약사협회 관계자는 "약사들도 교육이수를 통해 동물의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면서 “동물의약품에 대한 교육이수를 바탕으로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찾는 반려인들에게 충분히 안전한 방식으로 약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 판매할 수 있다”고 맞섰다.
사실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금지 방안을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동물의약품은 마취제와 같이 위험성이 다분한 제품을 제외하곤 동물의약품 판매를 허가받은 일반약국과 동물병원 두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심장사상충약과 구충제, 영양제 등 수의사의 처방이 불필요한 비교적 안전한 의약품들은 반려인들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일반약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또 동일한 의약품이라도 동물병원의 약가가 높았기 때문에 많은 반려인들이 일반약국을 찾았다.
그러나 수의사협회와 동물보호협회가 동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 반려동물을 상대로 자가진료를 하는 것은 동물학대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이번 수의사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를 농식품부가 받아들여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를 금지하고 수의사처방대상약품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약 오남용 방지는 물론 공중보건 위해 예방 및 부작용 피해 방지를 위해 처방 대상 동물약에 부작용 위험 우려 성분, 항생 항균제 내성균 예방관리 필요 성분 및 전문지식 필요 성분 등을 추가 지정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문제는 수의사법 개정안 시행으로 정작 큰 피해를 입은 쪽이 약사도 수의사도 아닌 반려인이라는 데 있다. 동물의약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된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치료도 값비싼 돈을 지불하고 동물병원에서 받게 되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가뜩이나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동물병원 진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유기동물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수의사법 개정안 시행 전에는 약국에서 백신을 구입해 직접 예방접종을 해왔는데 당시 2만원의 안팎의 비용이 들었다”며 “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서 세 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확실히 경제적 부담이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반려인 B씨는 “약사와 수의사가 동물복지를 명분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반려견 자가진료와 수의사처방대상약품의 확대 문제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단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동물 정책 업무가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일례로 일반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의약품 목록은 방역관리과가 지정하지만 이 의약품의 사용가능 여부는 방역총괄과에서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행정업무와 정책들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과’ 수준에서 나눠 처리하고 있는 업무를 ‘청’ 수준으로 높여 한 곳에서 처리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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