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니즈 해소 위해 규제완화"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신탁업법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초 증권·은행업권간 '밥그릇 싸움'과 정권 교체로 지지부진해졌지만, 신탁시장 활성화 및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등을 위해 불씨가 되살아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장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사들의 신탁담당자들을 불러 신탁업 관련 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제정안에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신탁업은 주식, 예금, 부동산 등 투자자의 다양한 재산을 금융회사가 운용·관리·보관하는 서비스로 신탁업법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다. 금융위원회는 올초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 촉진, 운용의 탄력성 확 수요자의 편의성 및 운용사의 자율성을 확대를 위해 신탁업법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우선 은행권에서는 신탁업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해 독립시켜 별도의 신탁업법을 제정하거나 은행법을 개정해 신탁을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서 기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탁은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관리의 수단으로 인식되도록 신탁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에서 분리시켜 신탁을 다양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행 수탁자산 위주(금전신탁, 재산신탁 등)의 분류체계를 고객중심 분류체계(개인신탁, 기업신탁)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전신탁 중 특정금전신탁은 분류 기준의 '특정'의 개념으로 인해 판매 프로세스, 자산운용 방법 등에서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표준화 상품판매 및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홍보가 불가하며, 소극적 대면영업 및 위탁자의 지시에 의한 운용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신탁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계약체결시 위탁자가 종류·비중·위험도 등을 자필로 기재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현재 허용되지 않고 있는 비대면 채널을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투자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방문판매가 허용되지만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권으로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제도를 배제해 신탁의 방문판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자의 알권리 보호 및 신탁제도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광고·홍보 규제를 완화하고, 지난 2016년 5월 임기만료로 폐지된 수익증권발행신탁·신탁사채 허용·자기신탁제도 도입·재신탁 등의 개정 신탁법 내용을 자본시장법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단독운용이 곤란한 소액의 신탁계약을 위해 집합(합동)운용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여러 신탁계약의 신탁재산을 집합으로 운용하는 행위를 불허하고 있으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을 위해 집합 운용을 허용하고 있다.
또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해당 은행의 예금 거래 불가, 계열사 상품운용 제한 등은 고객 불편 및 선택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신탁계약으로 허용했거나 수익자가 동의하는 경우 자사상품과 계열사 상품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험금청구권, 수익증권발행 등 다양한 형태의 신탁 상품이 출시 될 수 있도록 신탁의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신탁상품의 상품성 개선을 위해 상속세나 증여세 관련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지난 2012년 개정 신탁법으로 재신탁 근거는 마련됐으,나 자본시장법에서 아직 이를 반영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발행 주식의 15%내에서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여 중소기업 사업 승계시 문제가 될 수 있어 신탁을 외면하고 있다며 우량 중소기업 사업승계가 신탁제도를 통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의결권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밖에 금융기관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신탁을 통한 중소기업 사업 승계시 문제가 될 수 있어 신탁을 외면하고 있다며, 우량 중소기업 사업승계가 신탁제도를 통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금산법 20%룰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이 고령화와 초저금리시대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을 주목하고 신탁제도를 현대화·표준화시키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법적 상충 및 제도 미비로 신탁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실제 신탁상품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법체계 전환을 통해 신탁제도의 현대화와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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