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시행령 입법예고, 한은-금감원 힘겨루기?

장우진 / 기사승인 : 2011-11-04 0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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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공동검사 이행기준 완화 ‘한은 불만’…금융감독 2원체제 '은행 한숨’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한국은행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3일까지 관계기관·금융사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시행령에 위임된 사항에 대해 일부 미비점을 보안하기 위해서다.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2009년 발의된 후 무려 1년9개월간 국회통과를 못하는 난항을 겪었으나 지난 9월 국회에 극적으로 통과됐다. 개정법안 시행령은 내달 17일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한은법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공동조사권과 2년 이하 은행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예치 등이다.
그러나 기존 금감원은 한은의 공동검사 요청시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시행령에는 ‘1달 이내’로 개정돼 한은의 권한약화가 수면위로 올랐다. 이에 금감원과 한은간 힘겨루기 양상을 띄는 것이 아냐니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융권은 이번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시어머니’가 한명 더 생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준금 범위대상 확대에 운용수익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대해 줄곧 반대해왔다. 일각에서는 지준금 확대는 은행수주 악화에 금리인상의 요인이 돼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준금 범위·자료 요구기관 확대 등


이번 한은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크게 △지급준비금 대상 확대 △한은의 자료제출 요구기관 확대 △한은-금융감독원 공동검사 요구 이행기간 △매년 2회 이상 ‘거시 금융안정 상황에 관한 평가보고서’ 국회 제출 △한은 직원 의제범위 확대 등이다.
우선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발행만기 2년 이하 원화표시 채권에 대해서도 지급준비금을 한은에 예치해야 한다. 이전에는 예금채무에 대해서만 지준금 적립의무가 있었다. 단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수협 등 5개 특수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적립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8월부터 외화건전성 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는 외화표시채도 이중규제 논란 등을 감안해 지급준비금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도 해외사례와 국회 논의경과 등을 감안해 제외키로 했다.
또 한은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제2금융권의 범위를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 중 자산규모가 업권별 평균 자산규모 이상인 금융회사’로 늘렸다. 자료요구 대상 금융사는 현재 64곳에서 130곳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된다. 기존에는 시중은행과 지주사, 당좌거래약정 체결기관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검사 요구 이행기간도 개정됐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 금감원은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또는 공동검사를 요구할 때 요구받은 날로부터 1개월 내 응해야 한다.
또한 한은은 통화정책 수행시 기재부 장관과 금융위에 의견을 요청할 수 있으며, 금융통화위원회에 상정되기 5영업일 전까지 ‘거시금융안정보고서’를 열석발언자(재정부 1차관)를 포함한 금통위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밖에 현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은 직원의 범위도 ‘긴급여신, 영리기업 여신, 자료제출 요구, 검사 또는 공동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한은 직원’으로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한은 임원과 실국장 등에만 가중처벌이 적용됐으나 의제 범위 확대로 직원들에게까지 해당돼 권한행사에 따른 책임도 커졌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좌)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한은-금감원, ‘힘겨루기 우려’


그러나 공동조사권이라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 통과전 금감원이 단독조사권을 행사하고 한은이 보조로 맞춰주는 ‘통합감독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던 것에 비춰봤을때, 양쪽에 조사권을 모두 부여한다 해서 원활한 협조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9월 통과시 개정안에는 한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금감원에게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또는 공동검사를 요구할 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없이 응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금감원은 한은으로부터 검사 또는 공동검사를 요구받은 날 기준 ‘1개월 내’로 조정돼 한은입장에서는 점차 후퇴되는 모양세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한은과 금감원간 힘겨루기 양상을 띄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동조사권도 한은이 점차 힘이 빠지는 모양새고, 지급준비금 부과도 특수은행은 제외됐다”며 “한은 내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준금 부과에 금리 오를 수도


그러나 은행들은 한은의 이 같은 권한강화를 반가워하지 않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이어 한은까지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지급준비금 부과는 실질적으로 세금이나 다를바 없다”며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운용수익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는 지준부과가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로 연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급준비금을 은행채까지 확대하면 운용수익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금리인상 요인이 될 수 있어 이는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은행들에게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은행들은 금리인상에 나선바 있어 지준금 부담에 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 또한 지난 9월 한은법 개정안 통과 후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노조관계자는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금감원이 반드시 응하도록 한 것은 부패와 관치를 한은으로 옮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한은의 감독기능으로 금융노동자들에게 2중, 3중의 감독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불만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시 나타날 때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해 나가야 하는데 이번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러한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이 시험보기 싫다고 해서 공부만 하고 시험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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