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됐다. 이에 따라 재벌 총수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오전 3시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공무상기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 포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비밀누설 등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악영향 우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대기업 뇌물공여죄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수수’ 부분은 ‘삼성그룹 관련 범행’의 하위 항목에 서술돼 있다.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돕는 대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298억2535만원(약속 후 미지급금 포함시 433억원)을 최씨,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게 주게 한 혐의(뇌물·제3자뇌물)다.
이같은 내용이 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 삼성그룹은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남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측은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이나 두 재단에 대한 출연이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삼성은 이런 주장이 법원에서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벗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정식 재판은 4월 7일부터 시작된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이 증거만을 가지고 재판을 한다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법원이 혐의 여부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판을 신속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檢, SK·롯데·CJ ‘정조준’…긴장상태 지속
검찰은 SK, 롯데, CJ 등 삼성 외에 다른 대기업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등에 출연한 자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각자 총수 사면이나 면세점 특혜 등을 바라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자금을 출연한 것이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과 관련해 로비나 대가성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45억원을 출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원을 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날 돌려받기도 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 면세점 인허가 등과 관련해 재단 출연이 대가성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 역시 이재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이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이 회장이 사면 받은 뒤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1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뇌물죄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장선욱 롯데면세점 사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수사선상에 오른 각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K와 CJ는 오랜 시간 총수의 부재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다 최근에서야 신사업 육성 및 투자를 재개한 상태다.
SK는 2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며 반도체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CJ는 올해 역대 최대규모인 5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 CJ E&M, CJ프레시웨이 등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기업은 롯데다. 사드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이어진 가운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또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신동빈 회장과 현재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혐의로 구속 중인 신영자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 재산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강제집행 청구(권리행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맺은 채무 관계를 앞세워 신 총괄회장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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