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발생한‘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부의 부실 대응에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와 ‘눈물’로 호소했지만, ‘실질적 대안 미흡’과 ‘후속 조치 부실’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며 지방선거를 2주 앞둔 상황에서의 방송3사 합동 여론조사에서는 수도권(서울시장․인천시장․경기도지사)에서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모두 뒤지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인천시장 선거는 오차범위내의 접근이 가능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우세가 점쳐진다는 분석이 앞서고 있지만 확실히 여론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새누리당을 외면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처 실책은 우려했던 한국판 ‘카트리나 모멘트’(Katrina moment)로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수도권 싹쓸이 노렸는데...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곳이 수도권에서의 승패다. 지역정서가 절대적인 영호남에서의 결과보다 전체적인 향배를 결정짓는 곳이기도 하며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곳 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경기도를 수성하는 가운데 서울과 인천을 찾아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전국 단위의 선거인만큼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첫 번째 평가라는 의미도 갖고 있어,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기 위해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더욱 의미가 특별하다.
현직 박원순 · 송영길 시장의 우세한 프리미엄과 믿었던 김문수 지사의 3선 불출마 선언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였던 새누리당은 노련하게 초반의 수세를 극복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약 이행’을 선언한 야당을 실리에서 압도하기 시작했고, 깨끗한 선거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던 ‘오픈 프라이머리’와 ‘아래로부터의 공천’과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전략공천’을 꺼내들었다.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한 구태정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비난은 한 때였고 실익은 확실했다. 오히려, ‘공약 이행’을 강조하며 합당까지 이뤄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판세와 실리에 밀려 무공천을 철회했다.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남경필 후보와 안정복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진표 후보와 송영길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압도적인 우세를 자랑했다. 바람을 타기 시작한 정몽준 후보도 한때 10%이상 벌어졌던 박원순 후보와의 차이를 좁혔고, 일부 조사에서는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새누리당이 그리던 수도권 완승의 그림이 잡혀가는 듯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

‘세월호 참사’는 초반, 안전 수칙을 위반한 해운사와 먼저 ‘세월호’를 버린 이준석 선장 등의 책임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나 실종자를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납득하기 힘든 후속조치가 이어지며 공분은 정부를 향했다. 총체적 부실과 무능의 문제도 정부를 겨냥하게 됐고, 나아가 취임 후 박근혜 정부의 무기력한 국정운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결정적으로 후보시절 국민 앞에 약속했던 공약과 당당하게 스스로 다짐했던 사안들이 모두가 물거품이 되었음이 계속해서 반복됐다.
1 공약은 그저 공약일 뿐
지난해 9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진영 장관은 돌연 ‘책임 통감’을 말하며 사임을 발표했다. 진 장관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복지 공약을 진두지휘 했던 인물로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맡아 ‘실세장관’으로 불리고 있었지만, 정권출범 6개월 만에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복지공약 후퇴’ 때문이었다.
진 장관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정책’과 ‘기초연금 공약’ 등 박근혜 대선 캠프의 복지 공약을 이끌었고, 장관이 된 이후에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깎는 국민연금 연동방식이 잘못됐음을 꾸준히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물론 진 장관의 주장과도 다른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0~2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방향을 관철했고, 진 장관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대선 복지 공약 포기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각종 민영화 논란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경제민주화 등 자신이 후보시절 내놓았던 공약에 대해 전혀 이행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 그렇게 강조했던 ‘안전’의 결과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에서도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인사들이 등장했다. 이름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굳이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이름 교체 작업에도 쓸데없는 세금이 들어간다는 반대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며 이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취임 1년여 만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는 체육관이 붕괴되는 사고로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진행하던 대학생 희생자들이 발생했고, 두 달 만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권 당시 ‘원전 마피아’라고 불린 ‘관피아’가 또다시 등장했으며,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만큼 무능했다.
대통령이 취임일성으로 국민 앞에 강조하고 약속한 ‘안전’의 결과가 대형 참사에서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현실로 나타났고, 심지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솔직히 모른다”는 현장의 대답으로 돌아왔다. 결국 대통령의 안전 강화 정책으로 이름까지 바꿔달았던 안전행정부는 1년 만에 또다시 이름표를 바꿨다. 새 이름은 행정자치부다. 새누리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강조하는 참여정부 시절의 이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려 종합유선방송(SO)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던 취임 초기, 끝내 야당의 주장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본인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방송장악 논란이 일자 “인터넷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방송장악을 할 생각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KBS는 유례없는 대규모 사장 퇴진운동이 전개하고 있다. 길환영 KBS사장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보도 내용에 간섭을 해왔다고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한데 이어 기자협회와 PD협회가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양대 노조는 사장퇴진 운동과 함께 총파업결의를 하고 나섰다. 공영방송을 훼손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KBS는 이번 ‘세월호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를 두둔하는 입장의 방송 기조를 유지하여 현장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하지 못했다고 지적받았으며, 이를 현장 기자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인정하고 나서며 파란이 인 바 있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대선 후보시절,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시행되지 않았다. 이미 대다수의 여론은 KBS의 뉴스에 정부의 입김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흐르고 있으며, ‘방송장악’에 대해 “의미 없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의 발언 역시 거짓말로 몰려가고 있다.
4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일관성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의 해체를 선언했다. 해경이 사고 직후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인명 구조 활동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구조업무에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그 원인으로 “출범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은 ‘제6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해경 60년의 역사는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등대의 역할”이었다고 말하며, “바다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해경은 우리의 바닷길을 안전하게 지켜왔다”고 그 공로를 치하한 바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사고예방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해양사고를 크게 줄여왔다”며, 정부도 해경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같은 해경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이 1년도 안 되어 이렇게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5 폐단 있어도,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박 대통령은 4월 초,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며 ‘규제 철폐’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선박 안전 검사 등 필요한 기본적인 규제 조치마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해양업계와의 결탁으로 철폐됐음이 드러나며 “철폐만이 능사인가”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공약 이행은 물론, 강조한 정책에서의 실효성, 본인이 국민 앞에서 천명한 사항에 대한 결과에 이르기까지 앞뒤가 맞지 않은 것들이 본격적으로 재조명되자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패한다면 ‘책임론’, 회피 방법 없어
막내아들이 SNS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관련한 글을 게재하며 파문을 일으켰던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20%의 차이까지 벌어졌다는 결과까지 나오며 수세에 몰렸던 정 후보는 사실상 네거티브 선거전도 불사하며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안정복 후보는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기에 ‘세월호 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부담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수도권 최후의 보루’로 믿었던 남경필 후보마저 뒤집혔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다.
물론 이 결과는 지난 5월 17일부터 19일 사이에 진행된 방송3사 공동 여론 조사의 결과이므로 이후의 변수는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의 지지표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며 가장 큰 원인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및 무능한 대처였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다면 화살은 청와대를 향할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야당에서 이번 정부가 보인 실정(失政)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공고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수석이 교체되는 가운데에서도 김 비서실장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인사문제’로 초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구설에 시달리면서도 이번에는 지역편중 인사로 논란을 만들었고 이 중심에도 김 비서실장이 존재하고 있다.
현 정부의 요직은 부산 경남 출신인 PK출신이 모두 독점하게 됐다. 얼마전 자진사퇴를 결정한 안대희 국무총리 전 후보자(경남 함안)를 비롯해,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 정의화 국회의장(부산)등 정부 의전 편람 기준 국가 의전 상위 서열이 모두 PK지역으로 채워진다.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등도 PK출신이며,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부산),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경남 마산)도 PK출신이다. 이러한 지역 편중 현상의 중심 역시 경남 거제 출신인 김 비서실장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비서실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 1992년에도 대선을 앞두고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산 지역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는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하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내 친박계 몰락시 청와대 고립 우려
심지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쇄신과 민심이반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김 실장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만약 선거에서 수도권 참패로 결과가 이어진다면 ‘박 대통령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 밀리더라도 다수의 위치를 확보하며 ‘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역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이 아닌 ‘비박’계가 급격히 대두될 것이고 이는 ‘경청’보다 ‘소신’을 주관으로 하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정국을 더욱 어렵게 풀어가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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