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공단 쪼개려는 '이상한 이사장'

전성운 / 기사승인 : 2011-12-12 1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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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분리' 논란

지난 2009년,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건보 통합으로 직장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의 최종변론이 지난 8일 이뤄졌다. 경 회장이 원하는 것은 “건강보험이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으로 나뉘어 있던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건강보험 쪼개기’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의 약화는 필연적이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더 늘어나게 된다”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의 기반이 될 수 있고,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필연이다”라고 말한다.


▲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지난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건강보험 지키기’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범국본과 시민단체는 “바깥으로는 한·미 FTA, 안으로는 건강보험공단 해체를 통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 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통합 위헌소송’을 놓고 시민단체가 반대에 나섰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지난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건강보험 지키기’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은 지난 2009년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이 “직장 가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부분이 헌법에 위배 된다”며 제기한 건강보험 재정통합 위헌소송의 최종 공술인 진술이 있는 날이었다.


범국본은 “건강보험 재정통합이 위헌으로 판결되면 건강보험 재정은 직장과 지역으로 분리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약자와 강자로 이 사회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쪼개기를 노골화하는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신임 이사장을 규탄하고 헌법재판소에 건강보험 재정통합 합헌판결을 촉구 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서 범국본은 “헌재 판결을 앞둔 시점에, 건보통합 반대로 공직에서 물러났던 김 이사장을 임명한 것은 헌재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바깥으로는 한·미 FTA, 안으로는 건강보험공단 해체를 통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 한다”고 밝혔다.


범국본의 주장을 요약하면, “영세사업자·노인 등 보험료 수입에 비해 진료비 지출요인이 큰 지역가입자만을 분리한다면 의료양극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범국본은 “지역과 직장 가입자의 비율이 50:50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직장가입자가 70%에 달하고, 소득 파악률도 더 높아진 상황에서 지역과 직장을 분리한다면 이는 영세사업자·노인 등 지역가입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통합 건보를 조합으로 분리하자는 것은 60% 초반까지 끌어올린 보장률을 통합이전 40%로 끌어내리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직도 OECD평균에 비해 보장률이 20% 가량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를 후퇴시키는 것은 건강보험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범국본은 “당장 한·미 FTA로 약값과 의료비 폭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공단해체로 민영보험의 공보험 개입이 가능해져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완전히 민영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건보공단 이사장이 건보해체 주장


사회보험노조 최재기 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병원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위헌소송의 주역은 건강보험 분리를 주장하는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이며 의협 경만호 회장은 아바타”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골수’ 건강보험 해체론자이며 헌법 소원을 낸 경만호 회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치렀다. 취임 후 한다는 소리가 ‘현행 통합건강보험 비판’이었다. 당시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도둑 취임’이라며 비판했지만, 김 이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이 현행 건강보험에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기정사실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국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건강보험 통합 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게끔 유도한 것도 김종대씨로 알려졌다. 그가 한동안 공직을 떠나야 했던 이유 역시 현행 통합건강보험에 적대적인 ‘소신’ 때문이었다.


건보 통합작업이 한창이던 1999년,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직권 면직을 당했다. 이후, 그는 ‘건강보험 쪼개기’를 밀어붙이는 경만호 의사협회 회장의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이번 헌법 소원은 김 이사장과 경 회장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날 회견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효율적 관리운영체계 개발(분산경쟁형)”이라는 의사협회 부설 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보험자 체계의 구축은 ‘규제된 경쟁적 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선행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대체적인 다보험자로서의 구축안으로는 첫째로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본부와 지사를 활용하는 방안과 둘째로 대체형 민간보험자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 등이 원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이 경쟁하는 체제’이다. 이는 의료에 대해서는 비용 걱정을 하지 않는 수준의 부유층과 보험회사가 수혜자가 되는 모델이다.


김 이사장이 지난 2009년 경 회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진행한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헌법소원 의의 및 전망과 의료개혁의 방향” 강연 자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것이 범국본과 시민단체들이 김종대 이사장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다. ‘의료 민영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김종대씨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낙하산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 다소 싱거웠던 공개변론


지난 8일 열린 공개변론에서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의 말에 따르면,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청구인인 의사협회 쪽에 집중됐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소 싱겁게 끝났다는 반응이다.


한 헌법재판관은 “재정 통합으로 직장가입자가 손해를 봤다는 통계적인 근거가 있는지, 그렇다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할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지” 여부를 지적했다.


의협측은 “직장·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재정을 통합해,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직장가입자가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직장은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투명한 부과가 가능하지만, 지역은 소득 파악률이 낮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의협 쪽 공술인 이규식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상이한 부과체계는 결국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켜 재산권을 침해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보 재정 통합으로 건보의 보장성이 더 좋아지고, 건강공단의 관리운영비 역시 크게 절감됐다”고 반박했다. “보험료 부과체계도 개선돼 직장·지역 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단측 공술인 제주대 의대 이상이 교수는 “건보 통합으로 소득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같은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구인 쪽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통합 자체보다는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김양중 기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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