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그룹 - PSMC ‘수상한 M&A’

장우진 / 기사승인 : 2011-12-19 13: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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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그룹은 '기습매각' - PSMC는 '정리해고'…노조, '눈물의 전면파업'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 지회가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지 한달 반이 지나고 있다.
PSMC는 지난해까지 풍산그룹의 자회사로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이며, 사명은 ‘풍산마이크로텍’이었으나 지난 12월 하이디스에 매각한 후 3월 PSMC로 변경됐다. 하이디스는 인수 후 정동수 PSMC 대표이사에게 주식을 전량 양도했다. 회사를 인수한 경영진은 근로조건 등을 약속했으나 지난 11월 58명이 정리해고 되자 풍산마이크로텍지회는 이에 반발하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풍산그룹이 PSMC를 매각하는 과정, 매각 후 PSMC의 경영 등에 몇 가지 지적사항이 있다는 점이다. 풍산그룹은 서울에, PSMC는 부산에 본사가 있어 노조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양 사는 ‘모른다’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은 ‘살기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해고자들 뿐만 아니라 비해고자들까지 하나로 뭉쳐 투쟁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그룹, ‘매각 안하겠다’ 약속어겨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풍산마이크로텍(PSMC)지회는 PSMC 측의 일방적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지난 11월 2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약 한달 반 정도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5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중에는 지부 간부 24명중 17명이 포함돼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측은 ‘경영악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정리해고’라고 밝혔다.
노조는 PSMC의 부당함을 규탄하면서도 근본원인은 풍산그룹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산그룹은 PSMC, 즉 당시 풍산마이크로텍을 지난해 12월 29일 하이디스에 매각했다. 문제는 매각과정부터 시작된다.
풍산그룹은 그 동안 풍산마이크로텍의 매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매각에 반대하고 나섰다. 1998년 외환위기(IMF 지원) 시절, 힘든 풍산그룹을 이끈 것은 풍산마이크로텍이었다. 외환위기를 넘어서면서 풍산마이크로텍은 꾸준히 매출이 증가했으며 2001년도에는 필리핀 법인 PSMP사가 설립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즉 풍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리먼사태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또 한 번의 경영위기를 겪었다. 이에 풍산그룹을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지회 측은 “십수년을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일념 하나에 일해왔는데 매각을 있을 수 없다”며 매각에 반대했으며 “당시 풍산그룹 부회장이 직접 ‘절대 매각은 없다’고 말한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풍산그룹은 풍산마이크로텍을 12월 29일 매각하게 된다. 문제는 당시 조합원들이 휴가중이었다는 것이다.
한 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연월차휴가 소진하려고 다들 휴가를 떠났다”며 “근데 휴가 3일째 되던 날 회사를 팔아버렸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즉 조합원들이 휴가간 사이 기습매각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풍산그룹 관계자는 “매각은 계속 추진해 왔고 당시 조건이 맞아 매각하게 된 것”이라며 “고의적으로 휴가기간에 매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영이 악화되게 되면 M&A는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인수 4개월만 ‘임금삭감’ 요구…1년도 안되서 ‘정리해고’ 단행


하이디스에 매각 후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진다.
하이디스는 정동수 현 PSMC 대표이사에게 주식지분을 양도했다. 회사를 인수한 경영진은 지난 3월 풍산마이크로텍지회에 ‘고용 및 근로조건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사측은 4월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임금삭감을 제안했다. 조합원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회사가 된 것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임금삭감을 들이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후 노사간 갈등은 지속됐으며 8월 23일 각종 사안에 대해 26일까지 노사간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8월 31일까지 마라톤 교섭을 펼쳤으나 결국 협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9월 2일 사측은 노동청에 정리해고를 신고했다.
사측에 의하면 크게 두 가지 부분이 협의가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순환휴업 문제다. 사측에 의하면 지회 측은 순환휴업 5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물량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만큼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또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하는데 휴업하는 근로자와 그러지 않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사측은 25%의 순환휴업을 제시했지만 결국 협의점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또 상여금 문제도 사측과 지회 측의 입장이 달라 결국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외 정리해고 철회와 노조가 사측에 고소한 부분에 대해 취하하는 부분은 합의가 됐으나 결국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사측은 9월 2일 노동청에 77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신고했다.
그런데 지회는 사측에 대한 고소건을 취하했다. 반면 사측은 결국 11월 7일 5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은 지난달 18일 부산 반여동 PSMC 정문 앞에서 절이해고 철회 투쟁을 위한 집회를 가졌다.


◇지회 간부 24명중 17명 해고…‘노조 파괴용?’


정리해고 대상자를 보면 이 역시 의구심이 든다. 58명의 대상자 중에는 지회 간부 24명중 17명이 포함돼 있다. 이에 지회는 ‘노조 파괴를 겨냥한 불법 정리해고‘라고 반발했다.
지회는 11월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7일에는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SMC 경영진을 규탄하고 나섰다.
지회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회사를 비밀리에 매각하여 수십년 동안 풍산그룹이 키워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한 책임과 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8일에도 부산 반여동 PSMC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부산시청·PSMC를 비롯해 서울 풍산그룹 본사 등을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한 지회 관계자는 “토요일에 해고통지서를 주더니 월요일부터 회사출입을 못하게 했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하는데 아무 기준도 없이 나가라고 하니 억울하고 황당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PSMC 관계자는 “대상자 선정기준은 16개 항목을 정해놓고 전산작업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지회 간부 24명중 17명이 포함된 것은 알고 있으나 이에 고의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풍산그룹은 ‘사옥 건설’…PSMC는 인수후 ‘정리해고’


지회는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놓고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지만 풍산그룹 측은 ‘모른다’, PSMC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데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 전후를 놓고 몇 가지 지적사항이 나오고 있다.
우선 풍산그룹 측은 경영악화로 인해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풍산그룹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신사옥을 건설 중에 있고 현재 마무리 단계(14일 기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 공지에는 17일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충무로에 위치한 극동빌딩에서 생활했지만 올 연말부터는 새로운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옥을 건설하는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경영악화로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사옥 건설을 꼭 했어야 했냐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완공까지 추산되는 금액은 1600억원이다. 사측은 그 동안 풍산마이크로텍의 매각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취재팀은 풍산그룹 측에 신사옥과 관련된 몇가지 질문을 했으나 관계자는 “풍산마이크로텍 매각 및 노조 파업 등과는 상관없는 부분으로 말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경영악화로 인해 함께 울고 웃었던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하면서까지 신사옥 건설 필요성 여부를 놓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
한 지회 관계자는 “서울 본사는 사옥도 새로 짓고, 이전 사장도 본사 사장으로 승진해서 갔는데 우리만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내쫓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PSMC에 대해서도 몇가지 의구심이 든다. 경영진은 3월 고용 및 근로조건 단체협약을 약속했으나 4월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의 반발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노사간 약속을 어긴 셈이다.
또 11월에는 기어이 5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PSMC 관계자는 “회사 경영이 악화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본래 77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추진하려 했으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58명에 대해서만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 후 불과 3~4개월 만에 경영악화를 이유로 임금삭감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을 놓고 봤을때 개운치 않은 부분이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취재팀에 PSMC 관계자는 “기업간 M&A에서는 정리해고 등 많은 변수가 일어난다”며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비해고자까지 하나로 뭉쳐…‘살기 위한 투쟁’


그러나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는 근로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믿었던 경영진(풍산그룹)은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회사를 팔아버리더니, 새로운 경영진(PSMC)은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을 들이밀고 있다”며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금속노조를 더 힘있게 바로 세우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 중에는 비해고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이 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해고자들은 100만원씩 기금을 모아 비해고자들의 생계비 지원을 하고 있다.
문영섭 지회장은 “이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미래는 없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생각”이라며 “우리의 생존권을 걸고 반드시 힘을 모아 승리해야 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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