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일괄약가인하가 코 앞에 다가오면서 복건복지부를 향한 제약사들의 칼 끝도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그 동안 제약사들은 정부의 ‘8.12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해왔으나 결국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집단적 개별 소송이라는 강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굴지의 로펌들로부터 소송과 관련한 프리젠테이션(PT)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1조5000억의 수준의 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로펌에 따르면 ‘승산이 가능한 소송이다’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 만큼 향후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요구사항 반영되지 않아
제약사들은 내년 4월로 예정돼있는 일괄 약가인하에 대해 시기적·절차 등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반발을 계속해왔다.
복지부는 ‘서민 약가 안정화’, ‘글로벌 제약사 육성’ 등을 이유로 약가인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나 제약사들의 반발이 거세자, 지난 10월 제약사와 1박2일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며 제약사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그러나 제약사들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연구개발(R&D) 펀드 조성 및 약가인하의 단계적 시행에 대한 요구가 반영돼지 않은채, 복지부는 일괄약가인하 일부 개편안을 11월 1일 입법예고 됐다.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지원을 위해 약가인하를 통한 절감액을 R&D펀드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요구한바 있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 육성’을 취지로 일정규모 이상 신약 연구개발 투자실적과 역량을 갖춘 제약사를 대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지만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로 인해 약가가 반토막(53.55%) 나는 상황에서 R&D 투자 여력이 없는 만큼 펀드활용을 통해 투자액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번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약가거품 제거와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것으로 절감액을 제약사 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단 기존 바이오펀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밝혔다.
또 53.55%로 정한 인하폭을 완화시켜 줄 것과 약가인하는 2014년 이후 단계적 시행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약협회는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 조정을 통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여력 등 단기적 일괄인하에 따른 후폭풍을 방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개편안도 없었다.
복지부는 10일까지 제약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내용을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에 제출하고 규개위가 심사를 마치면 고시개정안이 확정고시 된다.
복지부는 연내 고시내용을 확정할 방침으로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1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기등재약 인하 고시(약제급여목록표 개정)는 3월 시행될 예정으로 실제 약가는 4월부터 인하될 예정이다.
또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태풍에 더해 한미 FTA 체결로 그 피해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조5000억원 규모 집단소송 ‘장전’
이처럼 상황이 제약업계에 불리하게만 돌아가자 제약사들은 집단적 개별 소송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택했다.
집단적 개별 소송이란 약가인하로 인한 피해규모가 제약사마다 차이가 나는 만큼 비슷한 피해규모가 예상되는 제약사별로 묶어 소송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보상은 승소할 경우, 이에 참여한 제약사만이 받을 수 있고 현재 190여개 제약사중 150여곳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협회는 지난 9일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등 국내 대표 법무법인 4곳으로부터 약가인하 관련 소송의 수임제안을 설명받은 바 있다.
이들 로펌은 이번 약가인하고시가 지나친 재산권 침해·장관 재량권 이탈의 위헌적 요소 등을 놓고 봤을때 충분히 승소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업신문>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1조5000억원 수준에 대한 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약가인하를 통해 정부가 추산하는 피해규모가 1조7000억원인 만큼 이를 토대로 피해보상을 받겠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실질적으로 예상되는 피해액을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바 있다.
이를 로펌이 제약사들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이 같이 보상규모가 꽤나 크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이는 제약업계 사상 최고규모의 소송이 될 예상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 수임료는 성공보수의 5~1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워낙 큰 액수고 로펌간 경쟁을 감안하면 실제 성공보수는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만 잡아도 100억원 이상 예상되는 만큼 로펌 입장에서는 이번 소송건을 따내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과 협회는 여러 조건과 상황 등을 판단 한 뒤 법률대리인을 정할 예정이며, 1곳을 선정할 지 복수가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담할 수 없는 승소, 후폭풍 우려도
그러나 이 같은 소송에 대한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 제약사들의 궁극적 소송 목적은 고시의 ‘집행정지’다.
문제는 이번 소송이 자칫 원하는 성과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일괄 약가인하 후속 종합지원대책에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PT를 한 로펌들은 “이번 약가인하고시가 지나친 재산권 침해·장관 재량권 이탈의 위헌적 요소 등을 놓고 봤을때 충분히 승소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말 그대로 ‘가능성’이 있을 뿐 승패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규개위 심사가 남아있고 그 동안 충분히 요구사항을 주장해온 만큼 마지막 심사까지는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한 업계관계자는 “그 동안 회의를 하며 좋게도, 강경한 반발을 통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전했지만 복지부는 들어주지 않았다”며 “이번 법적 승부가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한 제약사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야 (약가인하를 저지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다”면서도 “그렇다고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진행해 나가는 것은 자칫 제약사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조금은 더 신중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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