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無知)인가, 의도인가
국세청이 오픈마켓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가자 개인 판매업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세청이 G마켓에 이어 지난 11일 옥션에 대해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가자, 오픈마켓에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들이 각종 오픈마켓 안티 사이트 등에 이번 조사와 관련해 궁금증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세청이 오픈마켓에 칼을 빼든 이유는 사업초기 개인사업자들이 소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 월 매출 수억원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악성 탈세자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2003년 7800억원이던 오픈마켓 시장규모가 해마다 2배가량 급성장하면서 지난해는 5조원에 육박했다.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오픈마켓이 탈세의 온상으로 부상했고, 이에 국세청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매출액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의 조사를 끝내고 소명자료 제출과 최종 세금납부 통지서를 발부 중이다.
이 같은 세무조사에 혼란을 겪는 것은 개인사업자들. 이들은 뒤늦게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옥션에서 레저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S씨(40)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5년 전 매출 때문에 추징금 수천만원을 내라고 통보받았다.
그는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매출이 좀 나오는 오픈마켓 입점 사업자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노이로제에 걸려있다”고 전했다.
안티옥션 등 각종 오픈마켓 안티 사이트에는 S씨와 같은 불만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댓글을 포함해 수천 건이 올라오고 있으며,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글은 건당 조회 수가 수백 건을 넘고 있다.
개인판매자 Y씨(40)는 최근 수천만원의 돈을 구하느라 곤혹을 치렀다며 글을 올렸다. 옥션에서 컴퓨터 관련 부품을 판매하던 그는 5년 전 누락된 매출 3억원에 대해 가산세를 포함해 5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통보받았다며 “거액의 세금을 뒤늦게 맞을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판매자 P씨(30)도 “처음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그냥 판매했다”며 “나중에 간이사업자로 등록하고 세금도 냈지만 그중 일부가 누락돼 불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오던 판매자들은 ‘멋모르고 판매하다 세금 폭탄 맞았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에 대해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한 판매자는 “사업을 시작하면 당연히 세금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몰랐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모른 척했다는 것이 더 맞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세금 납부나 매출 수정신고 통지서 등을 받지 않은 판매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되며 세금 납부에 대해 입씨름이 한창이다.
세금부과 매출액 기준을 놓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고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뒤늦게 세금계산서 등 자료를 맞춰야 한다며 걱정하는 판매자에게도 정당하게 판매해온 사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파렴치한’이라는 아이디의 판매자는 “부도독한 정신으로 어떻게 장사를 합니까? 탈세도 안되지만 허위자료 또한 절대로 안됩니다”라며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말라“고 비난했다.
한편 최근의 세금 폭탄에 대해 판매자들 사이에 원인과 책임 시비가 분분하다.
세무사들은 납세의식 부족을 첫 번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매출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것”이라며 “국세청 세부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픈마켓 업체가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무제한 허용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오픈마켓에서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을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는 사업자들의 경우 대부분 세무당국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지만, 굳이 등록하지 않아도 법적인 제재가 명확치 않다.
이에 대해 서민석 옥션 홍보팀장은 “지난 2001년부터 일정금액의 매출을 올린 판매자에게 전자세금계산서 등의 세무 관련 안내메일을 보냈다”며 “세무사에게 무료로 세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판매자들이 신경을 잘 안썼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세청과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서 개인 판매자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오픈마켓 업체가 일괄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세원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라는 것.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10회 이상 판매했거나 매출액 600만원 이상 올린 판매자에 대해 일괄 사업자등록을 하면 문제가 있다며 “600만원 이상 고가의 물품 한 번 팔았다고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매입자 발행 세금계산서 제도’ 또한 개인 판매자들을 상대하는 도매상인들이 꺼리고 있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계는 오픈마켓 개인 판매자 40만명 가운데 약 90% 정도가 사업자등록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업자등록을 한 판매자 중에서도 매출을 누락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 계정을 폐쇄하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발을 빼는 판매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번 오픈마켓 세금 추징 소동으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세금 추징은 강력하게 몰아붙이고 있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국세청도 이 부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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