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이르면 내년 8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약사회간 의견충돌로 난항이 예상된다.
복지부와 약사회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편의점 24시간 판매)에 대해 합의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마치 24시간 운영되는 장소에서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보도됐지만 약사회는 의약품의 안전을 우선으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협의를 했다는 주장이다. 또 대한약사회가 사실상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에 동의한 만큼 지역 약사회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약사회, 일반약 약국 외 판매 합의?
복지부가 필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 23일 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2012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지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부터 약사회와 필수 상비약의 편의점 24시간 판매에 대해 협의해왔으며, 편의점 판매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 동안 약사법 개정을 통한 가정상비약 구입불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강력히 추진했으나 시민단체의 강력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약사계의 반발, 여야합의 불발 등 각종 난제로 인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진수희 전 복지부장관은 지난 6월 “모든 정치일정을 제쳐두고서라도 가정상비약 구입불편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결국 국회상정이 무산됐다.
특히 약사회는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의약품을 슈퍼에서 팔게되면 △의약품의 안전관리가 불가능 △의약품에 대한 정보, 광고에 의존 △의약품 오남용 우려 △다른 약과의 중복에 대한 확인 및 안전관리 불가능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로 인한 동네약국 폐업 초래’ 등을 강조하며 반대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복지부와 약사회가 이 문제를 놓고 합의한 만큼 일반약 약국 외 판매추진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약사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방침이다.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하게 되면 내년 8월부터는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약국 외 판매 의약품에 대해서는 현행 2분류 체계(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를 유지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그 동안 3분류 체계(전문의약품·약국판매 일반약·약국 외 판매 일반약) 전환을 주장했으나 약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무리한 체계전환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대한약사회, ‘구체적 내용 확정 안돼…복지부 보도 허위’
그러나 이 같은 복지부의 입장에 약사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복지부의 발표가 마치 24시간 운영되는 장소에서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약품의 안전을 우선으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협의를 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약사회는 지난 26일 “국민건강을 중심에 두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예외적이고 한정적인 방법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제한적인 장소에서의 최소한의 의약품 구입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또 “의약품은 국민보건을 위해 약국에서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구매·사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야간·공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방안이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이어 복지부 발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구체적 내용이 확정된바 없음에도 마치 24시간 운영 가능한 장소에서는 의약품이 제한없이 판매될 것처러 보도했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오해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장소에서 의약품이 제한없이 판매되는 것으로 잘못 보도되고 있다”며 “협의과정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바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외적으로 검토되는 품목은 야간·공휴일에 긴급한 사용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으로 한정되어야 하고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그 허용범위 또한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안전관리체계 확보를 위해 저함량 의약품, 1일분 이하의 포장단위, 위해(危害) 의약품 회수가 가능한 판매장소 제한,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연령 제한, 용법·효능·부작용에 대한 표시 기재사항 강화 등을 전제하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약사회는 △해열진통제(저함량 전제로 성인용과 어린이용 각각 1품목) △소화제(성인용 2품목과 어린이용 1품목) △감기약(액제로 한정하여 1품목) 등 6개 품목에 대해서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약사회의 전향적 결단대로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정책이 진행되어야 하며, 국민보건이 아닌 다른 경제적 이익 등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배척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약사회, ‘복지부와 합의한 김구 약사회장 퇴진하라’
세부내용을 놓고 복지부와 약사회의 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놓고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를 놓고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시약사회는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과 집행부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6만 약사는 대한약사회 집행부를 믿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복지부·국회 1인시위, 촛불집회, 궐기대회 등 약사법 개악 저지를 위해 총투쟁해 왔다”며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회원들을 절망과 울분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회원의 뜻을 무시하고 대한약사회와 보건복지부 간의 이루어진 야합에 동의할 수 없으며, 한 톨의 의약품이라도 약국 외 판매로 이어질 경우 끝까지 항전할 것임을 강력히 천명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약사법 개정안이 무산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재천명했다.
경기도 약사회도 이번 대학약사회의 복지부 협의를 놓고 ‘김구 대한약사회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도 성명을 통해 “대한약사회가 앞장서서 24시간 운영 가능한 한정적인 장소에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자처한 것은 약사회 무용론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사의 직능을 부정하고 안전성에 역행하는 정부와 대한약사회의 그 어떤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며 김구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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