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쇄신 카드’…약발 먹힐까

김재진 / 기사승인 : 2012-01-09 13: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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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조직개편안 확정…거시건전성 확대 등 통화정책 효율성 높여

[온라인팀] 작년 8월 한은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직개편 작업을 진행해온 한국은행이 넉 달여 만에 개편 안을 확정짓고 ‘글로벌 중앙은행’ 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금융안정 역할을 담당할 조직으로 ‘거시건전성분석국’을 신설한 반면, 정책기획국은 금융시장국과 함께 ‘통화정책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부임 후 ‘글로벌(global)’, ‘마케터블(marketable)’의 깃발을 치켜든 채 한은 구성원들의 변화를 밀어 붙여온 김중수 한은 총재 발 쇄신 작업의 ‘완결판’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국가 간 정책공조와 더불어, 거시건전성(macro prudential) 감독이 중시되는 최근 변화의 추세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도 꼬리를 물 전망이다. 거시건전성 확보, 조직간 시너지 제고 등에 방점을 맞춘 이번 개편안이 변화의 강도와 폭이 큰데다, ‘물가안정’에 주력해온 한은의 전통적인 조직을 뒤흔드는 등 일대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학습효과…‘거시건전성 분석국’ 확대


한국은행은 지난 2일 작년 8월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한은법 시행에 따른 조직·인력운용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금융안정에도 유의한다’는 개정한은법의 목적조항 신설에 따른 후속 조치로, 거시건전성 감독 등 한은의 금융 안정 역량 강화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안정분석국’이 ‘거시건전성 분석국’으로 확대 개편되는 데 따른 변화다. 거시건전성분석국은 ‘시스테믹 리스크(systemic risk)’ 등에 대한 조사 연구, 금융 위험 확산을 방지할 정책수단 개발, 그리고 위험신호 등에 대한 조기경보기 역할을 담당할 각종 지표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한은이 거시건전성분석국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한은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질적으로 달라진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의 방정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한 개별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지표가 나쁘지 않아도, 거시건정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금융 안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시스테믹 리스크(systemic risk)’의 조짐을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일이 물가안정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절실해졌다”고 거시건전성 분석국 신설 취지를 설명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응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은행이 담당하는 거시건전성 감독(macro prudential)의 중요성이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설명이다.
금융안정분석국을 거시건전성분석국으로 확대개편한 것이지만, ‘신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거시건전성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고 금융안정분석국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통화신용 정책 효율성 높여


이번 개편안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변화는 정책기획국이 금융시장국과 함께 ‘통화정책국’으로 통합된다는 점이다. 공개시장조작, 지급준비제도, 재할인제도 등 통화신용 정책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양 국을 통합하게 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금융위 의결사항 대부분 상정하는 정책 기획국은 문패를 바꿔 단채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되지만, 금융안정 관련 조직들이 신설되면서, 아무래도 그 위상이 쪼그라드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홍보와 더불어, 대내외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국도 신설된다. 외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한국은행의 정보, 정책의지 등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전달하기 위한 정보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현행 기획국은 한은의 미래비전을 설계하고 발전 전략을 담당하는 기획협력국으로 변경된다. 부서간 업무 조율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국제협력실을 기획협력국 소속으로 변경하고, 부총재 직속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조사국 경제통계국 경제연구원 국제국 통화정책국 등 관련 부서가 참석하는 경제전망위원회가 출범하고, 조사국 거시모형팀은 계량모형부로 확대 개편된다.
이밖에 지역본부의 화폐수급 업무를 5대 광역본부 등으로 넘기되, 지역본부의 조사연구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16개 지역본부가 수행하고 있는 금융기관 화폐 수급 업무는 부산·대구경북·광주전남·대전충남·경기 등 5대 광역본부, 그리고 강남, 제주본부로 이전된다.


◇개편 효과 없을시 후폭풍 거셀수도


한은은 이번 조직개편안 확정에 따른 후속인사는 한은 정기인사가 맞물려 있는 2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조직 개편안은 거시건전성 확보, 조직간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쪽에 방점을 맞췄지만,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짜인 한국은행의 전통적인 조직 시스템에 일대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 60여년 사에서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정책기획국’ 등 일부 부서들이 간판을 내리게 된 것이 한은 구성원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충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김 총재가 앞으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독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고개를 든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안정이 들어오는 순간, 한은의 독립성이 절반쯤 날아갔다”고 말했다. 물가안정의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8월 한은법 개정안 통과 후 추어된 ‘금융안정’ 기능을 조직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4개월여간 조직개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한은법 개정은 향후 우리 경제의 운영에 있어 중앙은행의 기여도가 달라질 수 있는 역사적인 변화”라며 “시스템적 리스크를 적기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위기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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