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유로존 비켜” 세계경제 주도권 넘본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1-09 14: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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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탄생시킨 ‘브릭스’, 10년간 급상승

2012년 세계경제를 두고 세간의 관심은 ‘브릭스(BRICs)’에 집중되어 있다. 2003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브릭스(BRICs)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이들은 침체에 빠진 미국과 위기에 직면한 유로존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브릭스 국가들이 유로존을 제치고 세계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브릭스의 성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자 모두 “향후 세계경제는 브릭스에 달렸다”는 공통의 결론이다.


▲ 작년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국가간 경제무역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자들. 작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추가돼 5개국이 되었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브릭스(BRICS)’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짐 오닐 회장은 ‘더 나은 글로벌 경제 브릭스의 구축(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이라는 보고서에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4대 신흥 경제국을 묶어 ‘브릭스(BRICs)’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로부터 2년 후 ‘브릭스’는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전 세계는 브릭스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브릭스는 세계 경제성장률의 36.3%를 기여했다. 2020년엔 이 기여도가 49%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85개국 700여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아진 3.6%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률은 7.2%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7.5%)보다 소폭 떨어지지만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인 1.7%보다 훨씬 높다. 반면 유로존 성장률은 1.6%에서 0.4%로 크게 낮아지고 미국은 2.1%로 지난해(1.8%)에 비해 약간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브릭스’가 세계 경제 주도한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그동안 세계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하던 서구 선진국들은 신흥 경제국에 자리를 내준 채 뒷전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짐 오닐 회장은 최근 ‘브릭스를 꿈꾸며 : 2050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 브릭스 국가들이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 등을 제치고 세계 7대 경제국(G7)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대국 진입이 당초 짐 오닐의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진 2020년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중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2위 경제국으로 자리매김한데 이어 “올해는 브라질이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 경제국에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이 2조5200억달러에 달해 영국의 경제규모를 앞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CEBR은 “올해 세계 경제대국 순위는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가 1~5위를 차지하고, 브라질이 6위, 영국과 이탈리아, 러시아, 인도가 7~10위에 각각 랭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BR은 “2020년 경제대국 순위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약진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엔 국가별 경제규모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이 1~3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4위로 뛰어오르고, 인도와 브라질이 5위와 6위를 차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 6대 경제대국중 4곳에 브릭스 국가들이 포진하게 된다는 얘기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유로존 국가들은 그 뒤로 밀려난 10대 경제국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인구의 3배나 되는 2억의 인구를 가진 브라질은 지난해 수출호조에 힘입어 7.5% 성장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3.0~3.5%, 내년에는 4.0~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EBR은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이, 인도는 IT 분야의 숙련된 기술과 노동력 등이 빠른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BER 더글러스 맥윌리엄스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이 경제규모에서 영국을 앞지른 것은 유럽국가들이 퇴조하는 트렌드와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거대한 경제적 변화의 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 중심이 단순히 서방 국가들에서 동방 국가들로 옮겨가는 것만이 아니라, 식량과 에너지와 같은 필수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의 경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든 짐 오닐 회장도 “향후 10년간 브릭스 국가들의 고속성장이 지속되고, 국제무대에서 정치력 영향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브릭스, ‘성장 한계’ 도달 했나


일각에서는 “브릭스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0년간 브릭스에는 7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고, 이들 국가의 주가는 뉴욕거래소 S&P500지수의 4배 이상 상승할 정도로 투자금이 몰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브릭스 지수는 브릭스라는 용어가 탄생한 2001년 1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무려 390%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작년 한해 브릭스의 쇠퇴 양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시장조사기관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브릭스 펀드에서는 사상 최대인 15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증시는 올해 36.57% 하락해 수익률 기준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49개국 중 45위를 기록했다. 브라질도 23.53% 급락해 36위를 기록했다. 러시아 증시역시 수익률 -19.78%로 30위, 중국은 -19.03%로 28위에 각각 머물렀다. 전 세계 평균이 -9.30%이었고 한국증시 수익률이 -10.8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가 선진국보다 ‘브릭스’ 증시에 더 큰 피해를 준 셈이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 팀장은 “선진국 금융기관이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브릭스 국가의 채권·원자재·주식에서 가장 먼저 돈을 뺐다”고 설명했다.


브릭스 펀드 중에서 특히 인도 펀드에서 가장 많은 4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이어 중국 36억달러, 브라질 22억달러, 러시아에서는 3억26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브릭스 4개국에 모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53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골드만삭스의 도미니크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참여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브릭스 4국의 잠재 성장세는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명에 따르면, 작년 3분기(7~9월) 브릭스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년간 최악이었다.


그는 “브릭스에서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경우 대유럽 수출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당국의 긴축정책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역시 ”1935년 이래 가장 급격한 금리 인상과 통화 루피 약세로 성장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 런민대 류루이 경제학원장은 “중국이 바오바(保八·8%대 성장률 유지)에 성공하는 등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를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지난해처럼 평균 7%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면 브릭스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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