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망 중립성’논쟁이 전쟁으로 격화됐다. KT가 스마트TV에 대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겠다고 나섯기 때문이다. SK와 LG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은연중에 거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야 한다”며 “소비자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중재해야 할 방통위는 최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측근 비리로 사임함에 따라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일반 사용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일 KT는 통신사 중 처음으로 트래픽 과부하를 핑계로 스마트TV에 대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KT는 같은날 오전 세종로 KT 기자실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하는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제한 조치를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KT는 “이는 다수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KT의 유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시청자들은 기존 방송 시청이나 초고속 인터넷 이용은 전처럼 할 수 있지만 스마트TV의 앱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 스마트TV 누적 판매 대수는 100만대 가량이며 이 중 10만대가 스마트TV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TV 이용자들은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각자 가입해 있는 통신사의 유선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KT가 전면적인 트래픽 제한에 나설 경우 가전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소비자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망중립성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일부 앱과 서비스를 중지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마트TV 업계 관계자는 “KT의 설명대로라면 동영상 다시보기 등의 서비스만 일시 중단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상당수 사용자들이 웹서핑, SNS 등 인터넷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망중립성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쪽으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TV 가지고 있으면 무단사용자?
스마트TV 보급이 활성화되자 KT와 SK브로드밴드, LG U+ 등 통신사들은 작년 6월 이후부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소니 등 스마트TV 제조사에 “인터넷 사용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해 달라”고 요구하며 “스마트TV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이날 KT는 “스마트TV 사용은 네트워크 프리라이딩(Free Riding)”이라고 규정하고 “스마트TV를 통한 인터넷망 무단사용이 확대되고 있어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접속 제한 사유를 밝혔다.
KT는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노출시키기 때문에 동영상의 경우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는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KT는 “때문에 소수의 스마트TV 사용자가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일반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인터넷 웹서핑도 힘든 수준까지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경영경제연구소는 작년 보고서를 통해 “2013년에는 스마트TV 보급 대수가 올해의 3배 이상 증가하고 트래픽 발생량도 4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KT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TV 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미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나 IPTV 사업자들은 인터넷망에 대한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마찬가지로 유선네트워크를 제공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TV 제조사들과 망대가 산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당장 KT와 마찬가지의 접속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스마트TV가 트래픽 과부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KT의 조치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스마트TV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안할 때 제조사와 망대가 부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당장 접속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지만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 통신사-제조사 ‘티격 태격’, 손 놓은 방통위
KT의 스마트TV 접속 제한 조치에 따라 통신업계와 망 사용 업체 사이의 ‘망 중립성’ 논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트래픽은 내용과 서비스, 단말기 종류 등과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으로, 그동안은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통신업계와 망 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인터넷 사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왔다.
지난해부터 통신 3사는 통신사업자연합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스마트TV와 관련한 망 사용료를 논의하자고 요구해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부의 망중립성 정책이 결정이 먼저라고 맞서왔다.
통신사업자들은 지난해 수차례 통신사업자연합회를 통해 스마트TV 사업자와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하려 했으나 스마트TV 사업자들이 이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기관 내부적인 문제 떄문에 아직도 스마트TV와 관련한 망중립성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KT는 "망중립성 논란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며 통신망 무단 사용에 대해 사용 대가를 지불하라는 요청에서 나온 조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TV 업계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마트TV 제조 업체들은 “정부의 망중립성 정책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KT가 스마트TV 의 인터넷 접속제한 조치에 나선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대다수 TV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고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으로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 확보를 앞세워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의 발표는 망중립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결국 소비자 피해를 불러오는 처사”라며 “TV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 모두 인터넷을 주요 기능으로 제공하는 데 결국 이 모든 것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전 세계 스마트TV 시장을 국내 가전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여기에 악영향을 끼칠 여지가 크다”며 “지난해 망중립성 논의가 진행될 때 KT측에 이미 이같은 의견을 이미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측에서는 삼성전자가 협상 요구를 무시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정부의 망중립성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KT의 이번 조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면서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스마트TV 인터넷망 차단 조치에 대한 제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KT의 ‘차단 행위’는 이용자에게 현저한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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