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양그룹’ 좌초되나?

강수지 / 기사승인 : 2013-09-30 11: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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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히고 ‘사면초가’ 구조조정 국면

그룹 계열사 법인카드 정지로 업무 마비
동양증권 CMA 자금 약 3조원 이상 이탈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피해 방지 총력을”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동양그룹이 자금난에 빠졌다. 은행권에서는 동양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지만 선뜻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회사채 발행은 발이 묶였고, 그룹 계열사의 법인카드가 정지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거기다 동양증권 CMA의 자금이 약 3조원 이상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자금난 악화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나서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 “동양그룹이 갖고 있는 대응 가능한 카드는 적어 보인다”며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지만 기대만큼 자금 유입이 이뤄질 지, 또 시장성 여신을 차환하기 전 매각이 매듭지어질 지는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전망이다.

동양그룹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조달했다. 때문에 은행 거래가 적었다.

동양그룹이 은행권에서 빌린 자금은 약 6000억 원에 불과하다. STX그룹 계열사가 은행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의 규모가 11조원을 웃도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 밖에 산업은행은 5000억 원, 우리은행은 700억 원, 농협은행은 500억 원을 은행권에서 대출받았다.

반면,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등 비협약채권은 2조원이 넘는다. 이로 인해 주채무계열 대상에서 동양그룹은 제외돼 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사정이다. 따라서 채권은행이 문제가 되고 있는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의 CP와 회사채에 나설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여신은 모두 동양시멘트에, 산은과 농협은행의 여신도 동양시멘트와 ㈜동양에 집중돼 있다.

산은의 관계자는 “우리는 ㈜동양과 시멘트에만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그룹 전체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며 “레저와 인터내셔널과는 상호간 지급보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별 타격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관계자도 “여신이 많아야 주 채무계열로 선정돼 채권단이 구성될텐데 동양은 자체조달을 주로 하는 회사가 아니냐”며 “동양그룹으로부터의 지원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에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것과 관련,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CP와 회사채 발행은 일반적으로 높은 금리를 얻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는 조달방식인데 굳이 은행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전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추가 지원을 하는 것이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로 향하는 경우보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갈 경우 추가충당금을 쌓아야 하겠지만 여신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며 “오히려 지원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시작하는 것은 불필요한 모험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업무부터 개인까지 동양그룹 사태 피해
지난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을 비롯한 계열사의 명의로 발급된 일부 법인카드가 정지됐다. 또 다른 카드사는 동양증권과 협의한 끝에 법인카드의 한도를 하향 조정해 동양증권이 업무상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범위를 줄였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카드사마다 내부적으로 법인을 평가하는 등급 기준이 있는데, 최근 동양그룹의 자금난이 가시화되면서 기준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며 “기준이 하락하면 한도가 줄어들거나 카드 사용이 정지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유치 등 영업활동을 위해서 차를 마신다거나 점심식사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인카드의 사용이 정지됨에 따라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동양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해지와 펀드 환매 등을 통해 약 3조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3일과 24일 각각 1조원 정도의 예탁금이 인출됐다”며 “25일 오전 기준으로 하면 어제의 절반 수준으로 예탁금 인출규모가 줄었다”고 밝혔다.

동양증권의 한 관계자는 “고객 예탁자금 안정성 논란이 일어나기 전 CMA 자금은 8조원 정도를 기록했는데, 거기에서 2조원이 빠졌다고 보면 된다”며 “CMA는 수시 자유 입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안한 투자자들이 현금성 자산을 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자금난 악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동양이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부실한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약 5만 명에 달하는 개인들에게 판매하면서 개인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5만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기업어음 약 4563억 원을 개인투자자 1만5900명에게, 전량에 가까운 회사채를 개인투자자 3만1000명에게 판매했다.

센터는 “동양은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각각 1조원씩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반면 금융권을 통해 조달한 액수는 9000억 원 정도로 전체 차입금의 3분의1도 되지 않는다”며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저리의 금융권 차입 대신 고금리의 기업어음,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는 신용평가사의 엉성한 평가만 받으면 얼마든지 발행이 가능하다”며 “기업들은 저금리이지만 까다로운 금융권 대출 대신 고금리의 기업어음,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고 그로 인한 위험이 대출심사 능력도 없는 일반 개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동양은 오는 30일과 다음달 24일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99억 원과 351억 원을 차환 발행하기 위해 지난 26일 65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었지만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는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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