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정부 내년예산안 국회 차원 전면 재검토 예고
朴, 내년예산안 경제활성화·재정건전성 유지위한 것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부터 국민세수 증액까지 불사하며 대통령이 되기 전 약속했던 공약을 잇달아 번복파기하며 국민의 비난을 사고 있다. 여야는 지난 26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과 대선에서 약속한 공약 등이 상당수 후퇴 또는 철회된데 따른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일제히 박근혜 정부의 공약조정에 대해 대국민 사기라며 격하게 비난하며 강공을 쏟아붓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 자체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현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朴대통령 "기초연금, 어르신 모두 지급 못해 죄송한 마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초연금을 둘러싼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 "(기초연금을)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기초연금 공약 수정 논란에 대해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같이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하지만 이것이 결코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라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로 재정을 수반하는 대부분의 공약은 계획대로 내년 예산안에 담겨 있다"면서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기 내 공약 실천 위해 최선 다할 것"
이날 박 대통령은 논란의 핵심인 기초연금에 대해 이처럼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도 정부의 입장을 적극 밝히고 향후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가입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게 되는 총급여액은 늘어나 더 이익이 된다. 어떤 경우에도 연금에 가입한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도록 돼있고, 연금에 가입해서 손해보는 분들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복지를 비롯한 정부 공약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이라며 "앞으로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안은 자신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한 것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기초연금을 도입해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하신 많은 어르신들게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 소득을 보장해드리고 1인1연금을 정착시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또 "2008년에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은 급여액이 9만6000원으로 너무 적어서 그것으로는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이것으로는 어르신들의 생활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연금과 연계가 돼 있지 않아 국민연금이 성숙돼도 그것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만들고자 기초연금 도입을 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약속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당선 뒤 이뤄진 기초연금 도입 논의를 들어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하게 돼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넘기는 문제가 지적됐다"며 "소득상위 20∼30%는 제외하고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데 대해서 합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향후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에 대한 의견수렴을 해나가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경제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세수확보 등의 모든 노력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권과 국민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제2의 한강의 기적 일으켜야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민생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의 협력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정성과 진실을 담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어르신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언급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런 저런 의미를 붙이기보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말씀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예산안에 경제살리기 절박함 담아"
박 대통령은 이날 의결한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내년 예산을 짰다"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정해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절박함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세수결손이 크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금년도 세입 예산이 과다하게 편성된 결과 올해 세입은 당초 예상보다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고 12조원에 달하는 세입감액 추경을 했지만 여전히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정수지가 금년보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면서 수출과 투자에 대한 지원 확대, 창조경제 기반 확충,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려서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재정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려를 했다"면서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반드시 필요한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서 신장성이 높은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에 넘김으로써 보육을 비롯한 복지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입 감소로 악화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특단의 노력도 담았다"며 "업무추진비와 여비의 10% 감축, 고위 공무원 보수 동결 등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최대한 최대한 절약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당면과제인 경제활성화와 중장기 과제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총수입 370조7000억원, 총지출 35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5년간 국가채무 비율을 GDP대비 30% 중반대로 관리키로 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與野, 정부발표 내년예산안 시각차 뚜렷
여야는 26일 발표된 내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반면 야권은 조목조목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전면 재검토를 예고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당초 의원들이 많이 걱정했던 사회간접자본(SOC)과 농업분야예산 축소는 걱정을 안 할 정도로 많이 완화가 돼있는 안이 현재까지 와있다"고 평했다.
최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세수 상황이 정말 녹록치 않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당정 간에 진통이 많았다. 정책위와 정부 간에 10여 차례 이상 협의가 있었고 공약실천과 지방재정 확충 등 복잡한 산식을 풀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있었다"며 "국회 심의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심의과정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향후 예산심사 방침을 밝혔다.
같은당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당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있어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중점을 두고 재정적자를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지출을 증액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했다"며 "정부 측에서 그것을 받아들여 최종 예산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의장은 "SOC 부분에서는 당초 정부가 잠정적으로 편성했던 예산보다 더 많이 증액시켰다. 그래서 지역 경제활성화, 지역공약 이행 등을 위한 신규 사업의 투자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달라는 당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돼 개선됐다"고 평했다.
그는 "농림부문 예산은 규모가 작아도 올해 2013년도 본예산보다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요청을 했는데 정부 측에서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금년도 예산 대비해 증액된 규모로 편성했다"며 "이것 또한 당의 입장을 반영한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예산안을 혹평하며 공약·민생·미래를 포기한 '3포예산'이란 지적을 내놨다.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예산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내년 예산안은 국민의 삶을 도외시한 서민 중산층 죽이기 예산"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부엌의 행주로 여기는 것 같다. 심하게 쥐어짜고 있다"고 예산안을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오늘 박근혜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와 비장한 결의를 갖고 예산 투쟁이 아니라 전면적인 예산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내년도 예산안은 빚더미 예산, 거짓말 예산, 무책임 예산 지방 죽이기 예산 등 한마디로 공약포기, 민생포기, 미래포기 3포예산"이란 평을 내놨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민주당은 향후 '예산전쟁'에 준하는 자세로 예산안 심사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민주당은 "2014년 예산안은 민생살리기 예산, 민주주의 살리기 예산, 지방살리기 예산, 재정살리기 예산이 돼야 한다"며 "영포예산, 사모님예산, 특정단체 특혜지원 등 MB정권하에서 비일비재했던 특정인·특정지역·특정단체 지원 등 권력형·특혜성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민주당은 예산안에 편성된 내용 중 개발도상국 새마을운동 확산 사업, 비무장지대 평화공원조성 사업,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의 예산 삭감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간사인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30일과 다음달 1일 기재위 개최소식을 알리며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가 계획한 대로 시행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세제개편안 역시 함께 (여야 합의가)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와 새누리당을 겨냥, "예결위를 넘기 전에 기재위를 먼저 넘어야 한다. 기재위에서 열릴 세법 전쟁에서 저희를 딛고 가야만 예결위를 갈 수 있다"며 "지금의 세제개편안으로는 안 된다. 부자감세 철회를 반드시 기재위에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의하면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오히려 100억원이 적자가 난다. 당초 국세수입 7조6000억원을 세제개편을 통해서 확보하겠다고 한 약속은 이뤄질 수 없게 됐다"며 현재 정부가 제시한 세제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재위원이자 예결특위 위원인 조정식 의원도 이날 간담회에서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 기재위에서 기획재정부 현안질의를 위한 상임위를 개최키로 했다"며 "작금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 거짓말을 강력하게 상기시키고 따질 것이다. 앞으로 기재위 활동과 예산 전쟁에서 복지공약을 관철시키고 부자감세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윤관석 의원은 "공약을 무시하고 민생을 무시하고 지역을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철저한 국민 기망행위"라며 "핵심공약은 사과 한마디 없이 손바닥 뒤집듯 헛공약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대규모 적자예산 편성으로 정부재정을 파탄내고 지방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대선 핵심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국민기만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복지축소 두고 공방…“공약조정" vs "대국민 사기”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복지공약 축소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공약의 '일부조정'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약파기가 아니라 공약조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사실 (대선 당시 재정상황을) 다 추계했고 현재도 그것을 기반으로 안을 만들었다. 추계가 잘못되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상위 30% 부분만큼 사실 하위 소득자에 해당되는 무연금 가입자라든지 그 외에 나머지 분들한테 더 골고루 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자감세 철회 주장과 관련, "(이명박정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봉착했을 때 기업의 활동을 더 부추기기 위해서 다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였다"며 "만약 법인세 인하를 하지 않았을 경우 투자가 더 줄어들고 그래서 성장률이 더 저하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또 증세문제와 관련, "세율을 인상하기 전에 해야 될 부분이 탈세나 체납을 빨리 바로 잡고 또 하나는 비과세 감면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라며 "만일 그러지 않을 경우에 많은 성실하게 납세하는 분들이 상당히 더 불리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그러나 "지난 대선은 대한민국의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주요 화제였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그래서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셨는데 7개월도 안 돼서 다 뒤집어버리고 아예 빈껍데기로 만들어 버리면 대통령은 왜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사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해버린다면 대선 때 대국민 사기를 친 것 아니냐"라며 "경제사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복지공약 후퇴가 없다고 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무능하고 매우 큰 결함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재정사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명박정부 때 실시됐던 소위 부자감세를 복원하고 세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며 "경제사정이 안 좋으면 무조건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축소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때와 똑같이 낙수효과라는 것을 근거해서 대기업을 지원하면 경제에 부흥을 일으킬 것이란 잘못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며 "그런 경제정책은 이미 끝난 것이 사실로써 증명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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