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개선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역대 가장 많은 21개 금융법안의 제.개정을 추진한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정책의 완화, 보험.증권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 허용, 중소기업 지원 문제와 직결되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한국개발펀드(KDF)의 설립 등을 담은 쟁점 법안들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과 개인 신용정보 보호의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민생 법안들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당시 국회 일정 때문에 보류됐지만 이번에 다시 국회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산업은행법 등 18개의 법률 개정안과 불법추심방지법, KDF법 등 3개의 법률 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민영화하고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이어받는 KDF를 설립하는 법안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은행을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와 같은 국제적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구상이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정부 지원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산업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이미 하향 조정해 민영화 이후 대외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민영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까지 맞물릴 경우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1단계로 연기금과 사모펀드(PEF)에 대해서 산업자본으로 판단 기준을 일부 풀어주고 2단계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4%에서 8~1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보험이나 증권지주회사에는 자회사로 제조업체를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금융산업에 국내 여유자본을 끌어들이고 금융회사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의 금융 지배를 초래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가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공공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도 논란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 시민단체에서는 개인의 질병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업무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들 법률과 달리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민생 법안의 처리는 다소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을 고쳐 개인 신용정보가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마케팅 목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동의했더라도 이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부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로 오인되지 않도록 상호에 '대부'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고 무등록 대부업체가 법정 이자 이상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넣은 대부법업 개정안은 입법예고 중이다. 불법 추심방지법을 만들어 심야 빚 독촉을 막고 불법 추심 행위는 강하게 처벌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밖에 자본시장통합법을 개정해 국내에도 헤지펀드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률도 제정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법안 가운데 금산분리 정책과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민감한 사안이 많아 원안대로 처리될지 예단하기 힘들다"며 "최근 관련 전문가와 교수들의 의견을 들은데 이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제.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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