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지난 2일 중기부와 ‘중소기업 혁신 네트워크 포럼’ 개최
한경연 “유출행위 입증이 중요···정부차원의 역량강화 필요”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중국에 넘긴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기술유출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카이스트는 지난 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중소기업 혁신 네트워크 포럼’을 열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지원의 핵심 역할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카이스트 전자공학부 교수 이모씨는 중국 정부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지난 5월 대전지검에 고발됐다. 현재 이 교수는 출국 금지 상태다.
이 교수가 유출한 기술은 자동차가 주변 물체를 인식해 스스로 피해 가는 기술로 자율주행의 ‘중추 신경계’로 불릴 만큼 핵심이다. 이를 두고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차량공유 기업 우버가 2700억원대의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해당 기술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개발한 기술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핵심기술일 경우에는 사안이 무겁다.
핵심기술이란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외국에 산업기술을 유출할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그리 무겁지 않다. 이에 국내에서 처벌을 받더라도 중국에서 챙기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가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기술 유출 사고는 2003년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는 산업스파이 국가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2012~17년 중국이 훔쳐간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은 △고부가가치 선박 설계도면 △LNG선 건조기술 등 조선기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기술 △OLED 세정기술 등 모니터 액정기술 △2차 전지(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에 관한 소재와 제조기술 등 12건이다.
이 기술들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경쟁우위에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기술이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해 진단키트, 백신 등 국내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이를 해외로 유출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 해킹, 무역사기, 내부자 반출 등 각종 방식을 통한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산하 중소기업 기술지킴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국내 생명공학 분야 기업 대상 사이버 해킹 시도는 9건에 그친 반면 지난달 53건을 기록하며 3개월 사이 6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랜섬웨어 피해 신고도 올해 2월 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13건으로 늘었다.
정부도 지난해 국가핵심기술을 고의로 유출했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도입했지만 현장에선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기술유출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안이 복잡해 1심 재판에만 짧게는 1년 이상 소요되고 3심까지 가면 6~7년 이상 허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기업들에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피해 기업이 기술개발이나 상용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이 오히려 기술 탈취 기업이 앞서나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내부자에 의해 이뤄지는 기술유출은 처벌이 쉽지 않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가의 경제기반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탄소섬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기술유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큰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정책팀 권혁민 팀장은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의 기술 유출 행위 자체를 입증하거나 밝히는 것이 어려워 처벌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벌 전 단계에서 기술 탈취를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사례가 많이 쌓인 후 처벌 수위를 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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