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어발 확장’ 막는다더니···10년 전보다 오히려 늘어

신유림 / 기사승인 : 2020-07-10 11: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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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계열사, 10년 새 359개 증가
대기업 계열사 확장, “경제발전 저해” vs “새로운 시장 개척”
국내 30대그룹 신규진입 9개 사의 1년간 계열사 추이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국내 30대그룹 신규진입 9개 사의 1년간 계열사 추이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는 정부의 오랜 의지에도 불구, 국내 30대 기업의 계열사가 10년 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30대 기업의 지난 10년간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1377곳(상장사 19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369곳 증가한 수치이며 이중 상장사는 40곳이다.


30대 그룹의 지난해 자산규모는 3156조원, 시가총액과 매출은 각각 1037조원, 1423조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새 자산은 101.8%(1592조원), 시총은 76.2%(449조원), 매출은 54.0%(499조원) 증가한 것이다.


또 이번에 30대 그룹에 신규 진입한 그룹은 총 9곳으로 △농협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카카오 △한국투자금융 △교보생명보험 △하림 △영풍 △KT&G 등이다.


반면 △STX △하이닉스 △DB △현대 △현대건설 △동국제강 △KCC △한진중공업 △한국GM 등은 자산 축소, 인수합병에 따른 소멸 등으로 30대 그룹에서 빠졌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 상위 6개 그룹은 10년 전과 순위가 같았다. 이 중 10년 전 공정자산 규모 100조원을 넘긴 그룹은 삼성과 현대자동차뿐이었지만 이후 SK, LG, 롯데가 100조원 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국재 주요 대기업 현황 (자료:CEO스코어)
국내 주요 대기업 현황 (자료:CEO스코어)

이 같은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017년 2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상생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행위를 억제해 문어발 확장을 제지한다는 명목으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계열사 확장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대기업 전담조직 ‘기업집단국’에 대기업의 계열사 수 확대를 문제시 삼는 발표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는 결국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부추긴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에 30대 그룹에 신규로 진입한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계열사를 폭발적으로 늘린 그룹이 눈에 띈다.


먼저 카카오의 지난 5월 기준 계열사 수는 97개로 전년 동기(71개)대비 26곳이나 늘었다. 농협 또한 지난 5월 기준 계열사 수는 58개로 이는 전년 동기(44개)대비 14개나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문어발식 확장 덕인지 두 회사는 올해 30대 그룹에 진입했다.


이밖에도 SK그룹 계열사 수는 올해 5월 기준 125개로 전년 동기(111개)대비 14개 늘었으며 2010년(75개)과 비교하면 무려 50곳이나 증가했다. 한화그룹 역시 지난해 5월 75개 계열사를 올 5월 86개로 11개나 늘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가는 “한국의 대기업은 그 형태 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이는 재벌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재벌은 패망 전 일본 기업을 모델로 성장했다”며 “중소기업 영역 침범이 줄지 않는 등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외국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기업집단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지배구조와 종속관계로 얽혀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팀 관계자는 “최근 행보를 봤을 때 정부는 사실상 재벌개혁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대기업 계열사가 늘어나는 현상은 선순환적인 경제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소 경제정책팀 관계자는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에 대해 일부 특정 집단에서 경제적 집중으로 귀결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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