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웃음 부르는 SK의 '이상한 동반성장'

김세헌 / 기사승인 : 2013-10-28 14: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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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유소 석유 전량구매 장기간 강요…무소불위 甲질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최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식 영업형태는 정유사들이 주유소를 상대로 벌이는 영업행태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주유소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은 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정유사들의 불공정 행태를 여실히 대변해주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가 경제민주화에 동참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여전히 불공정한 거래를 이어와 동반성장을 뒤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SK에너지가 주유소에 ‘갑의 횡포’를 일삼는 행태가 번지면서 업계와 소비자의 비난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전량구매’ 계약이 아직도 SK주유소에서 벌어져 업주들의 금전적인 피해가 증폭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구매’ 계약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는 ‘본계약(석유공급 계약)이 만료됐어도 부수계약(시설물 계약)이 남아있으면 가장 마지막에 종료되는 부수계약의 기간까지 본계약이 연장된다’는 조항을 둬 사실상 석유 전량구매를 장기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SK에너지를 비롯해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이 주유소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유소에 장기 노예계약 강요 논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각 정유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정유사들은 편법적인 불공정 계약을 통해 주유소들과 계약 기간을 장기로 유지하는가 하면, 자사 석유의 전량 구매를 유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9년 2월 4대 정유사들이 자사 소속 주유소와의 계약에서 장기·전량구매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그렇지만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공급 계약서’를 통해 유류 공급계약을 1년 단위로 맺은 뒤에도 시설물 지원계약을 추가로 5년 단위로 체결해 사실상 편법적으로 전량 구매 계약을 장기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계약기간 중 해지를 막기 위한 독소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기간 중 주유소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주유소에 대한 위약 대가로 ‘최근 3개월간 매출액의 30%를 배상하고, 계약의 유효기간은 가장 장기로 맺은 계약, 주로 5년으로 맺은 시설물 지원 계약이 우선한다’로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지원한 시설물에 대한 배상도 잔존가액이 아닌 취득가액으로 정산하도록 하는가 하면, 시설물 가액의 30%를 위약금으로 추가 배상하도록 하는 등 주유소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강요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에 따르면, ‘석유정제업자와 주유소의 공정한 거래에 관한 기준’은 자금과 시설 지원 금액의 최대 10% 범위 이내에서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이를 위반한 격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현재의 계약 구조는 자영 주유소에서는 어마어마한 위약배상금이 무서워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사실상의 노예계약”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정유사들은 혼합판매 계약에만 상품권 취급 수수료를 징수하고, 혼합판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포인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해 전량 구매 계약을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전량구매 계약에는 없는 ‘수시 현장실사 규정’을 통해 정유사의 방침과 맞지 않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정유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당초 계약서에 대해 공정위의 검토를 받은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도 “당시 혼합판매 비율과 관련된 내용만 검토했을 뿐 계약 사항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심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공정위가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계약서를 바탕으로 정유사들은 석유시장의 과점 체제 하에서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면서 “불공정한 계약 조건으로 1차적으로는 자영 주유소들이, 2차적으로는 기름을 싸게 사려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히며 불공정한 계약서 내용의 시정을 촉구했다.


일반유 인상에서 군납유 입찰까지 ‘담합 또 담합’


SK에너지 등 정유사들의 불공정한 행태는 비단 주유소와의 계약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기름값 담합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에 더해, 최근엔 군납유류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3곳의 기름값 담합 혐의가 최근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지난 8월 법원은 기름값 인상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SK 등 정유사 3곳에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같은달 16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S에너지K와 GS칼텍스에 각각 벌금 1억5000만원과 1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오일뱅크에 대해서는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검찰이 약식기소한 1억원에서 3000만원을 감액한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정유사들의 군납유류 입찰 담합이 같은 달 밝혀지면서 손해배상금이 국고로 환수되기도 했다. 총 1355억원이 13년 만에 국고 환수조치된 것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1999년 국정감사에서 군용유류를 고가로 구매한 의혹이 제기됐고, 2000년 6월 감사원 감사결과 당시 국방부 방위사업청(옛 조달본부)가 5개 정유사로부터 군용유류를 고가로 구매해 총 1231억원의 예산낭비가 드러났다. 손해배상금을 물어야하는 정유사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인천정유 등이다.


방사청에 따르면 1999년 국정감사에서 군용유류를 고가로 구매한 의혹이 제기됐고, 2000년 6월 감사원 감사결과 당시 국방부 조달본부(現 방위사업청)가 5개 정유사로부터 군용유류를 고가로 구매해 총 1231억원의 예산낭비가 드러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정유사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군납유류 입찰과정에서 사전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1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조달본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는 별도로 5개 정유사를 상대로 ‘군납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방위사업청은 끈질긴 소송 끝에 정유사의 입찰 담합행위뿐만 아니라 국가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에 대해 명확히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기준과 판례 등이 없어 법원은 판결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이에 법원은 정유사 측과 방위사업청에 1355억원의 손해배상금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양측은 법원의 권고결정을 받아들여 13년 만에 135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국고로 환수 받을 수 있게 됐다.


끊이지 않는 사후정산제, 해법은 없나


석유제품가격의 사후 정산제와 관련한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정유사가 휘발유, 등·경유 등 석유제품가의 사후 정산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주유소 업계는 사후 정산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이 행해오고 있는 사후정산제는 주유소가 기름을 주문하면 정유사는 대략적인 가격만 알리고 1~2주 등 일정기간 경과 후 가격을 확정해 기름 값을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대법원은 에쓰오일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주유소가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후 정산이 공정거래를 저해할 만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정유사의 사후 정산 관행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8년 일부 주유소들이 부당한 거래 관행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문제가 제기돼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 당시 전국 주유소의 62%인 7600여개 주유소의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같은해 12월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통해 정유사들의 사후정산 행위는 소위 ‘갑을 관계’에 따른 불공정거래에 해당함은 물론 주유소가 정확한 도매가격을 모른 채 소비자 가격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소매가를 최대한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에쓰오일은 ‘사후 정산이 아니라 사후 할인’이라며 반발,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에쓰오일 측은 “유류가의 시세차 때문에 임의가로 선 공급 후 실거래가로 재정산,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오히려 횡포가 아닌 혜택을 줬다"면서 “지금까지 정산 금액이 선 공급 금액보다 높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를 인정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유소 업계는 당시 판결과 상관없이 사후 정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가격 공개는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가 정유사 우월적 지위에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정유사는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면서 가격은 합의해 결정한다는 계약조항을 무시한 채 합의 없이 입금가격을 통보해 석유를 공급한 다음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정산하는 형태의 거래를 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에 맺은 유류공급계약서에는 ‘공급가격은 상호 합의하여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은 가격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월말에 집중적으로 기름을 밀어낸 다음 익월 초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는 주유소와 맺은 유류공급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위반하는 불공정거래이자 횡포라는 연합회의 지적이다.


사후정산 행위는 석유 유통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거래 상 열위에 있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거래행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정유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유소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정유사들끼리는 공정한 경쟁을 회피하려는 담합행위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러한 결과로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고 있는 셈이다.


주유소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월말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처럼 하면서 주유소에 밀어내는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제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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