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산개발사업 파산에 따라 투자자로 참여했던 국민연금공단이 보험료로 투자했던 1294억원을 모두 손해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용산개발 시행사였던 드림허브 본사에 설치된 용산개발 건축 모형 모습.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지난 2007년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지난 10일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을 해제하며 최종 백지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용산개발사업 파산에 따라 투자자로 참여했던 국민연금공단이 보험료로 투자했던 1294억원을 모두 손해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용산개발사업이 민간사업인 만큼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사업이라는 31조원 규모의 용산 개발 사업은 2007년 시작된 이래 6년간 실질적으로 5조원 손실만 남긴 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간출자자들의 손실은 물론,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도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함께 큰 손실을 입었다. 지역 주민들과 철도시설 상가 세입자들도 지난 6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해 6000억원대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용산개발사업 투자금 1300억 고스란히 탕진
“수익률만 보지 말고 손실 가능성 살폈어야”
용산개발사업은 지난 2006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채무 4조5000억원을 갚기 위한 용산 철도기지창 개발 사업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2007년 인허가권자인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을 편입시키면서 서울 용산구 51만5483㎡ 부지에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사업 중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사업 주관사 변경, 대주주간 갈등, 자금난 등 내홍에 시달리다 지난 3월 자산담보부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후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사업 무산으로 국민연금공단과 코레일, 롯데관광개발 등 30개 출자사들은 출자한 자본금 1조원 등을 날리게 됐다. 출자사는 물론, 부지 편입 후 6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약 받아온 서부이촌동 주민, 해외 투자자, 건축가 등 대규모 국내외 소송전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현재 서부이촌동 일대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현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주민 의견을 수렴, 연말까지 지역재생 차원의 도시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언주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용산개발사업에 총 1294억원을 투자했지만 사업 백지화로 지난 6월 투자금액을 전액 손실처리했다.
투자 당시 국민연금공단 내부의 리스크관리실에서 사실상투자에 보수적인 의견을 개진했는데도 내부 전문가들의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무시하고 무리한 투자를 결정해 결국 손실은 국민이 껴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연기금 고갈을 국민이 우려하는 상황에서 수익률에만 목을 매고 투기성 자금 운용을 하면 이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수익목표를 정하고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 등 장기적인 관점을 고려한 투자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측은 당시 민간 위원들까지 참여한 대책투자위원회에서 용산개발사업 투자를 논의하면서 리스크 관리실에서 사업비용 증가 등 위험요소를 지적했지만 투자를 하지 않을 정도의 큰 위험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또한 평균 수익률 면에서도 분산 투자 등을 했기 때문에 이번 손실로 인한 수익률 변화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했고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는데 좌초돼 공단 입장에서도 안타까울 뿐”이라며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고 다양한 위험요소를 고려해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4년간 위탁투자했던 주식과 채권을 직접투자로 돌렸다면, 3조3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이 직접투자보다 수익률이 저조한 위탁투자사에게 3000억원의 수수료를 몰아줘 비합리적인 투자를 해왔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24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주식·채권 투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공단이 위탁투자사에 투자한 금액을 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직접투자했을 경우 위탁투자사에게 지급된 수수료까지 더해 합산하면 3조3274억원의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공단이 한해동안 84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국내위탁투자를 하고 있지만 직접투자보다도 못한 수익을 내고 있어 이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고 중복투자문제도 심각하다”며 “연기금 수익률이 1%만 올라도 기금 소진시기는 8년이나 늦춰지는 만큼 국민연금공단의 위탁투자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403조3000억원의 운용자산을 채권 59%, 국내주식 18%, 해외주식 9%, 대체투자 9% 등의 비율로 투자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국내 채권 비중을 60% 이하로 유지하는 대신 국내주식을 20% 이상,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운바 있다.

4대강 참여 건설사 집중투자 논란
삼성물산 등 16곳 1조9300억원 투자
국민연금공단의 투자와 관련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단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채권을 집중 매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부터 사업에 참여한 16개 건설사 채권을 매입해 지난 3월까지 총 1조93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16개 건설사에 투자한 1조9300억의 64.8%인 1조2499억원이 삼성계열 건설사에 투자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4대강 사업이 끝난 2012년 6월 4대강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19개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등 과징금 처분을 받은 7개 업체에 채권투자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시정명령을 받은 한화건설, 경고조치를 받은 롯데건설 등에도 채권투자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금공단이 투자한 다수의 4대강 사업 참여업체보다 신용등급이 높지만, 채권 투자를 받지 못한 건설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엠코의 경우 4대강 사업 비참여업체로서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지 못했지만, 현대엠코보다 신용등급이 같거나 낮은 4대강 참여 건설사들은 2010년 361억, 2011년 517억, 2012년 1305억 투자를 받았다.
김 의원은 이날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부터 4대강 사업 참여 건설사의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은 국민연금이 4대강 사업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가지기에 충분하다”며 “국민연금은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채권에만 투자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어떠한 정치적인 혹은 정부정책 특혜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찬우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 역시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은 공단에서 직접투자했지만 그외 회사들은 위탁을 관리하는 자산관리 회사에서 했다”며 “삼성그룹이라 집중 투자한 것이 아니라 기금 투자는 원칙적으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량회사채에 투자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또한 “신용등급 핑계를 대며 4대강 사업 참여 건설사에 대한 투자를 정당화하려는 국민연금공단의 거짓이 탄로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금공단은 잘못된 투자를 거짓으로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4대강 사업 참여 건설사에 대한 투자에 대해 국민들께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