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최근에는 안전과 직결된 고속철도(KTX) 부정부품을 납품한 업자에게 뒷돈을 받은 코레일 간부가 검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코레일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논란이 식지않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의 코레일을 향한 집중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의원들이 코레일 사장의 표창 남발, 계열사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는 등 코레일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대구역 충돌 이은 ‘짝퉁’ 부품 납품 비리 ‘충격’
지난달 31일 대구역. 서울행 무궁화호 1204호가 정차중이던 지선에는 1번 신호기가 운행 금지를 알리는 빨간색 신호등을 키고 있었다.
하지만 열차팀장은 신호등을 못 본 듯 기관사에게 무전기로 ‘출발’ 신호를 보냈다. 기관사도 빨간 신호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행을 시작했고 역사 관제실도 운행을 제지하지 않았다.
결국 1204호는 본선 합류 지점에 들어선 순간 서울행 KTX 4012호와 추돌했다. 당시 벌어진 사고는 사고 열차 세편에 타고 있던 승객 1300여명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는 없었지만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레일 간부가 국산과 재고품을 정품으로 둔갑시켜 KTX 부품으로 납품한 업자와 돈을 받고 편의를 봐 준 코레일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되는 일도 발생해 충격을 줬다.
지난 15일 광주지검 특수부(신응석 부장검사)는 15일 서류를 위조해 KTX에 정품 대신 국산과 재고부품 등을 납품한 혐의(공문서위조 및 행사)로 이모씨(53) 등 6개 업체 관련자 7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검찰은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코레일 임직원 2명을 구속했다.
납품업체 대표였던 이 씨등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7월까지 수입신고필증을 위조해 국산이나 재고품을 수입한 정품 부품으로 속여 2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납품한 부품은 29개 품목에 1만1725개나 됐다. 해당 부품은 KTX를 멈추는 데 필요한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3개 품목 2607개의 부품은 같은 방법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지하철에도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KTX는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철도공사가 프랑스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열차다. 국내에서 제작돼 2010년부터 운행하고 있는 ‘KTX 산천’에는 납품되지 않았다.
검찰은 코레일 측 임원이 납품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체 대표로부터 각각 2000만원과 1100만원을 받고 물품 구매계획서를 납품업체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신응석 광주지검 특수부장은 “사용된 부정 부품이 전체 KTX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당장 안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코레일 측은 연루된 임직원 2명을 즉각 직위해제하며 수습에 나섰다.
코레일 측은 “재발방지와 열차 안전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사전 확인, 검사 등의 업무절차를 철저히 보완해 추후 이러한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허위 부품의 재고는 전량 폐기조치하고 원제작사 부품으로 즉각 교체할 방침이다.

또 열차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코레일 기관사, 역무원, 차량관리원이 운행 전 술을 마셨다가 적발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코레일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업무 시작 전 시행한 음주검사에서 혈중알코올이 검출된 직원은 52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2008년 3명에서 2009년 6명, 2010년 8명, 2011년 12명, 2012년 12명으로 4년 사이 4배나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8명이 적발됐다.
업무자 별로는 차량관리원이 전체의 50%인 26명이었고 기관사가 16명(31%), 역무·승무원 9명(17%)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업무 전 음주가 금지돼 있다.
특히 기관사는 지난해 2명이었던 음주 적발자가 올해는 8월까지만 6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 이상의 만취자도 11명(21%)이나 됐다. 이밖에 음주측정을 거부한 직원도 2명 있었다.
하지만 업무 전 음주 사실을 들킨 직원은 대부분 당일 업무정지나 경고 등 가벼운 처분을 받는데 그쳤으며 8명만 정직이나 감봉을 당했다.
또 조직 기강해이, 안전불감증 지적을 받고 있는 코레일이 오히려 사장 표창장을 남발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사고 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2만2982건의 사장 표창장이 수여됐다. 1년 평균 현 직원의 12~13%에 달하는 3800여명이 사장 표창을 받았다. 올해 기준으로 표창이 없는 직원은 7820명으로 전체 직원 10명 중 7명이 사장 표창을 갖고 있는 셈이다.
코레일은 올해들어 9월말까지 3694건의 사장 표창을 수여했다.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사장이 공석이었음을 감안하면 6개월 동안 1달에 600명씩 표창을 줬다는 의미다. 사장 표창이 남발하다보니 2회 받은 직원은 2469명, 3회 이상 받은 직원은 405명에 달했다.
변재일 의원은 “현행 징계운영세칙상 사장 표창 수여자는 징계를 감경 받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표창이 수여되면 변별력이 없다”며 “사장 표창이 오히려 면제부를 주는 것에 불과해 사장 표창을 징계감경조건에서 제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열차사고, 대부분 ‘인재’
코레일의 총체적인 기강해이와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돼 왔다.
지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열차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이중 절반 이상이 관리부실로 빚어진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열차운행사고 발생현황’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열차충동사고는 지난달 8월 31일 총 2건이 있었는데 모두 ‘신호위반’에 의한 것이었다.
열차탈선사고는 총 18건이 발생했는데 이중 10건이 ▲신호위반(3건) ▲유지보수 소홀(5건) ▲업무절차 소홀(2건) 등과 같은 인재에 의한 사고였고, 나머지 8건은 시설장비의 결함이 원인이었다.
김 의원은 “열차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끊어내기 위해 열차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코레일은 “안전제일 경영을 실천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코레일은 지난 7일 오전 전국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는 전국 소속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선진 안전시스템 구축·안전제일 경영 실천을 결의했다.
당시 최혜연 코레일 사장은 소속장들에게 “안전관리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사고 발생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직위해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 도입, 안전실 위상 강화 등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럼에도 안전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지금까지 성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코레일 측 관계자는 “안전관리 대책이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코레일의 방만경영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도마위에 오르고 있어 국민 신뢰 회복에 어려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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