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태광산업의 전 협력사 대표가 태광산업 야외 주차장에서 화염에 휩싸여 숨진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고인이 태광산업 측에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해준 대가로 50억대 배상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죽음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40위권 규모의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모자의 수백억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재계 안팎으로 그룹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대표적인 ‘은둔형 기업’중 하나로 꼽히며 이번 일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태광산업과 서울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태광산업 전 협력사 대표 홍모씨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태광산업 야외 주차장에서 자신의 아들 법인 소유의 승용차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숨졌다.
당시 홍씨는 자동차 후미인 트렁크에 불을 지핀 후 피신하다 자동차 폭발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소방서가 사건 신고 후 3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 화재를 진압했지만 홍씨의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홍씨는 지난 6월 태광산업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이선애 전 상무를 상대로 억대 약정금 소송을 제기, 지금까지 법정싸움을 이어왔다.
지난 6월 태광산업 서울지역 대리점을 운영하던 홍씨는 “태광산업에 300억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해준 대가로 약속한 50억원을 돌려달라”며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 태광산업을 상대로 1억원대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던 홍씨는 지난 2005년 초까지 태광산업 서울지역 대리점을 운영해왔다. 홍씨는 태광산업이 생산한 스판텍스 등 물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도매업을 30년 이상 지속해 왔다.
홍씨는 지난 2005년 1월 태광산업 서울지역 대리점을 종료하면서 주식대물변제 합의서와 부동산대물변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홍씨는 “태광산업 주식 1만여주 등 1만8000여주를 태광 측 명의로 이전한다는 계약을 맺고 111억 5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2005년 2월 서초동과 방배동 소재 20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평택시 소재 70억원 상당의 토지 소유권 이전도 요구해 태광산업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부동산대물변제계약도 체결해 150억여원의 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또 태광산업 측이 홍씨에게 2011년부터 2012년 1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50억원을 주겠다고 구두약정했다며 이를 돌려달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는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4년 6개월과 벌금 10억원, 징역 4년과 벌금 10억원 등의 형을 확정 받은 바 있어 당시 세간에 주목을 받았다.
태광산업 측은 소송이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 홍씨가 사망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당시 소송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우리와 30년간 거래했던 분인데, 많이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단 고인과 우리는 납품관계로 이어진 ‘갑을 관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섬유제품을 공급받아서 판매한 도매업자로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토요경제>의 관련 취재가 들어가자 ‘갑을관계’로 문제가 확산될 것을 몹시 우려한 듯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번에 불거진 소송과 관련해서는 “당시 태광산업으로부터 외상이 70~80억원에 달했던 대리점이 2004년 말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부도가 나 돈 대신 부동산 등 대물 변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 측은 “홍씨가 대물변제한 부동산 값이 당시 시세보다 크게 띄면서 태광이 실차익을 누렸으니 그 차익을 돌려달라는 것”이라며 “현행 법 상 대물 변제는 당시 가치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또 홍씨가 태광에서 50억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개인간 거래도 차용증을 쓰는데 50억원의 거액을 구두로 약속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부인해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안타깝다는 것 이외에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도덕적.윤리적으로 갑작스런 홍씨의 죽음에 의문부호는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유가족 측의 추가적인 대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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