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번쩍번쩍나는 '골드'의 이미지는 언제나 값지고, VIP 대우의 대명사다. 그래서 지갑에 골드 카드 한장 꺼내는 이들은 성공한 자로 통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최근 '골드미스'라는 신조어가 등장, 그간 혼기가 꽉차 처치곤란에 처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올드미스'와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게다가 골드미스를 희망하는 젊은 여성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골드미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나 드라마 속에는 '골드미스' 한 명쯤은 꼭 등장한다. 영화 '미스터로빈 꼬시기'에서 외국계 M&A 회사에 근무하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일과 사랑을 모두 놓치지 않는 엄정화나 드라마 '달자의 봄'에서 일과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홈쇼핑 머천다이져 달자(채림)도 모두 골드미스다.
골드미스는 세계적 트렌드인지 미국 뉴욕의 30대 독신 여성의 삶과 사랑을 다룬 TV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도 골드미스의 표본이 되는 여성 4명이 총출동한다.
최근 고학력에 비교적 고연봉자로 일이나 학업 때문에 결혼시기를 놓친 30대 중후반의 여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골드미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일명 '올드미스'로 불리며 찬밥 취급을 받던 30대 여성들이 능력 여하에 따라 골드미스라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시집 못간 노처녀'라는 사회적 통념에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해 인정을 받고, 결혼 직전이라 여유 있는 시간과 자금을 자신에게 투자할 줄 아는 '잘 나가고 멋있는 여성'이다.
여기에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옷 맵시으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골드미스는 1월 현재 약 3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1999년 골드미스와 같은 의미인 하이미스를 조사한 결과 약 2만명에서 급상승한 결과다.
상황이 이쯤 되자 골드미스를 꿈꾸는 여성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20∼30대 여성 직장인 923명을 대상으로 골드미스로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무려 68%가 '있다'고 답해 젊은 여성들의 골드미스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들은 '골드미스'가 되기 위한 조건(복수응답)으로 △직업(고소득 사무직, 전문직) 85% △연봉56.9%, △개인 보유자산 37.9% △취미 생활 31.1% △자유로운 연애, 결혼관 30.4% △몸매관리 30.3% 등을 꼽았다.
골드미스는 낮에는 당당한 사회인으로, 밤에는 고급문화와 소비의 주체로 사회적 변화와 유행을 선도한다. 이들의 파워는 생각보다 크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다 소비지향적인 소비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소비 패턴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A 글로벌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배지영 부장(32)은 공연 관람과 갤러리 방문을 취미로 삼고 있다. 평일에도 퇴근 후에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형 전시회에 가거나 인사동과 삼청동, 청담동 일대에 위치한 크고 작은 갤러리를 들린다.
체력 증진 차원에서 1주일에 3~4번 헬스클럽을 찾고, 주말이면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여성들과 만나 브런치를 즐긴다. 특별히 휴가가 아니어도 주말에 시간이 날 때면 해외여행을 수시로 다닌다.
서울 청담동과 이태원,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주말 브런치(아침 겸 점심) 식당이 크게 늘어난 것도 뮤지컬 열풍, 명품 및 도서 판매량 증가, 해외 여행과 성형 수술 붐 뒤에 이들이 있다.
여성의 입김이 커지자 금융권에서도 화장품, 패션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업에 투자하는 여성 전용 펀드도 나왔다.
특히 그간 책을 멀리했던 여성들이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같이 연애, 성, 외모, 패션, 돈, 친구 등 20ㆍ30대 여성의 일상생활과 관련해 여성 자기계발을 도울 수 있는 책들이 인기를 끌게 된 뒷심도 이들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책에서 멀어졌던 여대생 및 젊은 직장여성이 출판 시장의 중심에 돌아왔다는 건 획기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소비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문화를 생산해 낸다. 여가를 함께 즐기는 이들 대부분이 같은 직장이나 업계의 또래 여성인 경우가 많고,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어 가치 있는 많은 정보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골드미스에 입성하지 못한 젊은 여성들은 그녀들의 문화를 동경하며, 이를 따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삼청동과 청담동은 30대 여성은 물론 20대 중후반 여성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골드미스의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일단 탄탄한 직장을 기본으로 '석사 이상의 학력, 전문직 종사자, 연봉 4000만∼5000만원, 아파트 또는 개인자산 8000만원 이상, 취미는 골프나 해외여행'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결혼정보업체 대부분이 최소 32에서 최대 38살 정도의 나이 제한을 암묵적으로 두고 있다. 게다가 그녀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경제적 안정으로 결혼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에서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골드미스의 수와 평균 연봉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설령 결혼을 원치 않더라도 사회적인 시선이나 가족이 결혼을 원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 통상 남성은 여성의 어린 연령과 아름다운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골드미스라 하더라도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
듀오 주소영 주임은 "30대 싱글 여성들이 상대로 생각하는 30대 중후반 남성들의 대부분이 평균 5~6세 이상 차가 나는 20대 후반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는 꿈과 다르게 골드 대우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거대한 싱글 집단은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여성보다도 남성의 거부감이 더 크다. 결혼정보업체 선우가 남성 직장인 921명을 대상으로 골드미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에서 43.8%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별 생각 없다'37.6%, '부정적'라는 응답도 18.7%나 됐다.
골드미스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출산률 저하' 등 사회문제가 발생을 우려하는 의견이 38.4%로 가장 많았다. 그외에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진다(23.8%) '직장인의 양극화를 부추긴다(14.5%)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골드미스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한 커플매니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남성과 대등한 입장에서 결혼하려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자신의 경제력과 능력을 갖춘 골드미스들이 늘면서 여성 만혼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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