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이튿날인 6월3일 오전 8시30분.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범야권 단일 후보인 한명숙 후보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당선을 확정지었다.
서울시장 최초로 연임에 성공하고,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저력을 과시한 그였지만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오 시장 스스로 말하길 ‘상처뿐인 승리’였기 때문이다.
시정운영에 있어 한 축을 담당하는 시의회를 야권이 장악했고, 자치구의 수장도 대부분 야권 후보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구의회도 야권이 득세하는 것은 물론 진보진영의 교육감까지, 그야말로 오 시장은 야권에 포위됐다.
오 시장에 대한 야권의 견제는 재임 초반부터 거셀 전망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각종 정책이 원활히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이러한 주위의 예상을 넘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경우 차기 대권주자로서 ‘오세훈식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시의회와 자치구를 장악했다. 4년 전 민선 4기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시의회 의석수 102대 4, 구청장 25대 0으로 한나라당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역으로 민주당이 102석 중 79석(한나라당 27석)을 차지했고, 구청장은 21명(한나라당 4명)을 배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오 시장은 시의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매년 2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심의·의결할 권한을 시의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이를 우려한 듯 “위기가 곧 기회라고 여기고 시의회의 다수당이 된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균형 잡힌 시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에 대한 압박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 21명은 지난 8일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정은 전시낭비행정 척결하고 시민주인의 복지시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한명숙 후보가 내세웠던 ‘사람도시’를 최우선 행정운영 원칙으로 제시했다. 주민이 주인되는 생활복지정책을 펼쳐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친환경무상급식 보육·출산지원 사회안전망확충 등 사람중심 복지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복지행정에 전면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강 르네상스·디자인 정책 원안대로 갈 수 있을까
민선4기부터 연임을 염두에 둔 오 시장은 핵심 프로젝트인 디자인서울이나 한강르네상스, 각종 재개발 사업에 대해 장기적인 구상을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권력의 축이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오 시장이 민선4기 임기 내 강력하게 추진한 핵심사업들은 속도조절이나 규모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지어 그간 추진해온 역점사업이 재선과 함께 가속도를 내기는커녕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진행이 더디거나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선 5기 오 시장은 초임 때 같은 추진력으로 시정을 이끌어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대표적으로 문제제기 했던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표적인 ‘전시 행정’으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민주당이 비록 서울시장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시의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주요사업의 예산을 깎거나 늘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정책에 관여할 개연성이 크다.
이와 함께 교육시장을 표방한 오 시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곽노현 시교육감 당선자 사이에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곽 교육감 당선자는 내년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 580여 개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중학교는 예산을 면밀히 따져 단계적으로 시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 시장이 ‘저소득층 30%’까지 무상급식 실시와 ‘3무 학교(사교육·학교폭력·준비물 없는 학교)’에 매년 2500억 원의 교육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공약해 갈등이 예상된다.
또 보육·복지 관련 사업도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시된다. 오 시장이 야심차게 이어온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시와 구청이 7대3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21개 민주당 구청장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차기 대권주자 ‘오세훈 리더십’ 시험대
오 시장은 “앞으로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며 “가슴을 열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를 매끄럽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치력과 시정 운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실상 ‘오세훈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한 오 시장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기에 나섰다.
민선5기 취임 전 인수위원회 대신 택시기사·대학생·주부 등으로 구성된 ‘시민소통본부’를 만들어 이들의 의견을 차기 시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렇듯 시민들과 소통하고 야권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오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 시정을 매끄럽게 이끌어간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넘어 가장 근접한 인물로 거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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