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혁신을 '혁신'하자

여용준 / 기사승인 : 2017-05-26 15: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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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여용준 기자] 한때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화두는 ‘혁신’이었다. 더 새로운 기술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혁신’은 어느 순간 소비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LG전자의 야심작이었던 G5는 ‘모듈형’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였지만 고배를 맛봤고 팬택이 1년여만에 돌아와 선보인 ‘IM100’ 역시 ‘혁신의 함정’에서 쓴 맛을 봐야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휘청이게 만들었던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도 혁신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것만이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제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만 혁신에 사로잡히는 것은 소비자들을 지치게 할 수 있다.


제과·음료업계는 최근 몇 년간 나름 ‘혁신’적인 상품들을 내놨다. 수년전 허니버터칩의 열풍 이후 제과업계는 김치찌개맛 감자칩이나 고추냉이맛 꽃게과자, 라임페퍼맛 감자칩 등이 있다. 나름 R&D 부서에서는 고민해서 개발했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일개 조롱꺼리에 지나지 않게 됐다. 제과업계는 여전히 기이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혁신’의 한계를 맛 본 스마트폰 업계는 결국 다시 ‘정통성’을 선택하게 됐다. LG전자의 G6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은 혁신보다 기본기에 더 충실한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두 제품은 모두 반등의 기회를 이끌어내며 실적 전환의 계기로 작용했다.


정치인들이 주로 뱉는 키워드 중 ‘국민’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를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저들이 실제로 국민의 뜻을 물은 게 아니라 자신들의 뜻에 임의로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임을 알고 있다.


기업인들이 주로 뱉는 키워드 중에는 ‘혁신’이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경제 생태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발굴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혁신’은 기업인들이 품어야 할 유일하고 절대적인 가치일까?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혁신적 가치’를 추구했던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앞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 역시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동차 업계에서 혁신적 가치를 추구하던 두 기업은 부끄러운 일로 고개를 숙이게 됐다.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도입하기 전에 고장이 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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