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수정 기자] 영업환경 악화로 생명보험업계 설계사 수가 전년 대비 1만명 이상 감소하면서 이른바 ‘고아계약자’가 발생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철새 설계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험계약이 절반 넘게 고아계약으로 몰락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 등록된 설계사 수는 31만5998명으로 지난해 9월(32만 6340명)에 비해 1만342명 줄었다.
특히 비교적 초기 수수료를 많이 지급하던 생명보험사의 설계사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 9월말 생명보험업계 등록설계사 수는 14만9083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8655명이나 줄었다. 감소한 설계사 중 80% 이상이 생보업계의 설계사인 셈이다.
보험설계사는 보통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 수수료 중 50~70%를 계약 직후에 몰아 받고, 나머지는 7~10년 동안 1년에 4~7%씩 받는다. 이러나 보니 설계사들의 이직·퇴직률이 높다. 보험사들은 설계사가 이직·퇴직해도 다른 설계사가 넘겨받아 정상적으로 관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생명보험사 설계사는 “다른 사람이 가입시켜 놓은 계약자를 내가 가입시킨 계약자처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나도 한 직원이 퇴직하면서 나한테 떠맡긴 고객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설계사가 퇴직할 경우 고객 뿐 아니라 다른 설계사 또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선 관리해주는 설계사 없이 방치돼 있는 계약자를 일명 ‘고아 계약자’라고 부른다. 설계사가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에는 온갖 좋은 말들로 포장하지만 정작 가입 이후에는 설계사가 퇴직·이직해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계약자들을 말한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사 직원이 아니다. 명함에 ‘OO생명 팀장’이라고 해놓고 해당보험사 보험을 판매하고 있어도 그 보험설계사는 그 보험사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회사와 체결한 개인사업자인 것이다. 영업사원 격이지만 엄격히 얘기하면 노동권이 없는 자영업자다.
한 보험설계사는 “몇 달만 일하다 퇴직한 한 젊은 남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에게 고객 수준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었지만 그 직원은 자신이 받을 환급액에 맞춰 상품을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고 했다.
결국 자영업자인 설계사는 고객의 상품을 설계해주는 것보다 자신의 수당을 설계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 ‘믿고 계약했지만…’ 연락두절 사건 속출
보험설계사로부터 만기 직전 해약하는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를 대신 지급하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연락이 두절돼 낭패를 보는 사건도 속출하고 있다.
회사원 A씨 등은 보험 상품 투자명목으로 15억8100여 만원을 받아간 모 손해보험 B보험설계사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최근 서울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에 따르면 B보험설계사로부터 투자자들이 만기 직전 보험 해약자들의 보험료를 대신 지급해 그 보험의 만기를 유지시킨 후 발생하는 이익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소개받았다.
B보험설계사는 5∼30일의 짧은 예치기간에 약 5∼20%의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원금보장까지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5명이 수개월 사이 총 15억8100여 만원을 송금한 뒤 B보험설계사와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은 뒤늦게 보험사 등에 확인 결과 보험 상품의 이름은 맞지만 당초 B보험설계사가 소개한 내용과도 다르고 회사에서도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은 장기상품인 만큼 보험료 몇 번 정도 납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보험가입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연만 강조하는 설계사, 보험금이 아닌 보험료 위주로 설계하는 설계사보다 싼 보험에도 열심히 책임지는 경험 많은 설계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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