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식 IMT-2000 사업권이 취소로 결정나면서 대표이사 퇴진에 이어 주파수 회수 및 할당대가 정산 부담은 물론 공정위 요금담합 제재의 압박이 더해짐에 따라 LG텔레콤은 설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결론은 정책실패로 사업을 포기한 것이지만 포기 자체만을 놓고 구시대적 법률을 적용해 책임을 묻는 것은 찬반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정책실패의 배경을 살펴보면 정통부가 지난 2000년과 20001년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렸던 IMT-2000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롯한다.
지난 2000년 세계 통신산업에는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했던 IMT-2000 사업권으로 한바탕 회오리가 불었다.
유럽에서는 막대한 이익을 보장할 것으로 믿었던 IMT-2000 주파수 경매에서 BT 등이 과도한 금액을 지출해 결국 경영난으로 이어졌고 세계 통신시장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게 하는 시발점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IMT-2000 기술표준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이른바 동기식-비동기식 문제였다.
동기식은 CDMA 원천기술 보유자인 퀄컴의 기술이고, 비동기식은 유럽의 GSM기술이 중심이다.
그러나 동기식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 IT신화의 초석을 일궜던 기술이다.
당시 정부는 동기식 IMT-2000사업을 통해 삼성전자 등 국내 장비업체들의 세계시장 석권을 기획했다.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와 이를 통해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한 신화를 IMT-2000에서도 재현하겠다는 의도였다.
때문에 3장의 IMT-2000 사업권 가운데 2장 이상은 반드시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일제히 비동기식 IMT-2000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기술고립이 우려된다는 것.
이미 세계 최대 단일 이동통신 시장을 형성한 유럽이 비동기식으로 사업을 정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만 동기식 사업을 할 경우 기술고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IMT-2000 이후 세계 통신산업의 화두는 '통합'으로 굳어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었다.
나라와 대륙별로 다른 기술과 주파수를 통합해 세계를 하나의 통신시장 권역으로 만들어가는게 기술의 발전 추세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고립은 그야말로 자멸이라는 것이다.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회피했던 통신업체들의 이유가 기술고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조차 경쟁사업자가 없는 동기식 IMT-2000 사업자의 탄생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결국 세계 모든 통신장비 업체들이 동기식 IMT-2000용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지 않기로 손을 들었다.
자사의 기술인 동기식 IMT-2000 사업자가 필요하다며 우리 통신업계와 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했던 퀄컴조차 결국 동기식 IMT-2000 칩 개발을 포기한 상태. 세계 유일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막대한 기술개발 비용을 들일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
결국 정통부가 'CDMA 종주국'이라는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외토리'나 다름없는 동기식을 3G(세대)까지 고집한 게 결국 한 기업의 CEO를 퇴진시키는 파국을 초래했다.
◇ "그래도 동기식"이라고 우기더니 = 1년여의 긴 논쟁 끝에 2000년 정통부는 끝내 3정의 IMT-2000 할당 주파수 대역 가운데 2장은 비동기식, 1장은 동기식으로 정해 강제적 동기식 사업자 선정 정책을 결정했다.
이후 2000년 12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동기식에 사업권을 신청한 하나로텔레콤이 점수미달로 탈락하고 LG텔레콤은 비동기식 사업권에서 탈락한다.
당시 안병엽 정통부 장관은 ‘동기비동기식의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사업자 자율선택이라는 모양새를 제시했다. 당연히 3개 사업자 모두 동기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았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SK텔레콤이 사업자신청 직전 그룹 내부문제로 외자유치를 위해 비동기식를 선택했던 것.
2위 사업자였던 KT마저 비동기식을 선택하자, 지난 2001년 LG통신사업을 총괄했던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은 "동기식 IMT-2000은 사업성이 없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양승택 정통부 장관이 LG텔레콤이 동기식 IMT-2000에 참여할 경우 출연금 감면 등 및 유효경쟁 정책 등을 제시하며 'LG 구애 작전'을 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정통부가 CDMA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LG텔레콤에 동기식 IMT-2000 사업 참여를 강권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기식 IMT-2000 기술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LG텔레콤을 법대로 처리하려는 것은 동기식 3G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의 관리감독 부실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정통부는 2001년 8월 LG텔레콤을 2㎓ 주파수대 IMT-2000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해 2002년 5월에 사업허가를 부여했다.
허가 조건에 따르면 LG텔레콤은 2003년 중에 이 서비스를 개시하도록 돼 있지만 계약대로 이행하지 못해 1회 연장을 요청했다.
정통부는 2003년 6월에 허가조건 변경을 통해 사업 개시시기를 2006년 6월말로 연기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 등에서 2㎓ 동기식 IMT-2000 관련 칩 개발을 포기하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정통부가 LG텔레콤의 3G 사업 방향을 미리 체크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2㎓대역에서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하는 통신사업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의 조류인 비동기식을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두 가지 방식을 끌고 나가기를 강하게 원했던 정통부의 주파수 사용대가 할인 등의 혜택 아래 IMT 2000 서비스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정작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상용칩이나 단말기, 장비 등이 나오지 않아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시장에 거스르지 말아야 =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사업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따져보면 우선 주파수 할당을 위한 기술선정에서 시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정부의 고집이 첫 번째 문제로 지적됐다.
정책 의지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과 시장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배제해 결과적으로 IMT-2000 시장에서 기술고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정책을 수용한 사업자도 결국 피해를 보고 말았다. 두 번째 문제는 실패가 확인된 이후에도 유연하게 정책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기식 IMT-2000이 사실상 시장에 나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론 사업권자인 LG텔레콤 역시 대안을 준비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
업계 한 전문가는“정부와 사업권자 모두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기보다 실패에 대한 질책을 두려워해 유연한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법률적 하자 왜 보완 못했나 =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의 2는 법인 임원 결격사유를 포함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의도로 규정됐다.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법률이 시장의 상황이나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도록 계속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만 법률의 하자 보완에는 미흡했다.
`IT 839'라는 대표적 이정표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코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를 살펴보고 다듬을 여유가 없었다.
또한 실무를 담당하는 계장이나 주사급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담당 법률이나 시장의 전문성을 갖출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통부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좋든 싫든 동기식 IMT-2000사업자로 선정된 LG텔레콤이 한 차례 연기신청까지 하면서 마치 사업을 시행할 것처럼 했던 것도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다.
LG텔레콤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현재 1.8㎓ 주파수대역에 수용할 수 있는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다보니 동기식IMT-2000 사업에는 고민의 흔적이 미비했다.
더구나 현행 법에 의해 사업허가를 받아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IMT-2000 사업 허가 반납 또는 취소에 따른 법률검토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 퇴임에 대한 법리적 해석=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제6조의 2 `임원의 결격사유' 제6항에 ‘법인의 경우 허가취소, 등록취소 또는 사업폐지명령의 원인이 된 행위를 한 자와 그 대표자는 당연히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법제처가 전기통신사업법은 물론 금융규제 관련법 등에 임원 제척사유를 넣어야 한다며 일괄적으로 삽입한 조항이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한다.
금융규제 관련법 등은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금융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저해하는 사람은 금융관련 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에 이 규정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기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뜻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시말해 LGT의 사업포기 사례처럼 CDMA EV-DV(Data & Video)와 같은 기술이 개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2㎓대역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것은 공공복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을 따르기 위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무모한 일. 그것 뿐만이 아니다.
주파수 할당대가도 만만치 않다. 정통부는 2002년 5월 20일 기준 4년간 납부해야 할 할당대가를 일할 계산하면 올 6월말까지 961억원 내야한다.
LG텔레콤이 할당대가를 추가로 납부할 경우 올해 순익규모가 1천억원 이하로 추락하는 등 실적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LG텔레콤은 이제까지 2200억원에 달하는 주파수 사용료를 정보통신부에 지급했다. 하지만 LG텔레콤은 관련기술이 국내외 시장에서 소외돼 사업투자는 밑빠진 독에 물붇기라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낸 2200억원 외에 총 15년간 1조1500억원의 주파수 사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정통부는 정상적 절차대로 허가를 줬고 주파수 사용료도 받고있는 만큼 사업 포기는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해당 법률의 완결성을 갖춰야하는 정통부의 무관심과 소홀, LG텔레콤의 법률적 검토 미비 등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낸 국가적 손실이다.
◇ 공정위 제재…KTF와 요금담합=현재 공정위는 KTF와 LG텔레콤에 대해 2000년 요금담합 문제를 검토중에 있다. 이르면 이달 26일께,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전원회의에 상정, 제재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역시 LG텔레콤으로서는 희망적이지 않은 상태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 앞서 최근 사전심사를 통해 KTF와 LG텔레콤의 요금인하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과징금 규모는 해당기간 매출의 2%인 총 570억원 수준으로 LG텔레콤에 부과할 과징금은 170억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 통신위 '기분존' 문제…신규 주력상품 중지논란 = KT가 지난 5월 통신위원회에 신고한 '기분존' 문제도 24일 통신위 전체회의에 상정, 이달 중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KT는 지난 5월 LG텔레콤의 '기분존'서비스가 이용자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통신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통신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KT와 LG텔레콤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통신위는 전체회의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내달 회의에서 ‘기분존’ 처리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LG텔레콤은 정통부가 요금신고를 받아준 상태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통신위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이 역시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통신위는 "지금으로서는 제재여부에 대해 뭐라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부당한 요금 산정' 등과 관련한 회계 및 법령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속단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최악의 경우 ‘기분존’ 서비스가 문제있는 쪽으로 결론이 나오면 이 역시 LG텔레콤으로서는 타격인 셈이다. 그동안 ‘기분존’은 출시 후 3개월만에 가입자 10만명을 유치하는 등 LG텔레콤의 '주력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선보인 ‘기분존’이 문제가 될 경우 후속으로 준비중인 'PTT'서비스도 '역무침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올해 신규상품 계획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LG텔레콤으로서는 창사 10년이 되는 올해 대표이사 사퇴에 주파수 할당대가 정산, 담합에 대한 과징금, 신규 주력상품 중지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 차세대 이동통신정책 흔들린다 = LG텔레콤이 EVDO 리비전A 기술로 3세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기도, 허용하기도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먼저 허용할 경우 정통부는 사실상 IMT-2000 사업의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설비투자사업인 통신사업의 규제에서 사업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를 내버려두는 `나쁜 선례`도 남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미 LGT가 사용중인 1.8㎓ 주파수 기술을 불허하기도 어렵다. 경쟁사업자들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KTF는 LG텔레콤의 리비전A 기술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비동기식 3세대 서비스에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는데, LG텔레콤만 무임승차격으로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SK텔레콤과 KTF는 HSDPA 네트워크 투자에 각각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또 출연금 명목으로 두 업체는 각각 정부에 6500억원과 이자 1330억원 등 7830억원을 납부했다. 원금과 이자 등 7830억원도 5년간 분할 상환해야 한다.
당초 정통부는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균형발전에 무게를 두고 LG텔레콤에 출연금 감면혜택까지 줘가며 동기식 사업권을 넘겼지만 결과는 큰 실패였다.
LG텔레콤이 세계 유일의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낙점됐으나 CDMA 원천기술 보유자인 퀄컴조차 관련 칩 개발을 포기, 사업 착수는 불가능했다. 세계 통신장비 업체들도 기술과 장비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물론 이런 상황을 정통부도 알고 있었다. 발을 빼도록 해야 했으나 통신정책의 경직성은 시간만 보내는 실수를 불러왔다.
비동기식 IMT-2000 또한 문제다. 해당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가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HSDPA는 화상통화와 고속 데이터 전송이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입자는 1만 70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해당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공개조차 꺼린다.
특히 HSDPA와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서로 충돌하면서 HSDPA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3G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도 절실하다. 화상통화료도 높아 극복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이다.
이런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면 4G의 연착륙도 장담하기 어렵다. 올 연말쯤 국제통신연맹(ITU)은 4G 이동통신 주파수를 배정한다. 4G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도 뛰따를 전망이다.
차세대 통신의 원만한 이행과 정책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LG텔레콤 사태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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