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은 22년 전인 84년 9월 망원동 수문 붕괴 사건때 처음 일어난 것으로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는 소송제이다. 84년 당시 사흘 동안 3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망원동 수문이 붕괴돼 수천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됐다. 당시 망원동 주민들은 서울시가 수문의 위치를 변경해 다시 짓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을 했다는 의혹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결국 5년 10개월의 장기간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고 끝내 법원이 '인재(人災)'임을 인정해 서울시로 하여금 피해주민들에게 54억원 가량을 보상하도록 결정내린 바 있다. 그만큼 소송을 통해 최종 해결을 보기까지 까다로움 그 자체이다. 집단소송은 피해흔적이 분명하고 대다수가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울 때 간소화 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아무나 소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단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을 통해 집단소송감이 되는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자격이 있는지 등 각종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집단소송의 가해자에 국내 1등 건설사인 S건설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S건설은 지난 4~5년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1등을 도맡다시피 했다. 건설업체의 순위를 재는 척도인 시공능력 평가에서도 2년 연속 1등을 차지했다. 두바이에서는 전 세계 최고층의 건물도 짓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일반 대중들의 이미지는 건설업계의 삼성전자라고 할 만큼 브랜드파워를 지닌 기업임은 분명하다. 주택시장은 브랜드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라고 한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S건설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대형사고들이 간혹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에서 ‘S건설 1등론’에 이의를 제기할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6월12일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6월16일 서울 양평동 일대 침수사고 배경에도 S건설이 시공사로 관여했다는 점이다. 아파트만 잘 지어 브랜드 이미지가 견고해졌다고 해서 ‘1등 건설업체’는 아니라는 논리이다. 건설의 기본은 토목인데 실제로 S건설은 토목에 약하다. 현대와 대우가 IMF때 부실회사로 전락했던 내력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업계 맏형’격 대접을 받고있는 것도 토목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고원인은 조사중에 있지만 S건설은 토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93년 철도 노반 붕괴로 열차 전복과 70여명의 사망자를 낸 ‘구포 참사’도 S건설의 약점에서 비롯했다.
현재 건설사들이 만족마케팅으로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S건설은 약점 때문에 대형사고를 부른 것은 분명 1등 행진에 제동을 거는 행위이다.
어찌됐건 S건설은 거액의 보상위기에 직면해 있다. 서울 양평동 일대 피해주민들이 집단소송을 추진중에 있기 때문이다. 양평동의 피해인원은 1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평동 H아파트 지하 변전소가 물에 잠겨 전기가 끊기고 H아파트 맞은편 Y빌라는 1층 현관까지 물이 차 3개동 지하층 24세대가 모두 물에 잠겼다.
사고발생은 안양천 둑이 무너져 인근 주택가에 물이 덮치면서 발생했다. 안양천 둑의 사고지점은 지하철 9호선 907공구 구간으로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발주해 S건설과 D산업이 시공사를 맡으면서 공사를 해오던 곳이다. 공사는 안양천을 가로질러 지하철을 놓기 때문에 지하철 터널용 박스를 만들기 위해 제방을 허물었다가 지난 4월30일에 다시 지었다. 불어난 물은 바로 이곳에서 터진 것인데 주민들은 복구한 제방이 부실하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제방을 다시 쌓는 과정에서 흙 다지기나 외벽 공사에 부실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인규명은 아직 진행중에 있지만 84년 망원동 수문 붕괴 사건과 마찬가지로 천재(天災) 보다 '인재(人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발산역 침수 사고발생도 마찬가지다. S건설은 고양시의 발주를 받아 정발산역 인근 문화센터와 정발산역을 잇는 통로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지름 30㎝ 터널구멍을 합판으로 대강 막아 놓았다가 폭우가 쏟아지면서 터널구멍이 터져 역안으로 물이 들어온 케이스이다.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S건설은 정발산역 침수와 관련해 잘못을 시인하고 손해배상을 약속한 상태이다.
반면 양평동 침수사고의 경우는 처음에 주민이 `인재(人災)'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때 S건설 관계자는 “사고를 조사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원인을 제공한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로 바뀌면서 사고 유발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한편 S건설은 정밀조사를 거쳐야만 누구의 잘못인지가 가려질 것이라며 처음부터 시공사 책임으로 결론짓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박사는 “부실공사가 이뤄지는 것은 업자들이 값싼 불량자재를 쓰거나 날림공사를 하고, 감독자도 묵인하기 때문”이라며 “잘못의 소재와 책임을 분명히 밝혀 부실공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도 객관적 전문기관에 조사를 맡겨 제방붕괴의 원인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반면 양평동 피해주민의 입장은 다르다.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16일 이후 H아파트 입주 상인 150여명은 17일 피해보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18일 오전 양평동 H아파트 상가 입주자 대표 30여명은 긴급회의를 열고 상가대책위원장을 선출하고 각 동대표를 대표위원으로 하는 등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양평동 H아파트 피해상가 상인들 150여 명은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피해의 조사와 상황을 집계한 뒤 집단소송으로 지하철 공사 담당업체와 정부 당국에 손해배상청구를 추진중에 있다. 특히 수해를 입은 양평동 일대의 아파트 주민, 다른 상가 입주자, 공장 관리자 등도 함께 할 예정이어서 집단소송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 상가 입주민들은 앞으로 손해사정회사의 감정평가사들을 통해 영업지연 보상금, 물품 보상금 등을 받아내기 위한 정확하고 객관적 피해액 집계를 하고, 그 결과를 소송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피해 주민들은 건설사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지금은 여론이 안 좋아 기업들은 몸을 사리겠지만,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이 소송을 당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며 소송의 지연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집단소송이 발발하면 소송 액수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대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연재해 앞에서 '하늘 탓'을 해왔다. 하지만 양평동 피해주민의 입장은 남다르다. 인력으로 막을 수 있었거나 인력으로 생겨난 재해는 그 원인과 책임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법정 다툼도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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