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열사 정리·기술경쟁력 강화, 경영 '출사표'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더군다나 최근 위기를 논하고 있는 포스코의 구원투수로 낙점된 인물인 만큼 새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와 기대가 한데 섞여있는 상황이다. 특히 차기회장 낙점 이후 노출된 행보가 제한적인 만큼 갖가지 분석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 막바지 업무파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진 권오준 차기 회장을 둘러싼 발언을 토대로 앞으로 포스코의 변화를 예측해 봤다.
‘예상밖의 결과’
차기 회장 후보로 권오준 포스코 기술부문 사장이 결정되자 업계에서 나온 반응은 “예상 밖”이란 평가였다. 공기업으로 출발, 민영화를 이뤘지만 안팎으로 ‘낙하산설’·‘내정설’ 등에 시달려왔던 포스코로서는 권오준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 시켰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권 내정자는 포스코 차기 회장 하마평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김준식 포스코 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윤석만 포스코건설 고문 등 내부인사 출신 유력 후보는 물론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양승석 현대자동차 고문, 손욱 전 농심 회장 등 기라성 같은 외부인사들이 거론됐다.
하지만 하마평이 무색하게 포스코 CEO 추천위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내부 인사로는 권오준(64) 포스코 사장, 김진일(61)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63)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정동화(63) 포스코건설 부회장 외부 인사로는 오영호(62) 코트라 사장을 후보로 올려놓고 검증작업을 실시, 후보 발표 3시간 만에 권오준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권오준 내정자를 두고 ‘의외’라고 한 배경은 이번 결정이 정권이나 특정라인과 크게 연결되지 않은 ‘깜짝 인사’라는 평가 때문이다. 당초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중립성을 강조했던 포스코로서는 성공적인 반응이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권 사장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한 비공채 출신이어서 인적 네트워크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며 “이런 특징 때문에 권 사장은 포스코의 인적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기 회장 결정에서 권 내정자가 포스코가 가진 인적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선임과정을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권 내정자가 정 전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직속 후배라는 점과 정 전 회장 아래에서 기술부문장까지 성장해온 점을 들어 정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유력 후보들이 선정과정에서 무더기로 탈락한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 차기 CEO를 미리 정해 놓고 이를 포스코 측에 전달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정치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춰 차기 회장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술과 마케팅 융화’
“기술로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는 정확한 기술을 개발하겠다. 이를 위해 시장의 동향과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것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전력할 것”
권 사장이 CEO후보 추천위원회의 면접에서 내놓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답이다. 권 내정자의 경영 철학과 포스코 측이 거는 기대감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권 내정자는 업계 최고의 기술전문가란 평을 듣고 있다. 1950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권 내정자는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미국 피츠버그 대학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했다. 이후 포스코에서 기술연구소 부소장과 기술연구소장, RIST원장, 기술부문장 등을 거치며 기술개발 분야 전문가로서의 외길을 걸어왔다. 권 내정자는 포스코 대표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사용화를 이끌어 냈고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신소재 개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 추출 신기술 등도 개발하는 등 포스코 R&D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포스코 측은 이 같은 권 내정자의 ‘전문가적 역량’에 기대를 걸고 있다. 권 내정자는 후보 면접시 “기술과 마케팅을 융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철강 공급 과잉과 원료시장 과점 심화 등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독창적인 기술개발과 더불어 마케팅 강화에 따른 수익성 향상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벌써부터 권 내정자가 ‘기술경영’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권 내정자가 사내 최고의 기술전문가인 만큼, 과감한 기술혁신과 생산성 제고, 특히 고부가가치 신소재개발에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내정자는 지난 17일 포스코 차기 회장 낙점된 후 첫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이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하자 “닦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업계 최고의 기술전문가란 평가 이면에는 경영 전문성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기술전문가로서는 최고일지 모르지만 제철소 현장, 기획 재무 전략 등 경영 분야의 경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비주류로 분리돼 왔던 권 내정자가 계파간 알력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포스코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권 내정자의 이 같은 중립성 때문에 회장 취임 이후 조직 전반에 개편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총 이후 사내 및 계열사에 포진된 CEO급 인사들이 새로운 인물들로 순차적으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불필요한 계열사’
권 내정자의 앞길이 쉽지 않다. 권 내정자가 큰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위기에 내몰린 포스코의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최근 좋지 못한 경영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09년 36조855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2년말 63조6042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에서 3조6500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0.5%에서 5.7%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82.8%로 2009년 12월말 기록한 58.9%보다 23.9%포인트 상승하는 등 재무부담도 가중됐다.
이는 철강경기 불황과 차제 경쟁력 저하, 특히 외연 확대에 따른 방만한 투자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준양 회장 재임 시 포스코 계열사는 36개에서 70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쏟아 부은 자금만 무려 8조원대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인터네셔날 등을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이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로 포스코의 재무구조개선,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 그룹 계열사 정리, 비철강사업 관리, 해외투자사업 성과 등을 꼽으며 권 내정자가 제시할 해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 사장은 전날 CEO후보 추천위원회의 면접에서 포스코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묻는 질문에 “불필요한 계열사 수를 줄여나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향후 포스코의 대대적인 계열정리 작업이 예측되는 대목이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
경영 계획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밝힌 첫 포부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겠다”였다. 앞서 언급한 경영 악재 뿐 아니라 포스코가 더 이상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뢰와 내분 봉합을 통한 향후 CEO 리스크에 대한 재발 방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골치덩이로 전락하고 있는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리 작업 뿐 아니라 화학적 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오는 3월 14일 정식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권 내정자는 포스코 각 사업부문과 46개 계열사 업무파악에 나섰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기술부문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전문가인 만큼 추가적인 업무파악은 큰 필요가 없지만 비 전문분야인 다른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업무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권오준의 포스코의 새로운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오는 3월 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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