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선진화와 신시장 개척,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자가전속보험(Captive Insurance, 이하 캡티브보험)’을 도입·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제주도를 캡티브보험 허브로 육성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위해선 관련법규 개정이 불가피 하고 제주도가 금융허브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달 31일 보험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리스크관리학회·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으로 ‘국내 보험진입형태 다양화 : 캡티브보험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선진화와 신시장 개척,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캡티브보험을 도입·활용해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 및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발표된 국내 보험진입형태 다양화방안으로는 ‘1단계 해외기업, 2단계 국내기업 및 공제기관'을 대상으로 한 캡티브보험의 단계적 도입이 제안됐다.
한편 캡티브보험과 관련 보험연구원 이기형 금융정책실장은 “국내에도 ‘대체위험전가(Alternative Risk Transfer, ART)’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험업의 다양한 진입형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높은 리스크 전가비용과 일반손해보험 상품혁신 부족, 보험업을 이탈한 유사보험업의 확대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국내 보험산업이 가계성보험 중심으로 성장한 탓에 글로벌보유경쟁력이 미약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보험사나 캡티브보험사 등 ART시장 조성을 위해 특수보험업을 별도정의하고 설립허가요건과 건전성규제범위를 완화, 영업종목 제한 등이 가능토록 관련법규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리스크 관리비용, 세금 절감에 효과적
캡티브보험이란 모기업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모기업은 캡티브보험 자회사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며 해당 캡티브보험사는 자사의 위험담보능력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보험사에 전가하게 된다. 캡티브보험사는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비용과 세금을 절감하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자체적으로 위험을 인수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해지고 위험관리비용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기업은 자사의 손해율이 업계평균 손해율보다 현저하게 낮다고 판단되면 일반보험에 가입하기보다 캡티브보험사 설립을 통해 보험료에 지출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투자·영업이익은 모기업에 환원되는 구조로 자금흐름 측면에서 일반보험사와 구분된다.
전통적 보험시장선 경기순환에 따라 보험가격이 심하게 변동, 대형재해 발생 시 개별손해율과 별개로 요율이 동시 인상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캡티브보험사는 자체준비금으로 담보를 제공, 안정·장기적 담보력 확보에 수월하다.
때문에 기업은 캡티브 운영시, 일반보험사가 업무처리비용·이익금으로 충당하는 보험료의 35~40% 비용만큼 수익성제고를 꾀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평균 약 10%의 부가비용이 절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캡티브보험사는 미국·버뮤다·룩셈부르크·스위스·싱가포르 등 조세회피 지역에 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의 경우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캡티브보험사의 거점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1500대 대기업 중 53%가 기업 캡티브를 설립·운영 중이며, 연간보험료 규모도 50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국내의 경우 보험업법상 보험업의 진입형태를 주식회사와 상호회사로만 한정, 캡티브보험이 활성화 되지 못했다. 만약 법 개정이 이루어져 캡티브보험사 설립이 가능해지면 일반보험사와 동일하게 지급여력비율 등 일정수준의 자본금·법정준비금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대형사고 발생시, 모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손해처리 능력이 부족한 캡티브보험사가 자체준비금으로 복구비용을 충당키 어려울 경우, 모기업이 이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손해사정·계약관리 등 제반업무처리 비용이 높고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통계자료 확보가 쉽지 않아 합리적 요율산출이 어렵다.
◇ “제주도를 캡티브보험 허브로”
특히 이날엔 ‘제주특별자치도’를 캡티브보험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준호 제주금융포럼 위원과 김은갑 이화여대 교수는 “제주도는 국내 회사뿐 아니라 해외기업의 캡티브를 유치하기에도 유리하고 관광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주도를 캡티브지역 조성 최적지로 꼽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일환으로 캡티브보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가 국제적인 캡티브보험 허브로 조성될 경우 대규모의 투자유치와 함께 일자리 조성 등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호 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캡티브보험 도입 후 10년간 경제적 기대효과는 1846억원 수준으로 이는 제주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캡티브를 통한 해외기업의 보험 유치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캡티브 도입시 일반보험 공동인수제도 폐지에 대한 중소형사의 도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일부 대형사에게 계약이 쏠릴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재보험수지차도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타 허브와 비교시 매력·경쟁력 떨어져”
그러나 제주도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전문가들도 있었다. 대부분 도입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유지호 보험개발원 실장은 “캡티브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캡티브는 위험이전이 없어 보험상품 범주에 포함되지 않다”며 “이에 보험업법에도 포함되지 않아 설립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사도 “보험산업 진입제도 다양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제주도가 해외 기업을 유치할 만한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으며, 전문인력의 부재로 고용창출 효과도 크지 않을 뿐더러 향후 사업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종옥 금융위원회 사무관 역시 “제주도에 인프라가 마련되면 캡티브 도입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이라면서도 “국내기업 시장규모는 크지 않은 데다, 외국기업을 완화하는 반면 국내기업은 규제하는 방안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정중영 동의대학교 교수는 “제주도만 캡티브보험 설립 가능토록 한다면 부산 등 타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며 “또한 제주도가 캡티브로 인해 얼마나 발전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전남득 코리안리 상무는 “버뮤다는 미국의, 라무안은 이슬람 금융권의 허브로 다들 강점이 있지만 제주도는 자국 통화기구와도 떨어져 있고 금융부분이 발달되지도 않아 장점이 없다”며 “아시아 금융허브로 떠오른 싱가폴과 비교 시에도 교통면에서 제주도가 강점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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