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지분거래 관련, 편법증여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지난 11월24일 정교선 현대백화점 상무로부터 한무쇼핑 지분 37만3,000주를 주당 14만4910원에 각각 20만8,000주와 16만5,000주씩 매입했다.
특히 정 상무는 한무쇼핑 주식 전량을 현대백화점과 현대쇼핑에 각각 301억원과 239억에 매각해 하루만에 540억원을 현금화했다.이에 앞서 정 상무는 지난 11월23일 부친인 현대백화점그룹 정몽근 회장으로부터 540억원에 달하는 한무쇼핑 주식 37만3,000주(6.1%)를 증여받았다.
재계는 이번 계열사간 지분거래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분리와 경영승계가 일단락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지난 8월30일 정몽근 회장이 정교선 상무에게 현대H&S 주식 56만6,000주를 증여, 경영권을 넘겼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 상무는 현대H&S 주식 21.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12월말까지 지분증여에 대한 증여세 150억원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정몽근 회장이 정교선 상무에게 또다시 한무쇼핑 지분을 증여, 납부해야 할 증여세를 회사자금으로 충당했다는 점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주식거래가 오너 2세 경영승계를 위한 편법으로 얼룩져 있다면서 그룹 총수일가가 업무상 배임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비상장 계열사인 한무쇼핑 주식을 인수당시 주당 11만1,549원보다 30%가량 비싸게 매입했다.
따라서 정 회장은 후계자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직접 지분을 증여하면서 그룹 계열사의 자금으로 비용을 충당했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비상장 계열사 주식가격의 적정성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현대백화점이 필요하지도 않은 주식을 매입한 것은 오로지 편법승계를 위한 거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한 현대백화점은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 한무쇼핑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무쇼핑은 올해 1조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기업가치 측면에서 신세계보다 20%정도 높다”며 “워낙 우량하고 경영내실이 튼튼하기 때문에 투자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2002년 3월부터 현대백화점 주주들이 앞장서서 한무쇼핑 주식을 매입, 회사의 투자이익을 제고하자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주식을 비싼 가격에 매입한 것은 아무리 주주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투자차원에서만 본다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무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50%정도 상승했고 향후 자산규모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는 또 골드만삭스 등 외국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근거로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지분을 매입한 것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된다는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리로 실제 주식매입 직후 주가가 다소 떨어졌으나, 다음날 8만6,000원~7,000원 선으로 올랐고 상승여력 또한 충분하다고 현대백화점측은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지분거래에서 현금화한 540억원 중 증여세 150억원가량 납부한 다음 나머지 390억원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고 있는데,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은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확실히 150억원은 아니며 그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마 향후 3~4개월안에 한무쇼핑 6.1% 증여부분에 대한 고지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 주식매입과 동시에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에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토지와 건축되고 있는 건물을 318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토지와 건물은 원래 현대홈쇼핑이 사옥용으로 현대백화점에 임대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매입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지분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홈쇼핑에 천호동 토지와 공사가 진행중인 건물을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은 원래 천호동 토지와 건물은 홈쇼핑 사옥이 들어오기로 한 것이며 재작년부터 매입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갑자기 임대에서 매입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토지 매입건은 한무쇼핑 지분 인수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장기투자차원에서 한무쇼핑 지분 매입이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현대백화점의 증여세 논란에 대해 “증여세를 위해 주식을 고가로 매입하고 이해관계와 무관한 경영승계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현대백화점의 지분거래는 배임에 가까운 행위”라며 “현대백화점이 몇 년째 신규 점포 오픈을 못하고 있는 것도 증여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2년 5월 이번 논란과 마찬가지로 정지선 부회장의 증여세를 회사가 대납, 비판여론이 제기된 바 있다.당시 현대백화점은 비상장 계열사인 한무쇼핑 주식 32만주를 주당 22만3,000원인 713억여원에 매입했다.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정몽근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을 정지선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현대백화점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당시 정지선 부회장이 증여받은 한무쇼핑 주식거래는 개인이 납부해야하는 증여세 300억원을 회사자금으로 충당하고 정 부회장은 400억여원의 현금까지 확보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교선 상무의 증여세를 한무쇼핑 지분으로 충당한 것처럼 과거에도 정지선 부회장의 증여세를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대백화점은 외부감사법인을 통해 적정가치 산정결과 최대 24만5,000원까지 나왔으며 우량 기업이라 투자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업계와 증권 전문가들은 주당 22만3,000원은 적정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고 2002년 당시부터 정몽근 회장이 경영승계를 본격화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정교선 상무가 대주주이며 기획담당 이사로 있는 현대H&S에 현대백화점이 보유했던 현대홈쇼핑 주식 90만주를 1만70원에 넘긴 것도 회사에 손실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2002년과 올해 두 차례나 비상장 계열사인 한무쇼핑 지분을 이용해 개인 돈은 전혀 들이지 않고 수백억원대의 증여세를 회사자금으로 납부한 만큼 편법승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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