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민이 800만명이 넘는데 현행 지원 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와 ‘하우스푸어’계층까지 지원 대상으로 추락할 경우 ‘만성적인 초과 수요’ 상태에 돌입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그는 “서민금융시장에서 이른바 ‘금리단층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2년 한국재무학회-한국금융연구원 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해 “8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서민금융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현행 서민금융 지원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 저신용 계층, 이자율 2~3배 높아
그는 “현재 서민금융 지원이 필요한 대상은 저신용자(신용등급 7등급 이하) 660만명, 생계형 자영업자 170만명 등 800만명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부동산경기 침체와 내수부진이 심화될 경우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맞물려 하우스푸어나 신규 자영업 진출자 등이 새로운 서민금융 수요층으로 편입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 강화 움직임, 서민금융회사의 구조조정 및 영업부진 등으로 서민금융 공급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면서 “3대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은 지원 대상과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800만명이 넘는 서민층의 금융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민금융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급은 원활하지 않아 향후 서민금융시장이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권 원장은 “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둔화되는 가운데 최근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증가세도 크게 둔화됐다”면서 “비 은행권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신용공급 여력이 상당히 위축된 데다 금년 들어 대출증가세가 더욱 둔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들은 은행으로부터 연이율 5~14% 수준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 계층은 2~3배에 달하는 연 20~30%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서민계층에 대한 적정한 신용위험 평가모델이 구축되지 않아 대출금리가 비체계적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 “가계부채 구조조정 전담기구 설립해야”
이날 권 원장은 “가계 빚 축소를 위해 악성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을 전담할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경제상황 악화 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한다”면서 “다중채무자 등 악성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을 전담할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5월 설립됐던 ‘희망모아’의 사례를 상기하며 새로운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희망모아’는 당시 국민은행 등 30개 금융회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동으로 설립한 공동 채권추심 및 신용회복 지원기구로 다중채무자에 대한 채무 구조조정 역할을 맡았었다.
권 원장은 더불어 금융 뿐 아니라 재정까지 포함한 새로운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종전의 서민금융 지원체계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금융부문 뿐만 아니라 재정까지 포함한 새로운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저소득, 저신용 계층뿐만 아니라 생계형 자영업자 등 잠재적 취약계층까지 모두 포괄하는 경제적 자활 지원방안이 필요하며,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출구방안도 연계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이러한 방안들이 현재 진행 중인 가계대책 연착륙대책의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 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저소득층 및 서민에 대한 배려 없이 가계부채 대책이 강행될 시 영세 서민 및 저소득층의 연쇄 파산에 따른 실업률 증가, 소비감소, 부동산시장 침체 및 이로 인한 금융부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과 사회 안전망 확충 등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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