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이 그렇게 높은 것이 신기하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상임고문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내린 박한 평가다.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정 고문이 21일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보이겠다"며 사실상의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잠룡 '빅4' 중 손학규와 문재인 상임고문에 이어 정 고문까지 출마를 결심함에 따라 당 내 대선 후보 경쟁 무대가 점차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정 고문은 오는 26일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서울 광장시장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 정세균 대권 도전, “나는 저평가 우량주”
정 고문은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기자간담회 겸 오찬을 열고 대선 경선과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자신이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물경제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경제통’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지금 당장은 지지도가 낮지만 제 진정성과 경험, 전문성을 알리고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면 국민들에게 신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저평가 우량주가 장이 서면 제대로 평가 받아 성장주 대열에 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이번 18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숙명이고 의무”라며 “이제 직진이다. 많은 난관과 도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도전도 과감히 해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위기가 현실이 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선진국 진입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위기를 희망으로 만들어야 하는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이나 정부는 아마도 이명박ㆍ새누리당 정권이 물려주는 많은 과제를 다루기 위해 허리가 휘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닌 만큼,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 대통령으로서 도덕성과 열정 등은 기본 덕목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능력이다. 정세균이 가장 적임자”라며 비교우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경제를 알고 정치를 아는 정세균을 주목해 달라”며 “위기를 목전에 둔 대한민국에 과연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가를 잘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 “박근혜가 대세? 글쎄…”
정 고문은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그렇게 높은 것이 신기하다”면서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니까 존중해야 하겠지만 저는 박 전 위원장에게 단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정 지지층에 확장성이 있어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데 박 전 위원장의 경우 확장성은 거의 없다”며 “어떻게 보면 지금 받고 있는 지지율이 최상일 수 있다. 현재의 지지율이 바로 투표로 연결될 것인가는 의문”이라는 말로 박 전 비대위원장의 40%대 지지율을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지금 신문만 보면 박 전 위원장이 난공불락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의외로 그렇게 겁낼 상대가 아닐 수 있다”며 “국민여러분들께서 선뜻 표를 주기 어려운 그런 내용들도 많은 분이라 확장성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낼 것이다. 오히려 잠재력 있는 새누리당 다른 후보들보다 쉬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그런 양상을 보인다. 지난 총선 때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높지 않았나. 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고문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하면서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처음 5%였는데 결국 50%가 넘었다”며 “선거는 변화무쌍하다. 처음에 한번 지지율이 나오면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역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또 “결정적일 때 어떤 이슈가 어떻게 부각되고,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등락이 심하다”고 강조하며 “국민들이 국회의원은 좋아하는 사람을 찍지만 대통령은 결코 이미지 보고 찍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며 직설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 표현을 듣고 많이 싫어하더라. 그런데 진짜 그렇게 느낀다.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분의 걸어온 길이나 정치하는 모습, 정책 등을 보면 우리들과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우리 민주주의가 후퇴 했는데 만약 그분이 들어오면 거기서 더 후퇴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 “안철수, 훌륭한 사람이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민주진보진영에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걸 환영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국민들에게 검증할 기회를 줘야 한다. 민주당에 들어와서 함께 ‘원 샷 경선’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해서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자질만 훌륭하다고 해서 좋은 결정을 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좋은 대통령은 국정전반을 통달할 수 있는 덕목을 많이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 안 원장에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해본 적이 있다며 "그 때 답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경선룰에 대해서는 “당외 인사와 ‘원샷경선’을 해야 한다면 전면적인 오픈프라이머리가 옳고 당내 인사끼리 경쟁해야 한다면 국민참여 경선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 정 고문은 야권연대 등 각종 현안에 관한 의견도 내놨다.
야권연대 복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일어난 선거 부정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며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박영선ㆍ이인영ㆍ김부겸ㆍ문성근 등 전 최고위원들의 대선 출마를 막고 있는 당헌ㆍ당규를 개정해야하느냐는 질문에는 “위인설관이라는 말처럼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원칙은 지키는 게 좋다고 본다”며 “특정인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가능하면 원칙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정세균, 콘텐츠 있지만… 호남-2인자 한계
정 고문의 최대 강점은 ‘콘텐츠’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는 이명박 출범 이후 대기업 재벌 중심의 낙수경제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분수경제론을 내세운 바 있다. 지난 2010년 10ㆍ3 전당대회 직후 당이 ‘좌클릭’하는 데 일조한 그의 분수경제론은 당 강령인 경제민주화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지난 4ㆍ11 총선 참패 이후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진보성장 담론이 잇따르자 분수경제론은 다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분수경제론의 핵심이 중소기업과 서민, 중산층 등을 위한 정책을 통해 아래에서 분수처럼 솟는 경제성장에 있기 때문이다.
정 고문의 분수경제론은 문재인 상임고문의 ‘복지와 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포용적 성장’, 손학규 상임고문의 ‘진보적 성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복지와 일자리의 선순환 경제’ 등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 고문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대권출마 선언 장소로 종로 광장시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분수경제론이라는 내 모토와 가장 맞는 곳이 광장시장”이라고 설명하며 분수경제론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정 고문의 콘텐츠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0년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승리로 구성되는 지방정부에서 다른 야당과 손을 잡고 지방공동정부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군소정당들에게 반MB 연대를 제안하며 지방공동정부 구성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문재인 고문이 안철수 원장에게 제안한 공동 연립정부 구성의 기반도 정 고문의 ‘지방공동정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정 고문은 지난 총선에 앞서 범야권에 영호남의 민주화 세력을 엮는 남부민주벨트를 제안했다. 그는 당시 남부민주벨트와 관련해 “남부민주벨트를 복원하고 호남 혁신을 이루는 것이 정권교체의 길”이라며 “이를 통해 PK지역에서 민주당이 선전하고, 이를 수도권 승리로 연결한다면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남부민주벨트는 낙동강 전선의 모태가 됐다는 평가다.
정 고문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를 버리고 종로에 출마, 친박계 핵심인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5선 고지에 올랐고, 총선에 앞서 야권통합 연석회의를 주재하며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의 끈을 마련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관리형 대표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에 대권 유력주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1∼3%대에 그치고 있다. 인지도가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 까닭도 관리형 대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둘째 주 여론조사(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 1.6%) 결과에 따르면, 정 고문의 지지율은 1.2%에 불과하다.
1위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42.8%), 2위는 안철수 원장(21.1%)이 기록한 가운데, 문재인 고문(11.6%), 손학규 고문(3.5%) 김문수 경기지사(2.8%) 김두관 경남지사(2.6%)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2.5%)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이 각각 2.3%로 그 뒤를 이었다.
또 그는 호남 정치인이라는 한계와 함께 지난 2008년 대표 당시 민주당호(號)의 갈지(之)자 행보를 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료출신 정치인의 한계 탓에 야당 특유의 성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의 계파 갈등만 심화됐다는 얘기다. 정 고문이 대권고지에 오르기 위해선 호남과 관리형 대표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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