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유혹하는 와이프로거(Wifelogger)

김준성 / 기사승인 : 2006-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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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제2의 남편을 갖고 있다(?)

<편집자주>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내는 남편과 대면하는 시간 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이제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엔 한계가 있다. 직장인 주부이든 전업 주부이든 상관없이 생활패턴이 변하고 있다. 살림을 하되 창의적이고 알뜰한 노하우를 얻고 배우며 교환하고자 하는 네티즌의 욕구로 주부 블로그인 와이프로거(Wifelogger)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동체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과 익명으로 무한의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뭉쳐지면서 바쁜 일과 속에서 살고 있는 주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남편에게 말못하는 고민거리도 블로그에서는 서로 고민을 주고받으며 조언을 얻고 있다.

블로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 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도입 초기에는 검색과 이메일이 주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커뮤니티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블로그의 확산은 젊은 세대와 직장인의 생활뿐 아니라 전업 주부의 생활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주부들은 인터넷의 변방에 위치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주부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 주부들의 블로그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 주부 블로그를 통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 및 시사점을 찾아본다.

30대의 실용 인터넷 성향에 주목

블로그 사용 현황에 대한 인터넷 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활동성 측면에서는 20대가 단연 우위를 보인다.

80%대에 그친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의 경우 96%의 인터넷 사용자가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부들의 경우 가계 소비를 좌우하는 실질 소비주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활 소비재나 전자 제품에 대한 의사 결정에서 가정 주부들이 갖는 영향력은 크다.

주부들의 일상 생활이 담긴 블로그는 소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고객 접점이자 마케팅 창구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에 관한 조사만 보아도 생활인인 30대와 감성 소비자인 20대의 인터넷 사용 목적은 다소 다르다.

인터넷진흥원의 2006년 인터넷이슈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는 블로그/미니홈피 활동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30대는 정보 검색의 필요성이 우선이었다.

이런 성향은 블로그 이용 목적에도 이어지는데, 20대는 친교/교제 성향이 뚜렷한 반면, 30대는 취미/여가에 대한 자료 공유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생활 정보의 허브, 와이프로거(Wifelogger)

블로그 활동은 크게 보아, 컨텐츠를 생산하는 활동과 컨텐츠를 수집하는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컨텐츠를 생산하는 블로거들은 수많은 블로그 네트워크 상의 허브에 존재한다.

주부 블로거들 중에서도 허브가 있다.

32세의 주부 문성실씨는 둥이맘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파워 블로거다.

그녀는 블로그에 올렸던 요리들을 묶어 첫 번째 책을 출판한 데 이어 미니 오븐을 활용한 요리책과 아이들 간식 요리책까지 총 세 권의 책을 출판한 경력을 갖고 있다.

프로 못지 않은 사진 솜씨와 간편한 재료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아이디어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녀만의 알뜰하고 똑 부러지는 요리 비법을 보기 위해 그녀와 블로그 이웃을 맺은 사람만 2만 4000명에 이르고 하루 평균 블로그 방문자는 1만 명에 육박한다.

문성실씨와 같은 주부 블로거 스타들은 예성맘, 피스위버, 베비로즈, 레테, 천재소녀 등 잘 알려진 필명만 꼽아도 여러 명이다.

게다가 지금도 ‘네이버 메인’, ‘싸이월드 투멤’과 같은 컨텐츠 소개 코너를 통해 하루에도 몇 명씩 주부 블로거 스타가 데뷔하고 있다.

프로주부이자 파워블로거인 이들의 관심사는 요리, 인테리어, 육아, 가사 노하우 등 주부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보 수집을 위해 블로그 활동을 하는 통상의 주부 블로거와 달리 이들은 좀더 생활 정보 컨텐츠의 생산과 공유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보통의 주부 블로거가 컨텐츠 소비자라면 이들은 컨텐츠의 공급자인 셈이다.

이들을 통상의 주부 블로거와 구분하기 위해 와이프(Wife)와 블로거(Blogger)라는 단어를 결합한 와이프로거(Wifelogger)로 부르기로 하자.

와이프로거는 사실 보통의 주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주부들이다.

이들은 희귀하고 비싼 재료나 장비를 사용하지도 않고, 전문적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다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좀더 다르게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결합하는 데 특출한 재능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와이프로거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들의 컨텐츠는 독특하지만 또한 누구든지 따라하기 쉽기 때문에 주부 블로거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주부 블로거들은 와이프로거의 블로그에 와서 그들의 요리, 인테리어 비법을 꼼꼼히 모니터링한다.

이들이 어디에서 재료를 구입해 어떻게 활용했는지 체크하고 댓글을 통해 문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 와이프로거들은 쏟아지는 질문을 감안해 가능한 상세설명을 곁들여 게시물을 작성한다. 하지만 ‘무슨 디지털 카메라를 쓰세요?’, ‘케익틀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아예 FAQ를 만들어 놓는 와이프로거도 있다.

이들의 살림 노하우나 요리 레시피는 물론이고 이들이 거래하는 가게, 이들이 구입한 식재료는 주부 블로거에게 중요한 정보원이다.

200만의 잠재 네트워크 형성 가능

그렇다면 국내 주부 블로그 네트워크 규모는 어느 정도 커질 수 있을까? 조사 자료를 통해 주부 블로거의 규모를 추산해보자.

우선, 2002년 37%에 불과했던 주부 인터넷 인구는 현재 59%로 증가한 상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업 주부 수는 총 540만 명이므로 대략 318만 명의 전업 주부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블로그 활동 현황에 관한 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의하면 친교의 수단으로서 블로그를 활용하는 비율은 30대의 경우 인터넷 인구의 11%, 40대가 8%라 한다. 이들을 정기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 가정하면 국내의 주부 블로거는 대략 28만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단일 채널로 접할 수 있는 소비자 규모로서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렇다면 한 번이라도 블로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인터넷 인구 중 70%가 블로그 이용 경험이 있다고 가정하면 국내에 약 223만 명의 주부가 블로그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 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인터넷 인구 중 85%가, 40대는 69%가 블로그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수의 와이프로거와 그를 둘러싼 28만의 주부 블로거가 현재 블로그 활동의 주류들이지만 필요에 따라 정보를 찾는 주부들을 감안하면 200만명 이상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와이프로거 트렌드, DIY가 뜬다

와이프로거들은 평범하고 천편일률적인 소비 활동을 거부한다.

이들은 밖에서 남이 해놓은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기 보다 소비활동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스스로의 손으로 창조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법한 외국 요리들을 집안에서 뚝딱 만들고, 버려진 가구나 낡은 가구를 가지고 멋진 새 가구를 만들어 낸다.

틀에서 찍어낸 듯한 아파트 인테리어도 이들이 손을 대면 유럽풍의 아담한 공간으로 변한다. ‘내 손으로, 직접’이 와이프로거들의 모토인 것이다.

와이프로거가 보여주는 DIY(Do-It-Yourself)는 홈베이킹, 파스타, 동남아 요리, 핫도그, 호떡 만들기는 물론 직접 공구를 들고 집 수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DIY를 선호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경제성이다. 이들은 소득수준 상위 몇% 안에 드는 사모님이 아니라 샐러리맨 남편을 둔 주부들이다. DIY는 외식이나 전문가를 통한 인테리어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무언가 변화를 원하는 주부들이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둘째는 신뢰성이다. 이들은 가정주부의 손이 가장 믿을 수 있다는 전통적 사고를 보유하고 있는 전형적 현모양처들이 대부분이다.

믿을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직접 만드는 것이 가족의 건강에도 가장 좋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환경 오염이나 가구의 유해성 논란이 증폭하면서 제품 신뢰성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인적인 만족감이다. 이들에게 가사는 취미 활동이며 가치 창출의 수단이다. 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 때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DIY의 장점을 몸소 실천하는 와이프로거들의 블로그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DIY형 제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DIY 제품들로는 홈베이킹과 인테리어 소품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주요 대형마트에는 홈베이킹 재료들이 단독 코너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CJ, 삼양사(큐원), 오뚜기, 대상 등의 식품업체는 홈베이킹 재료인 프리믹스 상품을 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보고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베이킹 장비들에 대한 수요도 늘어 미니 오븐의 경우는 작년 한 해에만 2만 대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홈 인테리어 시장도 활성화하고 있다. 연간 10조원 규모인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서 DIY형 홈 인테리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만 해도 1~2%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0%까지 확대됐다. 코즈니나 B&Q 같은 인테리어 소품 매장도 주부들의 입소문 속에 활기를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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