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 관련 정책간담회 중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민공감혁신위를 이끌 역량 있는 분을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라며 “정치와 정당개혁에 관한 학문적 이론을 갖추고 있고, 현실정치에도 이해도가 높을 분을 영입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로서는 그동안 중진모임을 필두로 당내에서 거세졌던 비대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 분리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박 원내대표, 추석전부터 비대위원장 영입 작업
박 원내대표는 추석연휴 전부터 비대위원장을 물색해왔지만 제안받은 사람들이 모두 거절하며 인물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 막판까지 조국 서울대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도움 요청으로 추석 연휴 기간 중 부산에서 조국 교수를 직접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교수는 “능력이 없고 학교가 개강한 상황이라 수락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조 교수 이외에도 강준만 전북대 교수, 조정래 소설가 등과 접촉했지만 모두 제안을 고사하자 결국 이상돈 교수를 접촉, 설득한 뒤 문재인 의원과 김한길 전 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상돈 교수는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제안했던 교수 중 한 명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박 원내대표에게 이러한 소식을 듣고 “당 혁신과 쇄신을 위해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이상돈 교수에 대해선 정체성과 관련해 당내 부정적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고 문 의원 측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영입 문제를 밝히며 하마평에 오른 이 교수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영입 제안을 인정하며 공식 입장 발표 계획까지 밝혔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이 잇따랐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교수를 새정치연합 당 대표급인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다는 것은 개인 자질과는 별도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박 정권 탄생 주역이다. 결사저지하겠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문자성명서를 통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만약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 주역인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강행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온몸으로 결사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진보성향 초재선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이날 긴급회의를 가진 후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상돈 교수를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당 지도부에 영입 작업의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도 이날 박 원내대표와 다시 전화 통화를 갖고 “이상돈 교수에 대해 ‘심각하다’, ‘이대론 안 되는 분위기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고 당내 상황을 여과 없이 전했다고 한다.
실제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단체대화방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돈 비대위원장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전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당 혁신 작업만 맡기는 만큼 새누리당 비대위 출신이란 점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또 한 차례 의총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정치연합 의원 54명은 이날 오후 반대성명을 내고 “우리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상돈 교수를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당 지도부는 이상돈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작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사퇴 여부가 변수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지난달 이미 구성을 마친 비대위에 대한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이미 구성을 마쳤는데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오더라도 사실상 ‘박영선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와 측근인 강래구 조직사무부총장을 내세워 조강특위와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실제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할지 여부도 변수다. 새정치연합은 일부 언론에서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사퇴’ 보도가 나오자 “사퇴가 아니다”라고 사실관계를 정정했다. 김영근 대변인은 “사퇴는 아니다. 단독이냐, 공동이냐는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원내대표와 겸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남겠다는 거라면 어처구니가 없다”며 “결국 자리를 끝까지 욕심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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