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李회장 구하기 시나리오는?

김준성 / 기사승인 : 2006-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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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아직 결정된것 없다"… 검찰 "출금 안 할것"

삼성 이건희 회장이 '밴플리트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돼 미국행을 고려중인 상황에서 검찰은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관련해 이 회장의 공개소환 방침을 밝히고 있어 삼성그룹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개소환도 검찰 입장의 생각일 뿐 아직 삼성측에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검찰이 이 회장 소환에 대해 적지않은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해 X파일사건 관련 당시 국회 법사위와 재경위에서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을 때 신병치료를 이유로 출국하고는 5개월 뒤에 귀국한 바 있다.

출국 덕분에 X파일 폭풍은 비껴갔지만 검찰의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수사는 그 동안 계속돼 왔다.

다음달 19일에 있을 '밴플리트상' 시상식이 이번에도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논란을 넘을 빌미를 줄 수 있을까?

'밴플리트상'은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매년 선정하며 한미 두 나라의 상호이해와 협력 증진에 기여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해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밴플리트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수상한 바 있다.

삼성측은 “이번 시상식이 미국내 권위를 가진 행사인 만큼 참석의 중요성을 감안하고 있지만 이 회장 참석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의 입장은 아이러니하다.

검찰이 이 회장의 공개소환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출국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생했는데도 삼성측에 소환통보도 하지 않고 출국금지까지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출국과 수사는 별개의 것이라는 검찰의 입장은 이 회장의 출국을 통한 장기체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장기체류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올해 국정감사가 9월에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변수이다.

지난해 국감 때도 국회 법사위와 재경위에서 이 회장의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을 때 이 회장은 신병치료를 이유로 출국했다가 5개월 뒤에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사건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국감을 앞두고 있어 이 회장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출국은 곧 치외법권지역으로 탈출을 의미할 정도로 그 동안 대다수 경제계 인사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택해 왔던 수단이었다.

국내 비판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기 위한 방편이거나 아니면 실제 형집행을 피하기 위한 출국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이 회장의 소환 시기에 대해 "오는 24일 항소심 공판과 직접적 연관이 없을 뿐 아니라 다음달 19일 밴플리트상 수상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공개소환이라는 방침만 세웠을 뿐 소환시기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의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용씨가 전환사채 배정 당시 유학생 신분이라서 지금으로서는 조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이재용씨는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사건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편법증여 등으로 고발된 상태여서 이번 수사에서는 빠지더라도 향후 검찰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회장의 조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가 에버랜드 사건의 공모관계 입증을 위해 검찰에 부여한 기간은 한 달이다.

물론 검찰 수사가 빨라지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때까지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고발한 허태학, 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조차 배임죄로 처벌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검찰이 상고할 수도 있으나 대법원 재판은 선고일을 예상하기 어렵고 이번 수사만 6년을 끌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이 회장의 사법 처리는 물건너 간 사례에 근접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 장학생' '이건희 봐주기' 등 국민 비난과 시민단체의 집중 포화를 맞아온 검찰로서는 나름대로 편법증여 관련 의혹을 밝히고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부실로 항소심에서 '혐의 증거 불충분' 등의 무죄 선고가 내려진다면 이 회장은 예상했던 대로 법적인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이 회장을 기소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약 기소를 못하면 법정 다툼은 전환사채 헐값발행의 지시자, 공모자 전체가 아니라 실행자 허태학, 박노빈으로 범위가 좁아진다.

만약 항소심 재판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 이 회장이 '혐의 없다'는 판결을 받으면 '밴플리트 상'을 타기 위해 바로 미국으로 향할 것이다.

이것은 삼성측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검찰이 편법증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고 범죄 연루자들을 사법처리할 수 있을지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검찰이 의혹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무능력을 입증하는 결과이거나 의도적으로 '무능력한 척' 한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현재 검찰은 지난 10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비공개로 소환해 16시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96년 12월, 당시 중앙일보 회장이었을 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재용씨에게 넘긴 것이 독자적 판단이었는지, 이 회장이나 그룹 비서실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검찰은 96년 중앙일보가 전환사채를 발행했을 때 이 회장 등이 실권한 것과 98년 이 회장이 홍 전 회장측에 중앙일보 주식 51만9000여 주를 무상 증여한 것이 중앙일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데 따른 대가였는지도 조사했다.

이에 대해 홍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전환사채 편법증여를 공모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인하더라도 소환 조사한 자체가 성과다. 더 이상 부를 일은 없다"며 홍 전 회장의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의 조사 내용을 오는 24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항소심 공판의 추가자료에 첨부할 예정이고 최근에는 추가자료 선별작업을 모두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의 소환 조사에 이어 이학수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소환 일정도 삼성측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보충 수사 요구가 나왔을 때만 해도 검찰은 "공모관계를 밝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는 볼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는 삼성 조직이 준비한 시나리오가 막강하고 수십년간 검찰과 판사 생활을 했던 '내공있는' 삼성측 변호사들의 논리를 헤쳐나가기 힘들다는 푸념일 수도 있다.

또 이 회장을 압박해 취조하기도 힘들다.

정몽구 현대 회장을 소환할 때만 해도 "정 회장을 구속해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이 회장의 경우는 수준이 다르다.

검찰 수뇌부측에서도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다며 신중론을 계속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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