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등 현안이 끊임없이 발생해)소신을 갖고 추진하려 했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공직자는 여건을 탓하지 말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입니다”
취임 9개월째를 맞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때로는 현안의 중심에서서 일을 처리하다보니 평소 중요하게 여겼던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31일 취임한 이후 쌀값 폭락, 배추값 폭등,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당면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하루도 숨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달려왔다.
정치인 출신인 유 장관은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기본적으로 국민(국가)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직자인 점은 같다”면서 “장관은 자신이 궁극적인 정책결정자이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올 초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모든 책임은 장관인 내가 지겠다”며 책임론 확산을 무마한 것도 동일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제역과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른 보도들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 장관과의 일문일답.
(중제) 유통구조개선 등 식량자원 대책마련
- 최근 세계 각국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가 식량문제다. 우리 정부는 식량난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국무회의 등에서 식량문제를 많이 거론했지만, 정부는 식량 문제에 대해 둔감한 부분이 있다. 과거에 (먹을거리가 부족해)모두가 어려웠을 때는 식량증산도 하고 곡물수입도 했는데, 이제 식량 부족을 겪지 않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세계는 바이오 에너지 수요 증가, 인도·중국 등 대량 소비국가 증가, 투기자본 개입 등 곡물 수급 불안정 구조에 있다. 우리나라 같이 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 농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당장 현안에 매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닥칠 상황을 예측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식량부족으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삼성물산 등 민간 3사가 미국 시카고에 최근 곡물회사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시카고를 염두에 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시카고는 세계적인 곡물 거래소가 있는 세계 곡물 시장의 메카다. 곡물이 수출·유통·거래뿐 아니라 모든 정보가 여기서 생산되며, 상품거래소에서 결정된 가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카고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카길 등 4대 메이저 곡물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경쟁으로 보면 안 된다. 경쟁으로 가면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다. 4대 메이저 곡물회사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자체 역량을 키워할 것이다”
- 정부가 오는 6월 중 곡물자급률 등 식량자원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목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6월이라고 할 것은 없고,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정책에서 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시간 날짜에 구애 받을 일은 아니다”
- 지난해 발생한 배추파동 등은 유통구조문제로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장관 자리에 있다 보니 가장 힘든 건 농업과 관련해서 위험관리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이냐 하는 점이다. 농산물은 미묘한 공급량 변화에도 가격 변화가 크다. 가공 저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더라도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공급량 예측모델을 바꾸기 위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시세예측모형은 곡물시장 변화, 날씨 변화 등 가상 시나리오를 투입해서 농산물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는 것이다. 현재 인력을 보충해서 몇 달 째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능할 것이냐 하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급량 예측뿐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서 농협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계약 재배를 확대해서 수급조절 기능을 맡아야 한다. 과감하게 농산물을 사들여서 저장가능 한 것은 비축하고, 수급 불안이 생기면 방출하고 해야 한다. 배추의 경우에도 꼭 신선배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저장성이 있는 김치로 제조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다단계 유통구조, 시장 경매구조도 개편하는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거래방식이 필요하다. 사이버 거래, 직거래 등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 최근 발생한 농협의 금융사고도 결국 방만한 사업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농협이 금융 중심으로 치우쳤다는 지적 때문에 농협법을 개정해 앞으로는 경제사업 중심을 할 계획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형식적인 법개정에 그치면 안 된다. 정부도 농협 사업구조개편 본부를 운영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농협이 자기 혁신을 통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다”
(중제) 구제역 사태, “방역 시스템 新구축 할 것”
- 구제역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이번 구제역 피해가 크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과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이 같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사실과 다른 보도들로 인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 안타깝다. 국민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짐으로써 얻는 피해가 크다. 축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서 농가들도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
제 생각은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 전국 백신(처방)을 실시했기 때문에 개체별로 약한 것들은 감염될 수 있다고 수없이 얘기했다. 그러나 지난달 경북 영천에서 감염축이 또 발견됐는데 구제역이 다시 확산된 것처럼 오해하게 해서 안타까웠다”
- 대만처럼 구제역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백신 사용은 정책적인 판단이다. 대만은 전국 백신을 실시하다가 중간에 백신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다보니 구제역이 재발하게 된 것이다. 반면 영국은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백신을 사용을 하지 않았다. 우리도 경기, 안동에서 시작한 구제역이 경기 파주로 넘어오지 않았다면 접종 안 했을 수도 있다. 확산될 것이라는 징후가 있었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한 것이다.
이번 구제역 이후에 방역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축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요건을 만들고 있다. 축산단체에서도 축산업 허가제 등 큰 틀에서는 이미 동의를 한 상태다”
(중제) FTA “피해보전만큼 경쟁력 강화 신경써야”
- 쇠고기 수입과 관련, 캐나다와의 무역분쟁 해결이 요원하다.
“현재 양국간에 4번에 걸친 기술협의를 진행했는데, 서로 합의에 많이 이르렀다. 무역질서를 따라야 하니까 사법적인 판결에 따라 진행하는 것과 양국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게 더 유리한 지 판단해서 할 것이다.
국민들은 쇠고기 수입에 대해 우려할 수 있지만 국민 기대치를 감안해서 안전장치를 캐나다측에 요구했기 때문에 지금은 서로 잘 이해가 돼서 그 부분만 합의가 된다면 패널을 거치지 않더라도 양국 간 협의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최근 추진하고 있는 ‘스마일 농어촌 운동’ 이 과거 새마을 운동을 연상하게 한다.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스마일 농어촌은 농어촌이 웃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콘셉트다. 농어촌은 저성장, 열악한 사회 시스템 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농촌이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한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농어촌이 희망을 가져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농어촌 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일궈내기 위한 정책적 전환이라고 보면 된다”
- 자유무역협정(FTA)과 농수산축산 분야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떻게 보나.
“DDA, FTA는 국제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국제적인 흐름을 거역해서는 안된다.
다만 앞으로 닥칠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지난 2일 여야 합의를 이뤘는데, 거기서 농업대책을 강화하겠다고 해서 나온 게 FTA예비결산기금을 5년간 1조원 이상 반영키로 했다. 또 FTA 보전 직불금 발동요건을 소득 85% 이하에서 90% 이하로 피해보전 비율을 조정했다.
하지만 지금 대책은 피해 보전에 너무 초점을 맞췄다. 보조금 같은 충격완화도 필요하지만,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다. 두 가지를 이원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령 농업인은 복지 차원에서 보조금으로 접근하고, 전문 정예 인력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산업 자금화, 융자 등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일시에 보조금을 폐지해서는 안 되지만 둘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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