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레드 핵심기술 유출 파문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6-29 15: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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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조원’ 털렸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첨단 국가핵심 산업기술인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외국계 검사장비 업체 직원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가 90조원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 ‘핵심 산업기술’로 직접 지정 할 만큼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삼성과 LG의 아몰레드 기술이 해외 경쟁기업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지난 27일 삼성과 LG가 보유한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등에관한 법률 위반 등)로 외국계기업 한국지사인 O사의 김모(36·LG영업담당) 차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이모(43·LG영업담당)부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양벌 규정에 의해 법적 책임이 있는 O사 한국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 90조원 시장 ‘핵심기술’ 유출
이번에 유출된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기술은 응답속도가 LCD보다 1000배 빠르고 LCD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90조원 규모의 시장을 주도하며 올해 1분기 현재 세계 전체 매출액의 30.8%, 26.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김 차장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몰레드 생산 공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검사장비 협력업체 직원의 업무특성을 이용해 아몰레드 기술을 신용카드형 USB 등에 몰래 저장한 뒤 O사의 이스라엘 본사와 해외 경쟁업체 담당지사에 여러차례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차장과 안모(36·삼성영업담당) 과장, 김모(30·삼성영업담당) 대리는 삼성과 LG의 아몰레드 패널 생산현장에서 검사 장비를 점검하던 중 시장출시를 앞둔 55인치 TV용 아몰레드 패널의 레이어별 실물회로도를 촬영한 뒤 USB에 담아 신발, 벨트, 지갑 등에 몰래 숨겨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O사는 LCD·아몰레드 등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을 검사하는 장비를 납품하기 때문에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생산현장에 접근, 아몰레드 패널의 레이어별 실물 회로도와 구조를 제약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실물회로도는 기술이 집약돼 있어 회로도만 입수하면 경쟁업체에서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어 핵심 기술자료로 꼽힌다.


◇ 빼돌린 자료는 대만·중국 경쟁사로
이렇게 빼돌린 자료는 이 부장과 서모(40·삼성영업담당) 부장, 이모(38·삼성영업담당) 차장이 각 기술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O사 본사 임원과 마케팅담당 직원에 보고하면, O사의 해외지사를 통해 삼성·LG의 경쟁기업인 대만 AUO, CMI, 중국 BOE, CSOT 등의 영업담당 직원에게 유출됐다. 검찰은 중국 BOE계열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차장의 회사 이메일에서 본사 및 중국지역 담당자를 통해 중국 BOE측에 기술을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삼성과 LG뿐만 아니라 중국 BOE 등 다른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O사는 한국지사로부터 넘겨받은 아몰레드 핵심 자료를 O사의 중국지사와 대만지사를 통해 현지 기업들에게 넘기는 대가로 검사장비 판매를 증대시켜 사실상 영업이익 효과를 거뒀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삼성 아몰레드 기술이 O사를 통해 일부 유출된 것 같다는 정황을 잡고 검찰에 제보를 했다”며 “이후 삼성 감사팀과 같이 수사를 진행했고, LG 기술유출은 O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나 LG의 보안시스템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안점검을 소홀히 한 측면은 있다”며 “삼성은 수사착수 전에 기술유출 정황을 확인했지만 LG는 검찰이 통보한 이후에 기술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아직까진 정확한 기술유출 경로나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액은 정확히 산정하지 못했다. 삼성과 LG가 각각 기술개발비만 1조3800억여원, 1조270억원을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최소 2조원 이상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했다.


본사에 넘겨진 아몰레드 기술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느 기업에 유출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중국이나 대만 등 삼성과 LG의 경쟁 기업에 기술이 넘어가 실제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 O사 오히려 ‘적반하장’
삼성과 LG가 불량 제품을 최소화하고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공급을 위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77%)를 차지하고 있는 O사의 장비를 들였지만 O사는 자사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고객사의 경쟁기업에 기술을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볼 때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검찰은 국가핵심기술을 취득한 O사 본사 및 해외 지사 소속 외국인을 상대로 기술 유출경로와 추가 유출여부 등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삼성과 LG의 극비 자료이자 국가 핵심기술로 외국 경쟁업체에 유출될 경우 국내 아몰레드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기술”이라며 “O사 이스라엘 본사 임원에 대해서 출석을 요청하고 있고, 관련지사 직원에 대해서도 인적사항을 파악하며 계속 내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O사의 이런 수법의 기술유출이 적발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지금껏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O사의 기술유출 사례가 발견된 적이 없다. 검찰은 “O사의 기술유출은 우리나라에 국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외지사를 통해 고객사의 기술자료를 취득한 뒤, 이를 다른 국가의 고객사에 넘기는 방식의 ‘영업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국가핵심기술을 취득한 O사 본사 및 해외 지사 소속 외국인을 상대로 기술 유출경로와 추가 유출여부 등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O사는 되려 적반하장식 태도로 나오고 있다. O사는 “검찰이 수사를 계속하게 되면 계약을 맺은 삼성과 LG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삼성과 LG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망하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수사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국가적 자산으로서 이를 빼돌리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과 같은 행위로 규정해 더욱 엄중하게 수사할 예정”이라며 “O사 이스라엘 본사 임원에 대해서 출석을 요청하고 있고, 관련지사 직원에 대해서도 인적사항을 파악하며 계속 내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이나 인터폴과 공조 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다만 O사가 직접 유출한 것이 아닌 (한국지사에서) 넘겨받은 것을 이스라엘 정부가 범죄로 인정 해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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