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와, 어제야 기쁜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말한 이인호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입가에서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지난 16일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업계 관련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향후 카드업계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 올려진 셈이기 때문이다.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 소식에 제일 먼저 애통해 했던 것은 하나금융지주였다. 외환은행에 이어 두 번째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은 LG카드 인수를 위해 막판에 MBK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수의 실패로 종합금융그룹 구도에서도 신한, 우리금융그룹에 비해 뒤 처지게 됐고, 후발 카드사의 맹추격으로 카드업계에서의 지위도 위태로워졌다.
역시 인수 불발 소식이 전해진 농협도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동안 "외국자본에게 넘기는 것보다는 우리 자본, 그 중에서도 공공성이 있는 농협이 낫지 않느냐"면서 "금융권 전반에 대형화가 추진되는 흐름에 맞춰 농협도 종합금융그룹화를 이루겠다"며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었던 농협이었다.
인수전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씁쓸함을 나타낸 이들도 많았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본점으로 출근하는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제껏 2인자였던 신한지주가 국민은행을 바짝 추격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여기에 삼성, 현대, 롯데카드등 전업계 신용카드사 역시 예상은 했지만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신한지주가 LG카드 인수에 성공하면서 은행계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이 단숨에 70%선을 돌파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전까지 이들 전업계 카드사를 주축으로 신용카드 업계가 유지되어 온데서 이제는 은행계에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
결국 이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인 이들은 당사자뿐이었다. 신한지주 임직원들은 축배를 들며 소식을 환호했고, 신한카드 직원들 역시 업계 1위 회사의 직원이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또 LG카드 직원들도 역시 어차피 인수가 불가피한 만큼 하나나 농협보다 기대치가 큰 신한은행에 인수된 것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또 신한지주가 LG카드 인수 기자 간담회에서 인수 시, LG카드 임직원의 100% 고용승계 의사를 밝히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지 않겠다고 나서자, 한층 더 가벼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금융그룹이 LG카드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LG카드가 외환은행의 M&A 이후 실질적으로 마지막 남은 대형 인수합병(M&A)대상 금융기관이기 때문. 그리고 LG카드 인수 시, LG카드가 가지고 있는 1,010만 고객 확보와 카드시장에서의 우위 확보가 단번에 가능해진다.
때문에 신한지주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고액인 7조2,000억원 이라는 막대한 자금압박에도 LG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여신전문협회에 따르면 LG카드의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은 17.7%로 1위를 기록, 어떤 카드사이건 LG카드만 인수하면 적어도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일 인수전에 참가한 하나와 농협이 이를 인수했다면 각각 시장점유율이 20.7%, 24.4%을 기록, 이전까지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국민은행의 시장점유율과 대등하게 되거나 소폭이나마 앞지를 수 있었던 것.
그러나 결국 신한카드의 인수로 신한과 LG를 합친 시장점유율은 25.6%을 기록,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확보할 수 있는 점유율 21.5%에도 앞서며 카드부분 1위로 도약했다.
점유율 뿐 아니라 6월말 기준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회원수는 각각 1,180만명, 470만명으로 중복회원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1,4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게 돼, 향후 통합 신한카드가 카드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일대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이 사건을 1위 선두 카드사가 출범하게 되는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신한의 뒤를 이어 국민, 삼성의 대형 카드사와 롯데, 현대, 하나등 중소 카드사로 양분, 재편되는 흐름이 불가피 해진다.
특히 대형 카드사와 중소 카드사의 차가 크게 벌어져지게 됨으로써 후발 주자가 많은 중소 카드사의 추격을 한 템포 따돌리게 됐지만, 일정 시일이 지나면 이들의 맹공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은행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신한, KB, 우리의 대형 3개사로 이뤄진 'BIC 3'로 재편돼, 이전까지 'BIC 4'에 속했던 하나가 한 발 처지게 됐다.
그중 신한지주는 지금까지 은행 자회사에 치우쳐 비은행 자회사와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이익구조를 개선하게 되면서 1등 은행을 넘볼만한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위상을 농협, 하나보다 한 발 먼저 정립하게 됐다.
여기에 LG카드를 2015년까지 글로벌 5위의 카드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져, 은행과 카드 사업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향후 겸영 은행 및 전업 카드사간, 선발 카드사와 후발 카드사간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신협회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업은 과거처럼 수익성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 확장등의 부실 경영만 하지 않는다면 꾸준히 수익이 나는 사업이기에 여전히 많은 금융사가 이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때문에 이번 일로 은행과 전업카드사의 갈등을 야기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업 카드사의 1위 차지했던 LG가 은행계로 넘어가면서 신용카드 시장 내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전업사의 비중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계 카드사들은 단지 시장점유율 확보에 그치지 않을 기세다.
신한지주는 LG카드의 고객 데이터(DB)를 활용해 그룹 차원의 신규 고객유치 및 교차판매를 획기적으로 증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타 은행계에서도 '금융지주' 또는 '은행'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증권, 보험, 인터넷 뱅킹등을 이용한 다양한 연계 마케팅으로 고객확보에 나설 수 있게됐다.
또 전업사의 경우 자본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등 한계가 있으나 은행계의 경우 은행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전문가들은 전업카드사나 후발주자가 지금보다 더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카드업계가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신규회원 확대 및 부가서비스 및 포인트 제공 확대, 타사 우량회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카드업계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다.
이에 벌써부터 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는 생존 대책 마련에 돌입해, 삼성카드는 증권, 생명, 화재 등 삼성의 금융계열사를 아우르는 마케팅 전략과 함께 삼성전자와 연계된 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살 때 최고 200만원까지 깎아주는 선 할인 제도로 돌풍을 일으킨 현대카드는 보험, 정비 등 자동차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후 마케팅을 강화하고, 롯데카드는 이미 백화점, 할인점, 호텔 등 16개 롯데 계열사의 모든 매장에서 하나의 통합포인트를 적용하는 등 롯데그룹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전업계 카드업체 관계자는 "시장을 장악한 은행계 카드사들이 공세를 강화하고 이에 맞서 연체율 감소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한 전업계 카드사가 맞불을 놓을 경우 카드시장은 다시 과열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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