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더없는 호재...환율 정상화 도움줄듯
美 경제 불안.국내 금융사 유동성 부실은 걸림돌
한국-미국간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원화를 주고 그만큼의 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2의 외환보유액'이 생긴 셈이다. 특히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 중앙은행이 뒤에서 달러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안정은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고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이번 스와프 계약 체결은 금융시장 전반 뿐 아니라 경제불황 극복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은은 금리를 내릴 경우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화유동성 부족사태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적지않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이번 협정으로 달러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해소되고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 300억 달러 충분한가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으로부터 스와프 방식으로 받는 달러자금 300억 달러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난 1997년 국가부도 사태라는 위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공급한 금액은 210억 달러다. IMF 회원국들로부터 받기로 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모두 5백70억 달러였다.
한은은 국가부도라는 중대한 위기가 아닌 현재의 상황에서 연준으로부터 300억 달러를 수혈받는다. 한은.정부가 현재 스왑 입찰을 통해 공급중인 300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600억 달러가 외환시장에 투입되는 것인 만큼 시장 안정용 자금으로는 충분하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한은은 달러 현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외환당국은 2,397억 달러(9월말 현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이중 90%이상이 해외 증권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려면 보유 증권을 매각해야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던 만큼 한은의 현실적인 시장개입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은이 현금 30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되므로 시장의 이런 의심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의 실무를 추진했던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는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의 연준과 스와프 게약이 체결됐다는 것 자체가 투자심리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4월까지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연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체결한 다른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재연장이 성사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금융시장 호재..환율 안정 기대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당장 1,400원대에 올라있는 원·달러 환율에 상당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환당국이 강도 높은 외화 공급책을 쏟아냈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에 대한 불안심리는 가시지 않았고 환율도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협정 체결은 외환시장에 남아있는 의구심을 없애는데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계약은 외환보유액이 확충되는 효과는 물론이고 외환시장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환율이 경상수지나 자본수지에서 상승할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불안감 때문에 과도하게 움직인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계약은 막연한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국내 외국환은행의 외화유동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들도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협정 체결 자체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이용할 일은 없겠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부장은 "한미간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을 튼다는 것인데 그 자체가 유동성 우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며 "환율에 상당한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학과 하준경 교수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달러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나와봐야겠지만 규모가 충분하다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국대 경영학과 강경원 교수도 "이는 한은이 금리를 0.75%포인트 파격 인하한 것보다 강력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장단기 외화자금 미스매칭(부조화)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을 본다"고 말했다.
◇ 불안 해소, 국내외 경제가 관건
이번 협정 체결은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인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에 악영향을 미쳐온 외환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고 최근 급등하고 있는 한국물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 안정에도 도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외화유동성 측면에서 안전판이 추가되고 달러 조달 금리도 2%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주식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에 대형 호재"라며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국내 금융위기의 핵이었는데 외환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완화되고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 물가안정 유도가 가능해 은행채 직접 매입, 건설사 구제 방안 등 국내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원활히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가진 미국의 경제가 불안한 상황인 데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 유동성뿐 아니라 기업 등 기타 부분의 부실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통화 스와프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주식시장 등에는 상징적인 효과를 내는데 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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