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항공정책 항공사 멍든다

김준성 / 기사승인 : 2006-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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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관련 규정 자의적 해석 노선배분

최근 항공노선 운수권의 새 배정기준이 발표됐다. 과거 모호했던 기준들을 수정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반영했다고 건설교통부는 밝혔다.

기준이 애매했던 것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1990년 10월 건교부(당시 교통부)는 복수항공사 체제를 맞아 노선권 배분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기항공 운송사업자 지도 육성지침'을 마련, 시행했다.

이 지침은 1994년 8월 '국적항공사 경쟁력 강화지침'으로 바뀌면서 내용이 일부 개정됐다.

1997년 7월에는 '국제항공정책방향' 이라는 타이틀로 건교부의 내부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과 외국간 항공협정에 따라 국제노선을 항공사에 배분할 때 기준으로 삼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 핵심은 신규노선의 경우 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에, 단거리 노선은 아시아나에 우선 배정하며, 중거리 노선은 노선별 특성을 고려해 적정배분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노선의 증회분은 양 항공사간 운항횟수 격차가 클 때 공정 경쟁을 위해 증편분을 후취항 항공사에 우선 배분해 격차를 완화하기로 했다.

복수항공사 취항노선의 경우 시장규모가 성숙돼 국내 항공사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경쟁촉진 필요성이 있을 때 허용하기로 했다.

또 복수취항 허용시에는 후취항 항공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주 4회까지 우선 배분 후 적정배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이 기준에 구체성이 없다는 점이다.

지침에는 '장거리','단거리', '적정배분', '운항횟수 격차가 매우 큰 경우', '공정경쟁 여건 조성','시장규모가 성숙', '경쟁촉진의 필요성이 있을 때'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애매모호한 문구들이 많다.

또 노선배분 기본원칙 중 '국내 항공사간 운항규모 비율이 최소한 6:4 정도가 될 수 있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속히 조성한다'는 문구에서도 6:4가 매출기준인지, 노선기준인지 등 알 수 없고 실제로 6:4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삼는 국가에서 민간기업의 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도 짚고 넘어갈 문제였다.

'장거리', '단거리'를 구분하는 구체적 기준은 무엇인지, '운항횟수 격차가 큰 경우'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하다.

또 '공정경쟁 여건'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지, '시장규모 성숙'은 도대체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항공운수권 배정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격'이다 보니 매번 노선 배분 때마다 건교부와 항공사간에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건교부의 불공정 배분 사례를 보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 이후부터 2001년 8월 이전까지 한일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47회, 아시아나항공 96회로 2배 이상 배분했다.

이 상황에서 2001년 8월 1일 일본 동경 주 21회 배분과정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21회를 모두 배분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항횟수가 28대 7에서 28대 28로 같아졌다.

건교부는 추후 한일 항공회담이 있을 경우 대한항공에게 동경 노선권 주 7회를 우선 확보해 주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미이행 상태이다.

1999년에 만들어진 '국제항공 정책방향' 기준을 보면 '복수취항은 시장규모가 성숙돼 국내 항공사의 시장점유율 확대 및 경쟁촉진 필요성이 있을 때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장규모 성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건교부는 특정 근거를 갖고 했다고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자의적 배분의 흔적이 농후하다.

건교부는 2002년 2월 9일 영국 런던 주3회 배정의 경우, 런던은 장거리 코스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시 정책방향대로 한다면 대한항공에 배정돼야 한다.

그러나 주3회 운수권은 모두 아시아나항공으로 넘겼다.

또 같은 날 중국 항저우 주2회 노선도 아시아나항공에 모두 배정됐다. 건교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서울-상하이 노선과 동일 시장이라는 것이 배정 이유다.

건교부는 기존 운항노선간 연계운항 차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동일 배분시점에 런던 배정과는 다른 원칙을 적용해 공정경쟁의 환경을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2004년 4월 14일 캄보디아 주2회 배정 때도 아시아나항공에 모두 넘겼다.

국제항공정책방향의 노선배분 기본원칙에는 노선별 항공사의 선호도, 시장개척 기여도 등을 존중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점에서 대한항공은 이미 2003년 9월부터 캄보디아 노선 개발을 시작해 베트남항공과 제휴를 통해 여행 상품을 줄곧 판매해 왔다.

대한항공은 2003년 10월 단독으로 노선 배분을 요청했지만 건교부는 현지 공항의 안전성 미확보를 이유로 결정을 보류했다.

그후 6개월이 지나 안전성 확보에 특별한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아시아나항공에 노선을 배분했다.

캄보디아 주2회와 같은 날에 배정됐던 중국 칭다오 화물노선 주3회도 아시아나항공에 모두 배정했다.

배정 이유로 건교부는 부산-광저우 노선과 항저우 여객 노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동지역에 진출해 있고 해당지점의 영업여건과 비용절감 가능성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칭다오 구간에 이미 여객편을 운항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화물편에 대한 신규노선을 배분받아야 했다.

건교부는 동일시기에 이뤄진 노선배분에도 서로 다른 원칙을 적용해 공정성과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대한항공은 과거 건교부의 불평등한 노선 배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건교부는 왜 아시아나항공에 각종 혜택을 제공했을까?

90년초 교통부 장관을 역임하고 90년대 중반 금호그룹 계열사의 고문을 지낸 임모씨와 연관성이 있다는 후문이다.

건교부의 항공정책 모호성은 양사에게 '불난 집 부채질하는 격'이나 마찬가지였다.

건교부는 노선배정 외에도 명확하지 않은 지시로 대한항공으로부터 4차례나 소송을 받은 바 있다.

대한항공은 1998년 1월 24일 배분받은 노선권에 대해 노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는 1년 미경과 노선권을 실효처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2000년 3월 소송을 제기했고 2004년 11월에 대법원으로부터 서울-계림 외 나머지 6개 노선에 대해 대한항공의 승소판결을 내렸다.

2001년 7월에는 6개월전 김해발 항공기가 김포공항의 야간운항제한에 따라 착륙이 금지돼 김해공항으로 회항한 것과 관련, 건교부가 대한항공에게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건교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01년 11월에 대한항공 승소판결을 받았다.

승소판결을 받은 10일 뒤에는 또 다시 건교부를 상대로 세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내용은 서울-상해간 화물노선에서 99년 4월 15일 상해공항 인근 화물기 추락사고 관련, 건교부는 사고원인을 조종사의 중대과실로 판단해 노선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대한한공은 소송을 제기했고 그 날로부터 3년 뒤인 2004년 12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대한항공 승소 판결을 받은 바도 있다.

건교부의 정책 모호성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발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이 과거 건교부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교부가 아시아나항공과 약속해 놓고 아직까지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운수권 배분은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방패삼아 건교부의 불공정한 항공정책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건교부 항공정책팀 김규철 사무관은 “과거 항공정책상 운수권 배정기준이 모호했던 사실은 인정한다”며“이번에 발표한 것은 양사간의 미래예측 가능한 경영을 돕고 노선 관련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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