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 인사카드' 우리금융 CEO 인사 내막

황지혜 / 기사승인 : 2007-03-12 00:00:00
  • -
  • +
  • 인쇄
"정상화시킨 내부 인사 왜 없나" 노조, 낙하산 인사 철회 거부시 총파업 불사
▲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우리금융지주그룹 회장 내정자인 박병원 재경부 전 차관이 기자간담회를 하기위해 항의농성을 하고 있는 금융 노조원들 옆으로 입장을 하고 있다.

“난 낙하산 타고 안 내려왔는데…” 지난 6일 우리금융지주 박병원 회장 내정자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14층 대회의실에서 첫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의실 밖으로 나오면서 차기 회장과 노조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박 내정자는 곧 '낙하산 반대'라고 외치는 노조의 구호와 함께 욕설이 뒤섞인 험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앞으로 차기 회장으로 가기까지 박 내정자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박병원 회장 -박해춘 은행장' 카드로 우리금융지주 노사가 정면충돌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박병원 우리금융회장 내정자를 3년 임기의 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다음날 공시했다.

그는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차기회장에 공식 선임된다.박 차관의 회장 선임 소식이 들리자 노조는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력한 후보자였던 황영기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탈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이변 없이 예고된 인사였다는 것.

'박병원 내정설' 기류를 타다가 최종발표를 목전에 두고,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이 국제금융대사로 임명되면서 대세는 박 내정자 쪽으로 기울었다. 노조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회장과 행장 선임을 둘러싼 공모제가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의 밀실 야합과 나눠먹기 창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김성록 우리은행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과연 공모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관료가 현직에서 바로 공모전에 뛰어드는 것은 애당초 불공정한 게임이다"라고 말했다.정부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풍토에서 현직 관료가 옷을 벗고 공모에 나서는데 민간 전문가가 대놓고 맞설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우리지주 회장추천위의 경우에도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대표와 재경부 출신 위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모는 시늉일 뿐 있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조는 우리금융 내부 출신 인사가 모두 최종후보에서 빠진 점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노조는 "영업 실적면에서도 지난해 돋보였던 우리금융지주를 한 단계 도약시킨 황 회장이 3배수 면접에도 들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정상화시킨 내부인사를 도외시한 인사는 말도 안 된다"고 전했다.

사실 '비정규직 전환문제'를 타파하면서 노조와 적잖은 유대관계를 맺게 된 황 회장이었다. 때문에 내부에선 적어도 그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 업계에서도 황 행장이 연임 의지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첫 면접때 부터 탈락한 것을 두고 의아해 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매각을 앞두고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은 인물을 억지로 끌어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면접 당시 황 회장은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하는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등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입장과 맞지 않았다.

반면 주가 및 당기순이익을 사상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은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국책은행장 연임 불가'라는 원칙을 깨고 연임에 성공해 대조를 이뤘다.

노조는 "이처럼 사전에 내정된 '낙하산 인사 각본'은 검증된 내부 인사를 제쳐놓고 금융 비전문가인 박해춘 LG카드 사장을 우리은행 행장에 임명하겠다는 데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실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대 운동의 핵심은 '박해춘 LG카드 사장'으로, 이달 중순에 선임될 우리은행장 자리 역시 정부의 힘을 등에 업은 박 사장 임명 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면서 노사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 사장에 대한 거부감은 박 내정자의 그것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노조는 박 사장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LG카드 사장 연임을 약속 받았음에도 선임이 확실치도 않는 곳에 공모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정부와 모종의 이야기가 오간 것 아니겠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여러 헤드헌터의 추천을 받아 응모한 것일 뿐 정부의 지원은 없다"면서 "신한지주 회장으로부터 연임을 통보 받았지만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의 경영을 정상화시킨 경험을 살려 은행을 맡아 볼 생각"이라며 차기 행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 모두 구조조정 전도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며 "애써 정상궤도에 오른 은행 경영이 방향타를 잃을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회장과 행장 모두 우리은행 출신이 아닌 은행 근무 경험이 전무한 외부 인사들로 채워질 경우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업무를 익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그간 경쟁에서 뒤쳐진 우리은행이 다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우리은행에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은행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 나갈 전문 경영인"이라면서 "자산이 190조원이 넘는 주력 은행에도 은행경험이 없는 행장이 오는 것은 기업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은행장 선임의 결과에 따라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노조는 “낙하산·코드·보은 인사 등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우리은행 노조는 삭발식을 갖은데 이어 쟁의조정 신청, 파업 찬반 투표 등도 오는 26일 총파업 일정에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경남은행, 전북은행 등도 연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 같은 노조의 반발에 정부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경부와 청와대 쪽은 회장과 행장이 모두 외부인으로 채워질 경우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내정자가 우리은행의 지분 100%를 가진 대주주 입장에서 우리은행장 후보 3명 중 누구를 최종적으로 정할지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밝혀, 행장 인선 판도에 변화가 생길 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박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업무에 몰두하기 위해 은행 업무와 우리은행 조직을 아는 인물을 행장으로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