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당내 소장파들의 ‘쇄신’ 목소리에 힘을 얻어 비주류 출신으로서 원내대표직을 맡게 된 황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4·27 재·보궐선거 이후 몸살을 앓고 있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위기에서 건져낼 것이냐는 중책을 맡게 된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1년간 맞서 싸우면서도 항상 ‘의회주의’를 앞세우면서 카운터파트로서 활약해온 전임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의 활약이 돋보인 터라, 이들 새 원내대표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쇄신 바람’ 황우여, 당내 갈등 봉합 최우선 과제로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통한 새 바람은 한나라당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6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각각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러닝메이트를 이룬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전체 172명의 의원 중 157명이 참석한 결선 투표에서 90표를 얻어 64표를 얻은 안경률-진영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비주류로 꼽히는 황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른 것은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쇄신’ 바람과 지역주의 논란에서 자유로운 수도권 출신(인천 연수구)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한나라당은 이제 계파의 벽이 없어졌다. 청와대도 이제 다른 모습으로 한나라당에 다가올 것”이라며 “계파 줄서기나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하얀 백지 위에 새로운 모습을 그릴 수가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에게 남겨진 숙제들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18대 국회 후반기를 마무리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넘어,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가 총 사퇴한 상황에서 정의화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과 함께 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게 됐다.
신임 황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당내 화합이다. 지방선거와 재보선 등을 겪으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당내 친이계-친박(친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은 ‘분당설’까지 낳는 등 갈등을 심화시켜 왔다.
더욱이 지난 4·27 재보선을 끝으로 내년 4월 총선까지 1년 가까이 선거가 없는 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에는 총선 공천권 다툼과 차기 대권주자를 향한 계파 줄세우기 등 당내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원내사령탑으로 황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에는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립 성향의 원내대표가 당내 계파갈등을 봉합하고 정권재창출을 일궈낼 적임자라는 판단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모두 당내 비주류 세력으로 분류되는데다, 친박계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데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측면에서 부담감도 뒤따른다.
이와 함께 남은 현안들도 부담이다. 집권여당으로서 이미 동남권 신공항·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LH공사 이전문제 등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각종 현안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같은 어려운 숙제가 남아 있다.
황 원내대표도 만만치 않은 여야 관계를 의식한 듯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생은 야당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 북한인권법 등 첨예한 쟁점 현안이 있는데 이에 대한 야당의 입장이 뭔지 상세하게 파악해 달라. 입장을 충분히 듣고 타협의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원내대표 통해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민주당 역시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자 수도권 출신인 김진표 의원이 호남 출신인 강봉균·유선호 의원을 따돌리고 새 원내대표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의 당선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당초 1차 투표를 거쳐 결선투표로 가게 될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1차 투표에서 공교롭게도 2, 3위인 강봉균·유선호 의원이 똑같이 득표하면서 3명의 후보가 모두 결선행을 하는 이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결선투표에서 2, 3위의 표결집이 무산된 탓에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김 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해 당선에 성공했지만, 1표차의 ‘신승(辛勝)’을 거둠에 따라 그만큼 신임 원내대표에게도 만만찮은 짐이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앞세운 김 원내대표의 당선이 확인시켜준 가장 큰 의미는 ‘중도개혁’이라는 노선과 함께 ‘호남정당을 뛰어 넘은 전국정당화’에 힘이 실린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의 뜻을 밝히면서 자신이 수도권 소속 의원임을 강조, “중부권을 민주당의 텃밭으로 만들어야만 정권교체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심판의 흐름을 타고 내년 총선·대선 승리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끌기 위한 전제로 수도권 및 충청·강원 등 중부권에서의 승리를 통한 민주당의 전국정당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특히 지난 4·27 재·보궐선거 이후 최근 한나라당의 쇄신 논의 속에서 수도권 출신인 황우여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이에 맞서 민주당도 호남을 본거지로 한 지역정당의 면모를 탈색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당내 중도성향의 표심도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손학규 대표에게서 볼 수 있었던 중도층의 민심과 함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일었던 당내 노선 갈등 속에서 의원들이 중도개혁에 좀 더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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