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을 빌미로 원전 납품 관련 중대 범죄를 저지른 한국수력원자력(주) (이하 한수원) 임직원 22명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번 사건으로 한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 일선 발전소 현장 직원에서부터 본사 처장까지 자재 납품과 관련한 비리를 저질렀고 여기에 편의제공과 입찰담합 종용 등 모든 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관정)도 원전비리가 안전과 관련된 중대 범죄인 만큼 수수자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했을 뿐 아니라 공여자도 수수자보다 가볍게 처벌하는 통상의 예와 달리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엄정한 수사를 진행했다.
또, 단순한 금품수수 외에도 그간 베일에 가려있던 한수원과 관련된 전반적인 비리를 규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원자력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도 제공했다.

울산지검은 지난 10일 “이번 수사는 업무의 보완성, 특수성으로 인해 그 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요 국가기간시설인 원자력 발전소 관계자들의 금품수수, 입찰담합, 자재납품 편의제공 및 이를 둘러싼 로비스트와의 유착관계 등 구조적 비리를 확인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울산지검에 따르면 지난 3월 한수원은 설비공사 수주 및 납품과 관련한 비리수사에 착수해 5월 3일 1차 수사결과(5명 구속기소, 1명 불구속 기소)발표 이후 추가로 26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체로부터 한수원 납품업체 등록 및 수주 편의제공 명목으로 7000만원을 수수한 한수원 본사 경영관리부자 A처장(1급)등 처장급 2명을 포함해 한수원 본사 직원 6명을 구속기소했으며, 자재납품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약 4억 5000만원을 수수한 B2발전소 기계팀 과장 P등 각 발전소에 근무하는 현장 직원을 16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한수원 직원 7명을 상대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살포한 K중공업 대표 C를 포함한 업체 대표 7명을 구속기소했고, 특정업체로부터 6억 9000만원을 받고 한수원 본사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브로커 Y등 브로커 2명도 구속기소했다.
그 밖에도 소액 금품수수,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상남 등 비위사실이 확인된 한수원 직원 12명을 기관통보했다.

◇ 본사부터 발전소까지 산재한 구조적 비리
이번 사건은 2011년 9월경 은행 주차장에서 불상자가 거액의 현금을 음료수 박스에 담아 포장하는 것을 보고 뇌물로 의심된다는 울산시민의 전화제보가 접수된 것을 바탕으로 3월 한수원 상대 로비스트 Y를 구속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유착관계가 특정 지역, 특정 발전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확인하고, 특수부 전 검사실을 투입해 신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조사는 엄정한 수사로 보다 안전한 원자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됐다. 그 결과 일선 발전소 현장 직원에서부터 본사 처장까지 자재 납품 관련 편의제공에서부터 입찰담합 종용에 이르기까지 비리 전반을 밝혀낼 수 있었다.
납품비리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사 처장 K는 감사실장 근무시 업체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했고, 협력업체 등록 및 입찰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들까지 금품을 수수하기도 했다. 2011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의 고리2발전소 납품비리 수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관련 한수원 직원이 자살했음에도 계속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직원이 무려 7명이나 적발됐다.
대형 원자로부터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갑 등에 이르기까지 한수원에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로 등록이 되어야만 각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특성상 브로커들도 납품과정에 개입하고 로비가 자행됐다.
한수원은 납품가격이 부풀려진 사실을 알고서도 돈을 받고 묵인했다. 또, 한수원 직원이 직접 업체를 운영하고 상사는 묵인하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기도 했다. K는 자신의 친척 명의로 한수원 협력업체를 설립한 다음, 한수원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로부터 다시 하청을 받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재납품 관련 편의를 제공하고 거액을 수수한 경우도 있었다. 또, 한수원 직원이 원전내 부품을 빼돌려 특정업체로부터 복제품을 생산하도록하고 금품을 수수했다. 한수원 본사 간부는 직무상 알게된 관련 정보를 이용해 납품업체 주식거래를 했고 7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전자입찰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업체간 담함이 성행했고 이를 한수원 직원이 묵인 방조하기도 했다. 비위업체들은 상호를 바꿔가며 한수원의 압찰자격제한을 회피했다. 또, 골프가 접대와 상납의 수단으로 변질됐고 금덩이를 통한 인사청탁도 성행했다.
검찰측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금품수수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요기관의 구조적 비리임을 인식하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수사에 전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규격미달 제품이 납품된 것을 확인한 검찰은 이를 한수원에 통보해 안전성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밀봉유니트 복제품이 납품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관련기관의 안전성검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한수원 직원과 납품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단서가 있는 한 끝까지 추적해 한수원 내 비리의 잔재를 모두 청산하겠다고 천명했다.

◇ 한수원, 비리사건 반성과 경영쇄신 마련
검찰이 수사 발표한 같은 날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사정당국에서 발표한 직원들의 납품비리 사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으며, 통렬히 반성하고 간절히 용서를 구한다”며 “회사경영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경영쇄신안을 마려해 추진하겠다”고 대국민께 사죄를 했다.
앞으로 한수원의 모든 간부직원은 부패근절 차원에서 ‘청렴 사직서’를 제출한 뒤 비리가 적발될 경우 사유나 금액과 무관하게 즉시 해임된다. 또 토착비리 척결을 위해 동일사업소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보직을 정례화 할 수 있도록 사규를 신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됐던 고리 1호기 은폐 및 납품비리 사건 당사자의 사법적 처벌 이외에 상급자에 대해서도 추가로 엄중한 인사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조직을 개편하겠다”며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원전 본부장을 사내·외 공모를 통해 선임하고 인사관리규정을 바꿔 해외사업과 안전전문가, 설계, 설비관리 등 필요 분야의 외부인재 채용근거도 신설,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원전 업무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등 경영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약 보름정도 남은 상황에서 조직개편을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달 말까지 모든 조직 개편이 끝날것이고 문제가 없다. 확인은 자료를 통해 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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