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할 만한데 경기불황이…”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7-19 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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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의 고민

현대家 3세이자 '최연소 총수 등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고민이 많다. 그간 “40세가 되면 공격 경영을 펼치겠다”고 밝혀온 정 회장은 만 40세가 되는 올해 연초부터 백화점 출점과 신성장동력으로 패션사업을 추진하며 기점으로 공격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실적이 둔화되면서 추가 오픈하는 점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한섬을 인수하며 본격화했던 패션사업도 명품 브랜드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기반이 불안정한 상태다. 업계에선 “경기침체 등의 외부요인과 첫발을 내디딘 패션사업에서 부진을 겪는 등 올해 의미 있는 성적표를 거머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2003년 부회장에 오르며 사실상 현대백화점 지휘를 시작한 정지선 회장은 2008년 회장 직함을 단 이후에도 공개석상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왔다. 현대가 3세 중 첫 회장이며 국내 30대 그룹에서 최연소로 총수에 등극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패션브랜드 ‘한섬’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공격적 경영의 행보를 열었다. 한섬 인수는 "유망사업에 대한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는 그룹성장 전략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경기불황에 신규 점포 줄줄이 연기
하지만 그도 경기불황은 피해갈 수 없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백화점 신규 점포 출점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현재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무역센터점의 오픈을 오는 12월 말 이후로 연기했다. 내년 초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판교점·광교점 등 신규점포도 2015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6570억원을 들여 판교 알파돔시티에 영업면적 5만2800㎡ 규모의 건물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인 판교점은 2014년 개점할 계획이었다. 광교점 또한 2014년까지 오픈해 수도권 남부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신규 오픈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돼 오픈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세계가 이미 양재 파이시티에 출점 약정을 맺음에 따라 양재점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양재점은 현대백화점 전체 영업 면적의 9%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 기대감이 컸던 곳이라 정 회장이 특별히 애착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판교점과 양재 파이시티가 고작 10km정도 떨어져 있고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상권이 상당 부분 겹친다.


현대백화점은 “여전히 관심이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금액으로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화점 출점 일정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공사 진행상황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인수했더니 떠나가는 명품들
또 한섬을 인수하며 그룹의 성장축으로 삼았던 패션사업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 회장은 패션 사업이 그룹의 주력인 백화점과 홈쇼핑 등 유통 부문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 한섬을 통해 패션사업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운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의중과 달리 현대백화점의 패션사업은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란 전망이다. 앞서 지방시와 셀린느의 판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빼앗겼고 발렌시아가도 판권종료를 앞두는 등 수입브랜드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한섬은 지난 1일부로 세린느와 지방시의 독점 판매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SI)에 빼앗겼다. 센린느의 경우 한섬이 지난 2010년 센린느코리아에서 판매권을 인수받았지만 채 2년도 못 채우고 신세계에 넘겨준 것이다. 신세계 측은 한국시장에 관심이 많은 셀린느 본사의 의중을 읽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섬 인수설이 돌자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섬이 보유한 브랜드들이 고가 라인이 많아 다른 패션기업들의 적극적인 공략 대상이 된 것도 이탈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발렌시아가와의 판권종료도 앞두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한섬과의 재계약 대신 직접 진출을 택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에 인수되기 전 한섬이 보유한 해외 수입 브랜드 중 남은 곳은 끌로에, 랑방에 2개 뿐이다.


하지만 끌로에와 랑방의 계약도 올해 말 종료된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재계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끌로에와 랑방을 모셔가기 위한 대형 패션업체들의 구애도 만만치 않아 추가 이탈의 가능성도 크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끌로에의 국내 독점 판매권 계약이 내년 1월 종료되며 랑방과도 지난 2007년 5년으로 계약해 올해 말 끝난다”면서 “현재 SI와 제일모직이 인수를 위해 물밑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인해 한섬의 실적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한섬의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0.5% 가량 증가한 1070억원대, 영업이익은 13% 감소해 18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문가들은 주요 브랜드의 이탈로 인해 매출감소는 약 4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 현대백화점, 한섬 밀어주기 나서
현대백화점은 자사가 보유한 수입 브랜드를 양도하면서 한섬의 패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 1일부로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쥬시꾸뛰르 등 3개 브랜드를 한섬에 66억5000만원에 양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섬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지원은 패션사업에 열정이 큰 정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한섬 인수 과정에서도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재봉 한섬 사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또 현대백화점은 한섬과 함께 ‘백화점 편집숍’ 사업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한섬의 해외 브랜드 사업을 직접 챙기기로 한 것이다. 편집숍은 다양한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파는 매장 형태로 백화점에 매장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경기불황으로 부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편집숍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한섬이 백화점 유통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한섬의 일부 수입브랜드의 판권종료는 인수 이전에 이미 결론이 났던 사항으로 시기만 현대백화점그룹 인수 이후에 이뤄진 것일 뿐”이라며 “M&A 시너지 효과는 이제부터 본격화되며 이런일은 더이상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섬은 백화점 네트워크 부족과 경쟁사 대비 작은 매출로 해외브랜드 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다소 열위에 있었다”며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대백화점이라는 확실한 채널을 확보하고, 대신 그룹 내 수입브랜드 MD 비즈니스에 대한 역할을 한섬으로 분명히 함에 따라 해외 업체에 대한 구매력과 협상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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