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밀양 보라마을의 이치우 어르신을 분신 사망하게 만든 76만 5000볼트 특고압 송전철탑 사태가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06년 주민설명회에서 삼평리 마을에 우회해 송전탑을 세운다고 해놓고 2009년 공사가 시작되자 마을 위로 송전탑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송전탑은 거대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마을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다.
한전측의 이 같은 꼼수가 드러나자 마을 주민들은 매일 마을 뒷산에서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일자 한전측은 용역까지 고용해 마을주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퍼붓는 등 도를 넘는 행동으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 마을주민들의 분노를 키운 송전선로 변경
한전은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구, 구미, 수도권 등의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송전선로가 필요했다. 송전선로를 잇기 위해서는 거대한 철탑이 필요해 한전은 밀양에서 청도까지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삼평리 마을주민들은 이 공사를 저항하고 있다. 거대 송전탑은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마을 부녀회장 이언주씨는 “2006년부터 공사가 시작됐는데 당시 주민설명회 때는 마을을 우회하던 선로가 2009년 공사를 시작하면서 마을 위로 지나가는 것으로 변경됐다”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공사를 위해 용역까지 동원한 한전을 이해할 수 없다”며 원망했다.
한전은 선로를 변경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그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변경된 선로는 송전철탑 3기가 마을을 에워싸는 형태로 건설시 송전선로가 마을을 완전 포위하는 상태가 된다. 마을 할머니들은 “시골사람들을 우롱하는 것이냐? 우리 마을로는 절대 못 지나간다”며 싸우고 있고, 그로 인해 젊은 용역들에게 시달리며 급기야 실신까지 하고 있다.
부녀회장 이언주씨는 “우리는 백번양보해 2기 철탑은 인정하겠다. 그러나 마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한전의 철탑만큼은 안된다”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 할머니들을 비롯한 삼평1리 사람들은 이제 이른 아침 논밭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 뒷산 공사현장으로 달려가 고단한 하루를 시작한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막무가내식 송전철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한전은 주민들과 바로 대화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 용역들, 폭언 폭행 잇따라
현재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는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는 순간부터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13일에는 한국전력 23호기 송전탑 건설현장 진입로 입구에서 단체 활동가 정수근 국장과 용역업체 직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정국장을 둘러싸고 몸으로 밀어 넘어뜨려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 뒷부분을 부딪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정국장은 취재 안내를 위해 티앤티 인터넷언론사 기자와 함께 이곳을 찾아 공사현장 진입로 옆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던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있었다. 현장에는 경찰관도 있었지만 이러한 상황은 무시됐다.
이에 정국장은 경찰관에게 용역들의 무력사용을 제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이러한 요청을 묵살하며 외면해 버렸다. 이 와중에 여러명의 용역이 정국장을 밀쳐 아스팔트에 쓰러진 것이다.
정국장은 “진입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진입로 반대편에 있던 용역 직원들이 다가와 가로막고 기자의 취재도 방해했다”며 “그 뒤 욕설을 퍼부으며 밀어 넘어뜨렸다”고 밝혔다. 또 “사고 지점이 건설현장이 아닌 진입로 입구 아스팔트 도로였다”며 “인근에 있던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요청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구역을 표시하는 ‘표시줄’도 원래 구역보다 훨씬 넓게 선을 그어 주민들의 통제를 아예 가로 막고 있다. 공사현장은 고사하고 주변에 접근조차 못하게 차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지점도 공사현장 구역안도 아닌 주민들이 시위하고 있는 대로변의 아스팔트 도로 위였다. 폭력을 행사한 용역과 대한민국 경찰이 용역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청도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정씨는 이미 도로 위에 넘어져 쓰러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의 상태를 확인할 겸해서 ‘안전을 위해 도로 옆으로 이동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며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요구에 119에 연락을 취한 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주는 등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 정씨가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정씨가 사건을 접수할 경우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행 혐의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 발주처인 한전 관계자는 “정씨가 그동안 세 차례 공사현장을 찾아 확성기를 이용해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욕을 하며 주민들을 선동했다”며 “이날도 정씨가 확성기로 욕을 해 용역직원들이 이를 저지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에는 현재 50여명의 젊은 용역들(여대생들로 보이는 여성 아르바이트 용역들도 현장에 있음)을 고용해 철탑 공사를 제지하며 주민들을 막아 서고 있다. 이들은 할머니뻘 되는 주민들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과 폭력을 가했고, 여러 명의 용역들은 공사 현장에서 황의하는 마을주민들을 들어내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연로한 주민들로서는 역부족인 젊은 용역들에게 시달리며 온몸에 피멍이 들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용역들과의 충돌로 이차연 할머니가 실신해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언론사의 취재도 방해하는 몰지각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전과 시공사의 사주를 받은 용역들은 언론사의 진입을 막는가 하면 자신들이 경찰이라도 되는 양 기자증 검사도 감행하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역들은 언론사 기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에게까지 폭력을 일삼게 된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측은 “대한민국이 원자력 발전 중심의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송전탑 싸움 또한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억울한 누명을 써야 하는가”라며 개탄스러워했다.
이어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주민동의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송전탑 공사를 규탄하고, 동시에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전과 용역들의 주민들을 향한 무지막지한 폭력 행사를 강력 규탄한다”며 “한전은 청도 송전탑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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