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의 융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각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과 손잡기에 바쁘다. 금융당국이 신규 카드발급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체크카드는 카드사들이 마음 놓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은행과 제휴를 맺지 않고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들은 정산시마다 건당 0.2~0.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카드사의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인 셈이다.
카드시장이 카드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비은행계 카드사에게 ‘은행 껴안기’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에겐 체크카드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은행과 협의해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장기불황 탓에 은행 예금자가 줄어든 이 시점에서 카드사의 고객을 유치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생겼다. 카드의 결제계좌를 해당 은행으로 돌릴 수 있어 신규회원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카드사가 가진 마케팅 능력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롯데카드와 산업은행의 제휴는 금융권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는다. 비은행계인 롯데카드는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방침에 따르고 싶어도 결제계좌를 가진 은행이 없어 발급을 주저해왔다. 결국 롯데카드는 지난해 초 산업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체크카드는 다른 비은행계 카드사의 체크카드와 달리 입출금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롯데카드는 산업은행 외에 하나은행과도 제휴를 체결해 체크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제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강만수 회장 취임 이후 개인금융 확대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 중심으로 영업해왔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수와 부가서비스가 적은 데다 신용카드 업무자체가 아예 없었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통장을 가진 고객에게 현금카드만 발급해야 했다.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없으니 산업은행에 예금하려던 고객 역시 불편함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 산업은행은 개인금융 확대를 위해서라도 체크카드 발급이 필수였다. 결국 롯데카드와 손잡은 산업은행은 ‘KDB롯데체크카드’를 발급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제휴해 체크카드를 발급함으로써 개인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다른 카드사와도 연계해 고객의 접점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하나은행과 제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하반기 중에 발급할 예정이다. 현대카드와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6월 초 양사 영업망 상호 이용과 제휴카드 개발 및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계약의 핵심 내용은 은행과 카드사간의 상호 영업망 활용이다. 우선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국의 하나은행 창구를 통해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제휴카드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현대카드는 이번 제휴로 전국단위의 창구 영업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창구영업점의 부족 현상은 전업카드사의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받아왔는데, 이번 제휴를 통해 전국 650여개 하나은행 영업점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역시 현대카드의 기존 또는 신규고객이 카드대금 자동이체를 신청할 경우 하나은행 계좌로 유도해 현대카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현대카드의 VVIP고객인 블랙과 퍼플 고객을 잠재 고객화 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대카드 회원을 하나은행 결제계좌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사의 마케팅 역량과 채널 경험을 활용해 성공적인 제휴 모델로 적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삼성카드도 제휴 은행 물색을 마치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협의 중”이라며 “양사가 얼마만큼 서비스를 공유하고 제휴할 것인지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카드, 신한카드, 하나SK카드 등 은행계열사를 가진 카드사들은 이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카드업계에서는 업계 선두권인 카드사와 같은 계열인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 등은 다른 카드사와 제휴 맺기를 꺼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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