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금융위기.용산 참사...집권초 짓누른 악재의 홍수
제2기 경제팀에 일단 기대...윤증현 소방수 역할 할수있을까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야" 여론 형성 전략에 귀추 주목
지난 2월25일로 이명박 대통령(MB, 이대통령 이니셜)이 집권 2년차를 맞았다. 지난 1년은 MB정권이 승리의 샴페일을 터트리기도 전에 맞이한 암울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2007년 대선에서 500만 표 이상 큰 표 차이로 당선된 MB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국민적 열망을 안고 집권했으나, 그 열망은 도리어 얼마후 밀어닥힐 위기를 알리는 시그널일 뿐이었다.
집권초 터져나온 쇠고기 파동은 MB정권에 대한 불의의 일격이었다.
하반기에는 국제 금융위기가 대한민국을 잠식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집권한 게 무색해졌다.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과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유보됐다. 못 살겠다는 아우성을 다독이며 개각을 단행했지만 용산참사라는 대형 악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취임 첫 해 치른 호된 신고식은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공고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재도약 준비에 여념이 없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는 각오다. 2009년이 이명박 정부 성패의 분수령인 만큼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빛나는 승리 후 찾아온 참담한 실패
정확히 1년 전 잃어버린 10년을 주창하며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국정운영에 나섰다. 그러나 잇따른 인사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 논란으로 여성부 이춘호·통일부 남주홍·환경부 박은경 내정자가 줄줄이 사퇴했다.
청와대 참모진들도 부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1기 참모진의 평균 재산은 37억여 원으로, 대부분 버블세븐 부동산 소유자였다.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던 이명박 정부는 어느새 부자 정부로 각인됐다.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의 거짓 자경확인서 작성은 논란에 불을 당겼다. 부동산 투기로 점철된 이미지에 거짓말이 추가되면서 민심은 등을 돌렸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 S(서울시청) 라인 등 신조어도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그러다 쇠고기 파동이 터졌다. 지난해 4월 한미쇠고기협상이 타결되고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되면서 본격화된 일명 촛불 민심은 여름의 끝자락인 지난해 8월에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정·청 엇박자는 고질적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는 불화했다. 총선 때 친박계 의원들의 생환 여부가 부각되면서 당력이 분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봉하마을 자료유출 문제로 극명하게 대립했다. 양측의 다툼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실용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치를 모르는 대통령 통합능력이 부족한 대통령이란 낙인이 찍혔다.
잇단 외교실책 불구 4강외교 재정립
외교 실책도 잇따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서 미숙한 초기 대응을 보여 국민들의 불신을 샀다. 다만 4강외교를 재정립한 점, 한미 정상간 스킨십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북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북한은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전면 중단하고 전면대결태세 진입을 천명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남북군사 관련 합의 무효화 및 남북기본합의서·부속합의서의 NLL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YTN과 KBS 사장 인선 과정에서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인물들을 기용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하반기에는 국제금융위기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미국, 일본, 중국과 각각 통화교환협정(swap)을 체결했지만, 다시 3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종교 편향 문제도 제기됐다. 불교계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종교 편향 문제를 이슈화하자 정부는 종교편향 금지 조항을 명문화하기로 결정했다. 쌀 직불금 파문으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사퇴하기도 했다.
법원이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부자 감세 논란이 불붙었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극명하게 대치하면서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겨서야 예산안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 한 각종 법안은 MB악법이라 명명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다소 안정기에 접어든 것은 지난해 연말 즈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 일정을 대폭 앞당기며 2009년 국정드라이브 초석 다지기에 나섰다. 이른바 속도전이었다.
그 즈음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재빨리 1·19 개각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박영준·곽승준·이주호·현인택 등 왕의 남자들이 대거 복귀했다. 전문 인력과 측근들을 전진 배치한 결과다. 컨트롤 타워로서의 청와대 기능을 강화하고 공직사회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한숨 돌릴 즈음 용산 참사가 일어났다.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들과 경찰이 숨졌다. 정부는 사상자 발생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불법시위 엄단 의지를 밝혔다. 지휘권자였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논란 끝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 내정자가 물러나자 여론호도 홍보지침 파문이 불거졌다. 청와대가 경찰청에 군포 연쇄살인사건으로 용산 참사를 덮으라는 홍보지침을 내렸다는 요지였다. 문제의 e-메일을 보낸 행정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국면이지만 청와대측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혼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부고시로 불붙은 촛불정국에 밀려 초반기 집권 설계도를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에 대국민사과와 청와대 참모진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 속에 경제살리기의 국민적 바람은 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현재 진행형인 경제위기 속에서 집권 2년차를 준비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진다.
경제성장률 7%-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의 실현을 담은 이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747비전은 1년이 지난 현재 국내외 여건 악화로 장밋빛 전망에 불과할 정도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여건 악화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낮춰 잡을 정도로 극심한 실물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 집권 2년차의 대명사는 위기 극복과 원칙 세우기로 요약된다.
지난 1년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올 한 해를 실질적으로 일하는 한 해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2년차 성적표가 사실상 정권의 명운을 가늠한다는 집권 구도의 시기성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좌표로 삼아 앞만 보고 가겠다는 자세다.
집권 1년차를 정권 교체기의 완충 지대로 삼고 이명박 다운 실질적인 집권 원년의 모습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경제 위기 극복의 현장 사령관으로 나서 규제 개혁, 서민 경제 챙기기에 힘을 쏟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를 비상경제 극복을 위한 내각으로 전환하고 청와대 벙커 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의 또 하나의 키워드인 원칙은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자기 다짐이기도 하다.
서울시장 시절의 최대 업적인 청계천 복원사업과 교통시스템 개편 작업을 떠올릴 때 당시에는 많은 반대에 부딪쳤으나, 원칙을 갖고 힘 있게 진행한 결과 추후 평가가 달라졌다는 점을 가슴에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마스터플랜을 짰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정부 탄생을 갈망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가. 그걸 해야 한다며 사회안전망 확충은 물론이고 규제개혁과 공공개혁, 개방화, 교육개혁 등을 열거했다.
청와대는 취임 1주년을 즈음해 글로벌 코리아 2009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과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 거물급 인사가 서울을 찾는다.
25일에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재도약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조만간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 전략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우리 식품산업을 글로벌화하기 위한 발전 방안, 중산층 복원 프로젝트와 1인 창조기업 지원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편다는 구상이다.
제2기 경제팀에 일단 기대
2월1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63)이 강만수 전 장관에 이어 신임 장관으로 취임하고, 진동수 금융위원장(62)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의 뒤를 잇게 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소방수로 등장한 이들은 1기 경제팀과 달리 747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당장 급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이다. 이를 위해 1기 경제팀이 마련한 녹색뉴딜 정책과 서비스선진화 방안, 공기업선진화 방안, 금융시장안정 대책 등을 조속히 실현시켜 나가는 데 매진해야 한다.
이에 앞서 먼저 요구되는 것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의 신뢰회복이다. 1기 경제팀은 각종 대책을 생산해 내며 혹독한 경제위기에 대응하려 노력했으나 부처 간의 잇단 불협화음 등으로 시장은 물론, 국민의 신뢰를 잃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경제정책 부처의 최고 수장이었던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환율 상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환율 급등의 장본인으로 몰렸으며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인하 등 민감한 정책들을 앞장서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하향조정했음에도 불구, 지난 3일 IMF가 -4%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때까지도 홀로 3%대 성장률을 전망해 경제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이러한 정황을 염두에 둔 듯 윤 장관은 10일 열린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초 3% 내외로 잡았던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고용예상 인원도 연간 10만 명 이상에서 연간 20만 명 감소로 크게 낮춰 잡았다. 다만 경상수지는 수입 감소와 여행수지 개선 등에 힘입어 당초 100억 달러 흑자에서 130억 달러 흑자'로 높게 설정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전망치 수정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우리가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은 정부의 정직성이라며 정직하게 말씀드리면서 (시장 및 국민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고 이해를 구함으로써 지혜를 모아야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신뢰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는 힘들다며 당장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대책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이미 마이너스로 예상된 가운데 윤 장관이 내민 카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편성과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내수부양, 부동산 규제완화 및 구조조정펀드 마련 등이다.
재정과 금융, 노동, 산업 등 전 부분에서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올해 재정집행 예산 가운데 60% 이상을 올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신빈곤층 등에 대한 긴급지원 등 사회안전망 강화 및 경기부양을 위한 신성장동력 사업을 위해 3월 말 추가경정예산(안)을 조기에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을 위해 임금삭감 등을 통해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을 실시하는 기업에는 세제혜택을 주고, 한계상황에 다다른 기업을 우선적으로 조정해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위주로 집중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금융시장 안정과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다. 이러한 판단 아래 금융당국 20조 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를 마련하기로 한 상황이며, 18개 시중은행들도 2월18일 연 간담회에서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아울러 재정부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의 전체적인 방향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감세 정책은 1기 경제팀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서민들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목적세 폐지를 추진 중이다.
또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방침도 정해 내달 초 의료비와 학원비, 변호사 수익료 등의 서비스 가격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넥스트(NEXT) 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민간주택의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택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번 양도세 완화 방침에 따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미분양 아파트를 향후 1년 내 구입할 경우 5년간 양도세를 면제 또는 감면해 주기로 결정했다.
국민 여론 형성 전략에 귀추 주목
그러나 MB노믹스의 제2라운드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경제 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추진 전략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국민과 기업,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유장희 선진화포럼정책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국난이다. 정치권에서는 서로 간의 협조와 호소를 통해서 도와야 한다며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계와 국민들 전반이 맞다. 그렇게 하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지난 1997년도 외환위기 때만큼 전 국민이 합심해 협력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앞으로 정부는 747과 같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비전을 내놓기보다는 당장 재정, 금융, 노동, 산업 등의 정책들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지도자가 전 국민을 향해서, 또는 정치하는 사람을 위해서 간절히 호소하는 등 신뢰를 얻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아주 작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