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140여일 앞둔 가운데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예비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이 박 후보에 3.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안 원장이 지난 19일 출간한 대담집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어서 출연한 TV 예능프로그램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른 대권주자처럼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대권행보가 벌써 진행돼 왔다는 시각이다.
야당의 대선주자들은 안 원장에 대해 “연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안 원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 밝혔듯 대선 출마 방식을 놓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원장이 무소속 출마나 신당을 창당할 경우 조직과 자금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성공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 안철수, 박근혜 지지율 넘어
대담집 출간과 SBS ‘힐링캠프’ 출연으로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근 이틀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의 지지율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발표한 ‘24일 대선 여론조사 현황’에 따르면 안 원장과 박 후보는 양자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에서 각각 48.3%와 45.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원장이 박 후보에 3.1%포인트 앞선 것이다.
힐링캠프 방송이 나가기 전에 실시한 지난 23일 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47.6%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 후보(45.6%)를 2%포인트 앞섰다.
안 원장은 다자대결 조사에서도 상승세를 보였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32%로 전날 조사에 비해 2.3%포인트가 감소한 반면, 안 원장은 5.5%포인트 증가한 28.2%를 기록했다. 민주당 내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10%로 전날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지금까지 힐링캠프에 출연한 대선주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3명이다. 이들 모두 방송이 나간 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문 후보는 힐링캠프 출연 이후 8%대였던 지지율이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박 후보도 방송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을 통해 실시한 것으로, 95% 신뢰수준에 오차는 ±2.5%포인트다.
한편 안 원장 덕분에 SBS ‘힐링캠프’는 지난해 7월18일 첫 방송 이후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3일 ‘힐링캠프-안철수 원장’ 편은 전국 기준 18.7%, 수도권 기준 21.8%를 올렸다. 16일 탤런트 고소영(40) 편에서 전국 6.8%, 수도권 7.4% 급등한 시청률이다.
올해 1월2일 박근혜(60)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편(12.2%), 1월9일 문재인(59)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편(10.5%)도 크게 앞섰다.
이날 방송에서 안 원장은 젊은 시절 부인과의 러브스토리, 남편으로서의 역할 등 개인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의대 교수에서 CEO로 나서게 된 사연, ‘청춘 콘서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서울시장 출마 당시의 심경,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언급한 자살률, 출산률 등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과제와 시대비전 등에 대해서도 밝혔다.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생각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도 나를 원한다면 본격적인 논의를 하겠다. 양쪽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 野 대선주자들, ‘안철수 부상’에 셈법분주
안 원장이 책 출간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가자,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대부분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안 원장의 연일 계속되는 행보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 대해서는 내심 복잡한 속내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연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각 캠프별 전략 마련에 부심했다.
앞서 열린 MBN 방송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8명 중 5명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경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현재 여론 추이를 보니 국민들께서는 안 교수님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국민이 원하는 출마요청에 대해 안 교수님께서 하루바삐 응답하시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며 안 원장을 향해 빠른 결정을 요구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측 관계자는 “안 원장이 출마 여부에 대해 불명확하게 언급해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출마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각 후보들은 이 같은 안 원장의 부상이 향후 진행되는 경선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야권 단일화 후보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된다면 자신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정치를 모르고 대통령을 제대로 잘하기 어렵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2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연대 상대로 당내 경쟁자인 문재인 상임고문보다 자신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야권 후보 중에서 가장 확장성이 강한 후보가 안 원장과 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연대보다는 김두관과 안철수의 연대가 훨씬 더 확장성이 높으므로 상대 후보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어쨌든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가야 할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며 “후보 자격으로 경쟁을 하게 돼도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싶다”고 안 원장의 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전 지사는 안 원장과 민주당의 성향을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봤다며 “안 교수가 시대정신으로 꼽은 정의, 복지, 평화는 제가 말하고 있는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또 안철수 교수 생각이 그동안 민주개혁 진영이 주장해 온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고 주요 정책들도 70~80%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안 원장을 향해 “차기 5년간 국정을 맡으려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분인데 (출마를 선언하지 않으니)국민들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결단력을 보여주실 필요가 있다”며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안 원장의 출마 가능성과 관련,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도 “‘안철수 변수’라는 것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캠프 차원에서는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 대선주자, 안철수와 연대 집중 논의
앞서 지난 24일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 토론회에서는 안 원장과의 연대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이날 오후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오마이뉴스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안 원장을 뛰어넘는 후보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자강론’부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연대해야 한다는 ‘연대필수론’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정세균 후보는 “정권교체는 시대적 숙명이자 역사적 과제”라며 “안 원장과 연대를 해야 하며 민주당은 연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대 연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당 자체를 강화하는 자강론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안 원장과의 연대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안 원장이 나와서 경쟁을 통해 단일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제는 안 원장을 견제할 때가 아니고 단일화 경쟁 상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영환 후보는 “국민의 홧병은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로 치유될 수 없다”며 “우리 후보가 대선에 나가고, 안 원장은 빌게이츠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찬 대표가 민주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안 원장이 단일화하는 것을 얘기했는데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 원장이 정치를 할 지, 안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마이너리그로 만드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조경태 후보도 “국민은 민주당의 후보가 나와서 대통령이 되고 정통성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며 “정권을 빼앗기고 난 이후에 계파 정치, 패권주의에 빠져 정권교체의 의지가 부족했다. 안 원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당을 이렇게까지 만든 장본인들은 분명한 자기반성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철수 “책 반응 지켜본 후 출마 여부 결론”
한편 안 원장이 지난 24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향한 유권자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원장은 전날 오후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책 출간을 기점으로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며 “제 생각의 방향이 기대했던 수준과 맞는지 판단하라고 지지하신 분들에게 책을 준 것”이라고 대담집 출간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치인을 향한 지지와 저를 향한 지지는 다르므로 지지자분들의 생각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분들의 생각을 알려면 제 생각을 보이고 얼굴을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며 책 출간 이후 유권자들과 직접적인 만남도 예고했다.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출마와 불출마)양쪽 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보셨으면 좋겠다”며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진심인지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다. (조만간)결론을 내려야겠죠”라고 출마 여부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우유부단해서 출마를 결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 김제동씨의 지적에는 “사업가는 우유부단하면 성공할 수 없다. 교수로 지낸 시간보다 경영자로 지낸 시간이 더 길었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도 했다”며 “우유부단은 제 삶과 거리가 있는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며 “자기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자기 판단과 신념에 의해 결정해야 다 같이 이해할 수 있고 행복해진다. 최종 판단은 본인의 몫”이라며 대선 출마 여부도 스스로의 판단에 따를 것임을 강조했다.
만약 유권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자리로 돌아가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불출마 시 교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안 원장은 시대적 과제로 복지ㆍ정의ㆍ평화를, 과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소통과 합의를 제시했다. 그는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사회 안전망과 복지고, 공정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정의고, 통일을 통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평화”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가 화합했던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를 들며 “복지는 혼자 밀고 나갈 수 없고 의견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아울러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문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의견을 모으고 소통과 합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바람직한 대통령상을 제시했다.
정치적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는 질문에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기 이전에 상식과 비상식에서 판단해야한다. 비상식적인 일을 못하게 강제하고 비상식은 준엄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한다”며 “굳이 묻는다면 나는 상식파”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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