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左顧右眄과 右往左往

정해용 / 기사승인 : 2009-08-03 14: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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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좌고우면’이란 말이 최대의 화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계 로비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여부와 관련하여 숙고를 거듭하는 임채정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좌고우면하지 말라’는 좌우의 주문이 빗발친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이란 ‘좌우의 눈치를 본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구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좌우 눈치 보지 말고 당장 구속하라고 성화고, 그 반대편 쪽에서는 좌우 눈치 보지 말고 ‘법이 정한대로만’ 처리하라는 주장이다. 같은 말도 이렇듯 다른 의도로 사용될 수 있으니 흥미롭다.


본래 ‘좌고우면’이 처음 쓰인 용례를 찾아보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 왕 조조의 아들 조식(曺植)에게로 돌아간다. 조조가 죽은 후 왕위를 물려받은 큰형 비(丕)가 죽일 구실을 찾기 위해 “일곱 걸음 걷는 동안 시 한 수를 지어보라”고 했을 때 즉석에서 그 유명한 ‘7보시’를 그것도 연속해 두 편이나 지었다는 신동이다. 조식이 임치라는 곳에서 제후로 지내고 있을 때에 한번은 위나라 조정의 연회에서 오계중이란 대장군을 보았다. 기상이 늠름한 계중에게 마음이 끌려 술잔을 주고받았지만 오래 대면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이후에 조식이 오계중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좌고우면이란 말이 나온다.


"술은 술잔에 넘실거리고, 퉁소와 피리소리는 좌중에 가득한데, 그대의 모습은 매가 하늘을 선회하듯 유유하고 봉황이 긴 숨을 내쉬듯 신중하며 호랑이가 주위를 둘러보듯 위엄이 있으니, 漢의 명신 소하나 조참이라도 그에 비할 수 없고 명장 위청이나 곽거병이 온다 해도 감히 견줄 바가 못 되었습니다. 장군이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살필 때는 마치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니, 어찌 장하다 하지 않으리오(左顧右眄 謂若無人 豈非吾子壯志哉)."


이 출전을 보면 본래 ‘좌고우면’은 겁먹은 작은 동물이 자기 목숨을 구하거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고개를 잔망스럽게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는 행동이 아니라 호랑이 같은 큰 동물이 지긋하고 위엄있게 좌와 우를 둘러보는 행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박연차 리스트’發 검찰 수사의 향방이 ‘지난 정권’을 조준하던 데서 선회하여 ‘지금 정권’과 연계된 부분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6일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을 비롯하여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관여했던 책임자들의 사무실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격 압수수색했다. 박연차 회장이 지난 정권 사람들 뿐 아니라 지금 정권과 연관된 이상득 의원과 기업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증언에 이어 현직 고위급 검사들에게도 로비한 적이 있다는 말을 꺼내놓은 직후다.


‘지난 정권’ 부분을 집중 수사하여 노무현 전대통령을 기소할 필요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던 수사팀이 그동안 ‘박연차 리스트’의 한 쪽만을 살펴왔다면, 이제는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그와 친밀했던 천신일씨 관련 비리여부도 여기서 확인될 터이니 검찰로서는 이제야 그 호랑이 같은 눈으로 좌고우면을 시작한 셈이다.


검찰은 그동안 야권의 ‘정치보복’이라는 항의에 대해 ‘오직 법과 원칙에 충실할 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 말이 진실하다면, 장시간 노무현 사람들을 괴롭혔던 수사가 ‘지난 정권’을 격하하기 위한 표적 수사가 아님을 이제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수사의 발단으로 삼은 ‘박연차 리스트’에 담긴 ‘지금 정권’ 관련자들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뿐인가. 이제는 검찰 내부로 튄 불똥까지도 잡아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 정권’과 관련된 수사결과를 놓고 숙고중인 검찰총장에게 ‘좌고우면하지 말라’는 요구가 높다고 한다. 수사 검사들이야말로 수사과제가 주어졌을 때 누구의 압력이나 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본분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검찰의 전부라면 과연 죄인 아닌 사람으로 무사히 생존할 수 있는 정치인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총장이라는 책임자의 직책이 있는 것이다. 총장이라는 자리는 사회의 건강을 지킨다는 대전제 아래 좌와 우를 고루 살피고 검찰권이 어느 쪽으로 치우침이 없도록 정치적 고려와 조절을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하는 정치적 자리다. 어쩌면 ‘좌고우면은 악덕’이라는 인식 자체가 설익은 편견일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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